내가 죽는 꿈

사진 속에 사람이 없다.

by 강진경


꿈을 꿨다.

꿈 속에서도 나는 글을 쓰고 독서 모임을 하고 사람들과 만나 웃고 떠들며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누군가의 말에 손뼉을 치고, 공원에 나가 바람도 쐬고 평소와 같은 일상을 살고 있었다.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나 역시 아무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사람들과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춤을 췄다. 나는 그 순간의 행복을 남기고자 늘 그래왔듯이 사진을 찍었다. 찰칵-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사진 속에는 사람이 없었다.

의자와 책과 컵만이 가지런히 남아 있었다. 방금 전까지 분명 목소리가 있었고 웃음이 있었는데, 다 어디로 간 거지?


그제서야 알았다.


'아, 나는 이미 죽었구나.'


그 사실을 알아차린 뒤에야 슬퍼졌다. 죽었다는 것 자체보다 오늘 아빠가 오실텐데 내가 죽었다는 말을 아빠에게 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퍼서 꿈속에서 엉엉 울었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눈을 뜨고서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꿈이었지만 그때 느낀 감정만큼은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계를 보니 새벽 5시. 아빠는 오늘 실제로 우리집에 오시기로 되어 있었다.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대체 무슨 꿈일까?


꿈은 죽음 이후에도 나는 이 세계에 머물러있고 일상을 살아가는 걸 보여주었다. 다만 살아있는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것. 그 사실에서 오는 슬픔이 나를 조용히 감쌌다.


다시 잠을 청해보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두어 시간을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 내 품에 파고드는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사랑하는 딸을 다시 볼 수 있어 다행이. 이런 꿈을 꾼 건 살아있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며 감사한 일이란 걸 신께서 내게 알려주기 위한 게 아닐까.


이제 출근 준비를 해야한다. 분명한 것은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아빠도 살아 계신다. 이따 아빠를 만나면 꼭 안아드려야지. 그리고 사랑하는 딸아이와 남편도 꼭 안아주어야지.




잠에서 깨어나 오늘 하루 무탈하기를 기도하며 두서 없이 글을 남깁니다. 퇴근하고 돌아와 아무일 없이 가족들과 만날 수 있겠지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살아있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사랑을 주고 받는 하루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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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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