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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벼리 Jun 27. 2024

선물 같은 겨울

소설 [이상한 목공방 1]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제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


 당분간 학원에서 그래픽 디자인 강의를 하기로 했다. 처음 해보는 강의인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행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이다.


 공방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근처 부동산이라는 부동산은 전부 돌아다녔다. 저렴하고 좋은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수업 중에 삼천리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학생들은 작업 중이니 잠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아주 저렴하고 딱 좋은 자리가 나왔으니 끝나고 들르라는 전화였다. 그동안 본 자리들은 저렴하면 자리가 좋지 않거나, 자리가 좋으면 월세가 비싸거나, 둘 다 좋으면 철거비용이 꽤 들어야 하는 것들 뿐이었다. 이번에는 아주 저렴한데, 자리도 좋고, 철거할 것도 없다니 뭔가 괜히 석연치 않다.


 수업을 마치고 상가를 보러 가는 길에 주변 상권을 살피며 걸었다. 역에서 가깝네? 학교 바로 옆이네? 큰길에서도 가깝네? 어라? 그런데... 얼마 전에 엣지와 와봤던 그 골목이네? 향초공방 가는 길. 목련연립 1층 상가. 연립 1층 벽을 뚫어 상가로 만들었다고 신기하게 들여다봤던 이삿짐센터 바로 그 자리.

다시 봐도 역시 건물은 너무 낡았다. 하긴 재개발 지역이라 주인들이 돈을 투자하지는 않을 테고 그러니 주변 어디든 낡은 상가들 뿐이다.

"사장님!! 여기는 재개발되면 금방 나가야 되는 거 아닌가요?"

"에이~ 근처 사니까 잘 알잖아요. 말만 재개발! 재개발! 그러지 언제 될지도 모르는 거고~ 최소한 2년 안에는 절대 재개발 안될 거니까 걱정 말아요."

"그래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다 아는 수가 있죠~ 내가 이 동네서 부동산을 몇 년째하고 있는데... 자! 잘 둘러보세요~ 이런 자리에 이렇게 싸고 좋은 데가 없어요. 월세 많이 안 받으니까 공방 하기도 딱 좋네!"

"그런가? 뭐... 싸기는 싼데... 그렇게 좋아 보이는지는 않는데요..."

"어떻게! 계약금 거실 거예요? 주인한테 연락 오자마자 내가 바로 전화한 거예요! 여기는 세를 싸게 내놔서 금방 나가요. 다른 사람이 보러 온다고 했는데... 먼저 보여줄 사람 있다고 일단! 기다리라고 했어요 내가!"

그 말에 넘어간 것인지... 눈에 들었던 것인지... 어쨌든 계약을 하고 말았다. 다시 와서 찬찬히 살펴보니 건물이 너무 낡아서 꾸민다고 예뻐 보이기는 하려나 싶다. 철거비용은 들지 않아도 벽이며 천정이며 조명에 창문까지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지... 뭐 어쩌겠어. 돈도 없는데... 이 정도면 됐지."


 건축회사 짬밥으로 인테리어 공사 견적을 뽑아보니 대충 몇 백만 원은 나올 것 같았다. 남편도 나도 인테리어 공사를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건축회사를 다니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이 꽤 쓸모 있었다. 그래도 모르면 블로그나 너튜브의 힘을 빌리면 된다.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공사만 빼고 나머지는 셀프 공사로 진행하기로 했다.


 첫날 유리에 붙은 시트지 제거부터 만만치 않다. 남아있는 접착제와 테이프 자국을 긁고, 녹이고, 닦아 내느라 어깨가 빠질 것만 같은데 누군가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주인아주머니다.

"아이고!! 깨끗해라~ 헌 건물을 새 건물로 만들고 있네?"

아주머니는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깨끗해지는 것이 그저 좋은 모양이다. 나는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됐거든요! 다시 헌 건물 될 때까지 여기서 안 나갈 거거든요!'


 지나가던 여자가 일행들과 떨어져 혼자 참견질이다.

"아니! 뭘 그렇게 정성 들여서 대대적인 공사를 해? 돈 아깝게? 그냥 대충 있다가 재개발되면 나가면 되지!"

"에?? 재개발되려면 멀었다고 했는데요?"

"멀긴 뭘 멀어? 이거 안 보여?"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키 작고 눈매가 매서운 중년의 여자가 반말을 찍찍 날리며 어깨에 두른 기호 2번 빨간 띠를 검지 손가락으로 자랑스럽게 가리켰다.

'뭐지? 국회의원인가? 통장인가? 아니면... 무슨 선거라도 하나?'

"여기 글씨 안 보여? 재개발 추친위원회! 위원장 후보! 기호 2번!"

'이런 썩을... 부동산 이 새끼... 나한테 사기 친 거야? 죽여 버릴까?'


 기호 2번. 재개발 추진위원회 후보 말에 콧방귀도 안 뀌던 주인아주머니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니! 뭐 하자는 거야? 막 들어온 세입자한테?"

아주머니는 여자를 밖으로 내보내더니 다시 들어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여편네는 신경 쓸 거 하나도 없어요. 언제 할지도 모르는 재개발인데 무슨 콩가루를 주워 먹겠다고 벌써부터 저 지랄들인지... 지네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지랄하는 거니까. 신경 쓸 거 하나도 없어요!"

"아......"

다행이었다. 사람 하나 죽일 뻔했다.

"여기 뒷집 아저씨가 공사하는 분인데... 공사는 거기다 맡기면 돼요."

"네? 아... 네..."

"내가 싸게 잘해주라고 말 전해 줄 테니까! 거기 가서 해달라고 하면 돼요! 바로 뒷집이요."

"네... 감사합니다.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웬만한 공사는 손수 할 생각이지만 전기와 벽 공사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진작부터 남편 회사 사람들을 통해 일할 사람들을 정해둔 터였다. 모른 척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주인아주머니는 벌써 뒷집 아저씨에게 말을 건넨 모양이다. 뒷집 아저씨가 자꾸 기웃거린다. 계속 기웃거려도 별다른 말이 없자 대놓고 참견질이다. 어설프다느니... 그건 그렇게 하면 못쓴다느니... 괜히 아는 척에 트집까지 잡는다.


 이 동네 사람들 참 희한하다. 그냥 가지를 않는다. 구경하고, 참견하고, 기웃거리고, 뭐가 생기냐고 묻는다. 주택가 골목이라 조용할 줄 알았는데 오지랖도 풍년이다.

 그래도 여기는 목공방이다. 작업을 하면서 생기는 소음을 주변에서 좋아할 리 없다. 사회성이 한참 부족한 나지만 이웃들과 척을 지고 지내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니 귀찮은 오지랖 일지라도 나쁜 놈이나 위험한 놈이 아닌 이상 최대한 사이좋게 지내기로 했다.


 벽 공사와 천장 공사가 끝났다. 석고보드 이음새와 타카 자국을 핸디코트로 메우고 사포로 곱게 갈았다. 연휴에도 남편과 나의 공방으로 출근했다. 사포질을 끝내고 바닥에 비닐을 깔고 벽에 페인트 칠을 했다. 여덟 평 공간을 투톤으로 칠 하려면 대략 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10만 원으로 해결했다. 인건비를 아꼈다는 뿌듯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겨우 페인트 칠 하나 했을 뿐인데 몸살이 날 것 같았다. 나더러 계속 이 일을 하라고 한다면 돈을 더 준다 해도 거절할 판이다. 공사견적은 재료비보다 인건비의 비율이 높다. 인건비가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바닥은 에폭시 작업을 하기로 했다. 돈은 없지만 에폭시를 포기할 수 없었던 우리는 또다시 수작업을 선택했다. 남편은 퇴근하면서 김밥 두 줄을 사들고 작업실로 달려왔다. 바닥에 앉아 김밥을 얼른 해 치우고 작업을 시작했다. 동네 남자들이 또 구경을 왔다.

"도대체 언제 오픈하려고 여태껏 이런데?"

"비싼 월세 내가면서 아직도 공사를 하고 있는 거요? 전문가 한티 맡기면 후딱 해치울 텐데?"

"아! 네... 저희는 직접 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여기... 월세 안 비싸요."


 믹스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석재용 퍼티로 바닥의 균열을 메꾸고 있었다. 모르는 남자가 또 들어와 말없이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어휴~ 작업한다고 문을 열어 놓으니 자꾸 아무나 들어와 참견이다. 지켜만 보던 남자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공사하시는 분들이에요?"

"네?? 아! 저희는 입주하는 사람이에요. 공사비 아끼려고 직접 하는 거예요."

"오~~ 기술이 있으신 분들이구나! 이쁘게 잘하시길래 공사하시는 분들인 줄 알았죠. 우리 집도 부탁하고 싶었는데..."

 다음날 남자는 아침부터 수첩을 들고 와서는 다시 묻기 시작했다.

"혹시 재료 좀 알 수 있을까요?"

남자의 열공모드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 나는 재료의 이름과 제조 회사, 가격, 파는 곳, 작업 과정까지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석재 퍼티의 거친 부분을 다듬고 프라이머를 바르고 대여한 믹싱기로 셀프레벨링 모르타르를 잘 섞어 바닥에 부어 주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아침, 저녁으로 들를 모양이다. 깨끗하게 예뻐진 바닥을 보고는 또 싱글벙글 웃으며 나간다. 감시하러 온 건가? 괜히 얄밉네. 다음에 오면 바쁜 척 아는 척도 말아야지.


 이틀 동안 잘 마른 바닥에 에폭시 하도제와 경화제를 4대 1로 섞어 롤러로 펴 발랐다. 진동하는 신나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공업용 마스크를 끼고 세 번 덧칠하고 나서야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목공방 가구는 직접 만들고 싶었지만 일단 최소한의 것들은 사 와야 했다. 세면대도 사다 설치하고, 부서지고 지저분한 화장실 변기를 교체하는 어려운 공사까지도 직접 해치우면서 남편과 나는 여러 번 싸우기도 했다.


 크고 작은 공구들을 주문하고, 컴퓨터 주변 기기들도 주문했다. 돈을 쓴 만큼 정직하게 물건들이 도착했다. 테이블에 커다란 톱날이 박힌 테이블쏘와 실톱 기계인 스크롤쏘도 도착했다. 제법 작업실의 구색을 갖춰가고 있었다. 먹지 않아도 배 부르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그러나, 무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소처럼 상대적으로 가볍다 못해 팔랑거리는 통장 잔고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써늘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공방 이름은 마르코의 작업실(marco studio)로 정했다. '순이네 떡집'이라는 간판을 보면 그 집에 존재감 있는 큰아이의 이름이 순희이거나, 떡집 사장 이름이 순희라는 것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의미 있는 누군가의 이름을 따서 사업체 명을 정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나도 나를 응원해 주는 딸 같은 마르코의 이름으로 간판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사람들이 마르코가 내 딸이라거나 내 이름이 마르코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입구 정면에 보이는 벽면이 허전했다. 스크롤쏘로 자작나무 12T 합판을 marco studio 영문 모양을 따라 잘랐다. 에어타카로 글자를 벽에 고정시키고, 노란색 유화 물감을 칠하니 민트색 벽면과 잘 어우러졌다.


 드디어 마르코의 얼굴이 그려진 간판도 설치되었다. 인테리어 공사로만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토요일이었다. 스크롤쏘에서 날리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작업 중이었다. 미영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작업실에 있어요?"

"응!"

"조금 있다가 갈게요~"

"응~"

 미영이는 작업실을 오픈하기도 전부터 들락거리고 있었다. 서른 살인 직장인 학원 수강생으로 첫날부터 나를 언니라고 불렀던 넉살 좋은 여자다. 오랜 꿈이던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해 보려고 왔다는 그녀는 디자인을 하기에는 본인의 미적 감각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수강 한 달 뒤에야 깨달았던 것이다. 그녀는 오랜 꿈을 접고 학원을 그만두었다. 내가 연락하지 않아도 미영이는 계속 연락을 했다. 공방을 하고 있으니 이제는 자기 오고 싶을 때면 아무 때나 달려온다. 거절을 잘 못하는 나는 오면 오는가 보다. 가면 가는가 보다. 특별히 방해되지 않는 이상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온 미영이가 봉지를 보란 듯이 내밀며 말했다.

"선물이에요."

가볍고 큰 것이 담겨 있었다. 높이 70cm 정도 되는 작은 크리스마스트리였다.

휴일이라 남편도 작업실에 와 있었다. 셋이서 사이좋게 트리를 장식했다. 밖에서 잘 보이는 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전구에 불을 켜 보았다.

"이야~ 내가 사 왔지만 예쁜 걸로 잘 사 왔네~ 크리스마스도 며칠 안 남았는데 공방에도 이런 장식 하나쯤은 있어야죠~"

"......"

"응......"

남편과 나는 말없이 트리만 바라봤다. 깊은 과거의 기억들이 나를 흔들고 있었다.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트리를 만드니까 기분이 참 묘하다... 뭔가 정화되는 느낌인데?...... 좋다......"

"있잖아...... 나... 트리 처음 만들어 봐!"

"나도..."

"어? 진짜요???"

여호와의 증인들 중에서도 유별난 여호와의 증인이었던, 아니 지금도 거침없이 증인의 삶을 살고 있는 나의 엄마 유선옥 여사는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우상숭배라고 했다. 남들 선물 받고 외식하는 특별한 날이었을 텐데 우리 집의 크리스마스는 늘 썰렁했다. 열 살 때였다. 나도 생일 선물 받고 싶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가 된통 혼이 난 적이 있었다. 그 뒤로는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내게는 의미 없는 날이 되어 버렸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것이 당연한 것인 양 무덤덤하게 살아왔다.

 궁핍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남편도 크리스마스를 즐길 여유는 없었던 모양이다. 고작 작은 트리 하나로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니... 이게 뭐라고... 자그마한 불빛이 반짝거리며 주변을 온통 빛으로 물들이고 내 마음도 물들였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전 날이다. 이제부터는 특별한 날이면 외식이라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이 그 첫날이다. 남편이 퇴근해서 오기 전까지는 공방에서 써야 할 가구들을 만들 참이다.

 아침 일찍부터 공방으로 향했다. 어젯밤 내린 눈이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고 있었다. 골목길에 쌓인 눈도 아직 그대로다. 바닥이 평평한 운동화를 신었더니 유난히 미끄럽다.

"부추를 하나 장만해야 되나?"

"아... 올해는 눈도 많이 오고 유난히 춥다고 했는데?"

"작업할 때는 조끼라도 입어야 되나?"

"공방은 추울 텐데... 난로를 하나 더 사야 되나?"

.

.

.

끝도 없는 혼잣말을 길 위에 흘려가며 황소 얼음판 걷듯 조심스레 걸었다. 걸음이 느리니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지나간 자리마다 선명한 발자국이 나를 따르고 있었다.


 공방 앞마당은 어젯밤에 내린 눈의 매끄러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쪽 구석으로 얌전히 지나간 고양이 발자국이 귀엽기만 하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공방 안 공기가 차갑다. 아침 일찍이라 더 춥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벗었던 외투를 다시 입고, 히터를 틀고, 의자를 히터 앞으로 끌고 와 앉았다. 다시 벌떡 일어나 굳이 급할 것 하나 없는 크리스마스트리 전구에 불을 켰다. 뜨거운 믹스 커피 한잔을 타 들고 트리 앞으로 와 짝다리를 짚고 서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깜빡이는 불빛을 감상했다. 그러다 괜스레

"쳇! 이게 뭐라고..."


 꼬마들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문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어린 두 아이가 빨간 플라스틱 빗자루를 들고 나와 공방 앞마당을 쓸고 있었다. 열심히 비질을 하던 큰 아이가 작은 아이에게 눈을 뿌리고는 깔깔대며 웃었다. 작은 아이도 지지 않으려고 눈을 뿌렸다. 장난은 점점 심해지더니 이내 눈싸움 놀이로 바뀌었다.

"재네 뭐야? 시키지도 않았는데 공방 앞까지 쓸고 있네? 아이고~ 귀여운 것들..."

비질 솜씨는 야무지지 않지만 기특하다는 생각에 문을 열고 아이들을 불렀다.

"얘들아! 여기 쓸어 주는 거야?"

"네!! 어... 집 앞에도 쓸었는데... 여기도 쓸고 있는 거예요."

"아이고~ 고마워라! 귀여운 녀석들... 몇 살이야?"

"일곱 살이요!"

"여섯 살이요!"

"제가 오빠고 얘는 제 동생이에요. 아빠가 눈 많이 왔을 때는 길을 쓸어야 된다고 그랬어요."

"그랬어? 남매구나! 아이고 착해라~ 아빠는 어디 가셨어?"

"일하러 가셨어요."

"그래? 들어와서 핫초코 마실래?"

"네!!! 이모!! 저 핫초코 엄청 좋아해요!"

"저도요! 저도 핫초코 좋아해요!"

"얼른 들어와! 추워!"

 남매는 목련연립에 산다고 했다. 아이들은 핫초코가 너무 뜨겁다는 둥, 손이 다 얼었다는 둥, 내년이면 오빠는 학교에 간다는 둥... 한참을 재잘거리다 집으로 돌아갔다.


 올 겨울은 수없이 지나왔던 전의 겨울들과는 달랐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의 일. 나만의 공간이 생겼고, 작고 보잘것없지만 처음 만들어 본 크리스마스트리는 반짝거리고, 재잘거리며 먼저 다가온 이웃집 아이들 정겹다.


 내 앞에 펼쳐진 풍경들에 온기가 가득하다.


 모든 것들이 선물 같았다.




______   작가의 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소설은 댓글 달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짧게라도 작가의 말을 남겨 보려고 합니다.

소설은 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해도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흐를 때가 많습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계획형 인간인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습니다. 왜일까요? @,.@
오늘도 (트리)와 (선물)이라는 의도치 않았던 요소가 추가되어 중요한 자리까지 차지했습니다.
ㅎㅎㅎ 만족합니다. 혼자 감탄 중입니다. 캬~~~~

일러스트 삽화는 연습을 더 해 본 다음에 시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림 그릴 시간도 없지만 그림을 너무 오래 쉰 탓에 만족스러운 그림이 그려지질 않습니다.
흑... ㅠㅠ 손수 그려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7층짜리 값 비싼 색연필과 고급진 전문가용 오일 파스텔을 질렀습니다. 마카까지 지르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이라 여기고 있는 중입니다.
천천히 하면 돼... 사 두면 언젠가는 다 쓸데가 있을 거야... 그래요~ 긍정적으로 살아야 행복합니다~

어쨌든... 삽화는 코가 납작한 히말라얀 고양이라고 써도 뻔뻔스럽게 페르시안 고양이만 그려주는 AI의 도움이라도 받아 보는 걸로~ ^^ 켁!!

끝까지 읽어주신 당신을 칭찬합니다~~~ 쓰담 쓰담~~~

저는 어쩔 수 없이 장편소설 작가가 되려나 봅니다.
줄이고 줄여도 글이 길어요~ 어쩜 좋아~~~ (((데굴)) ((데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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