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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주인을 찾습니다

소설 [이상한 목공방 1]

by 온벼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제 이야기는 아이고요.^^


신축 빌라를 분양받았다. 목공방까지 차로 5분 거리다. 살던 빌라는 천천히 팔기로 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분양 날짜에 맞춰 이사했다.

목공방 운영으로 모은 돈이 새집 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사람들은 목공 해서 밥이나 벌어먹고 살겠느냐며 걱정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밥값 좀 벌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밥값을 아끼라던 남편의 구박도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당당하게 한솥도시락 베스트 메뉴 매화 도시락을 사 와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보냈다.

"오늘 점심이야! 나는 이제부터 한솥 베스트 메뉴! 제~~ 일 비싼 매화 도시락을 먹을 거야!

네가 밥값 아끼라고 구박했던 거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내가 반드시 목공방에서 번 돈으로 매화 도시락 사 먹을 거라고 이를 갈았거든! 이제는 내가 매화 도시락을 먹든. 해바라기 도시락을 먹든 상관 마셔!

덤으로 사이드 메뉴 김치찌개까지 사 왔지롱! 음하하하하!!!! 약 오르지?"

"그래, 좋겠다. 돈 잘 버는 마누라~ 맛있게 드셔! 주말에는 나도 사줄 거지?"

"어림도 없는 소리. 너는 5,000원짜리 치킨마요가 딱이야!"

"힝, ㅜㅜ 나도 매화 도시락 사 주세용~"

이후로도 해바라기, 진달래, 개나리 도시락까지 골고루 사 먹으며 꼬박꼬박 사진 찍어 알렸다.




늦은 저녁. 작업을 마치고 퇴근 준비가 한창인데 분식집 사장과 웬 아가씨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공방으로 들어왔다.

"아직 퇴근 안 했네?"

"네! 이제 퇴근하려고요. 웬일이세요?"

"있잖아! 이 아가씨가 길 잃은 개 한 마리를 데려왔거든?"

"어디서요?"

"저기 사거리 입구에서 이 개가 혼자 돌아다니길래.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주인을 찾았더니 편의점 알바가 주인을 봤다는 거야. 어떤 아가씨가 개 잃어버렸다고 막 울면서 찾았다고. 근데? 그 아가씨 연락처는 모른다네? 그래서 주인을 아직 못 찾았나 봐!"

"그 아가씨는 바본가요? 개를 찾으러 다니면서 왜 자기 전화번호도 안 남겼어요?"

"그러니까 말이야."

"아니, 근데! 왜 개를 이리로 데려오셨어요?"

"응, 있잖아... 이 아가씨는 여기 동네 사람이고, 우리 집 단골인데, 나한테 도와 달라길래 이리 데려왔지."

"그러니까, 왜 이리 데려오셨냐니요?"

"주인 찾을 때까지는 당장 누가 데리고 있어야 할 거 아냐? 근데 우리 집은 지금 개가 세 마리나 있어. 며느리가 두 마리를 맡기고 가서 집에 들어가면, 개 세 마리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 남편은 집안이 개판이라고 난리도 아니야. 그래서 우리 집은 데리고 있을 상황이 못 돼. 저 아가씨도 개를 데리고 있을 형편이 못 된다네? 그래서 부탁하는 거니까 공방 사장이 어떻게 좀 해 봐!"

분식집 사장은 다 들리는데도 굳이 귀에다 대고 조그맣게 말하는 시늉을 한다.

"저 아가씨는 집안 사정이 엄청 안 좋아. 딱한 아가씨야. 그래서 내가 이리 데리고 온 거야."

"사장님? 저희 집에도 개랑 고양이가 세 마리고요. 공방에도 두 마리 있으니 총 다섯 마리거든요."

"그래, 아이고 미안해! 키우라는 거는 아니고. 잠깐 데리고 있으면서 주인만 좀 찾아 주라는 거지. 나는 식당 일하느라 바빠서 개 주인 찾아 줄 정신이 없잖아. 어떻게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똑똑한 자기가 그 아가씨 좀 찾아봐!"

"왜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려서는 저한테 떠넘기려고 그러세요? 저도 요즘 일 때문에 바빠요."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자, 분식집 사장은 당황한 눈치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가씨가 커다랗고 맑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사정을 한다.

"사장님, 어떻게 안 될까요? 제가 집안 사정이 안 좋아요. 데리고 있을 수가 없어요."

"하......"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다들 모른다고 하셔서... 개를 다시 밖으로 내보낼까요? 어떻게 하죠?"

"아니! 뭐 그렇다고 울 것까지는 없잖아요? 그리고, 개를 다시 밖으로 내보내면 어떻게 해요? 주인은 금방 찾을 것 같으니까. 일단 사진 찍어서 전단을 붙이고, 지역 커뮤니티 카페 같은 곳에 글을 올리면 금방 연락이 오겠죠."

"그래, 우리가 그런 걸 못 하니까 하는 소리잖아. 자기는 배운 사람이라 잘하잖아. 나는 컴퓨터는 하나도 할 줄 몰라. 자기가 찾으면 주인 금방 찾을 거 같은데, 애 좀 써 봐!!"

"하... 잘하든 못하든 어려운 건 마찬가지죠."

"알았지? 자기만 믿는다. 우리는 개, 여기다 두고 갈게?"

"아! 진짜!! 사장님!!!"


녀석은 갈색 털을 가진 푸들이다. 미용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몸에서는 향긋한 샴푸 냄새도 났다. 예쁨 받으면서 자란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주인은 녀석을 애타게 찾고 있겠지? 그래, 주인 찾기는 시간문제다. 얌전하고 순한 녀석이니 엣지와 싸우는 일은 없을 테고, 고양이들은 좀 놀라겠지만, 집에 며칠 있는다고 큰 문제는 없겠지?

나는 결국 녀석의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다.


집으로 가는 퇴근길 차 안. 품에 안긴 녀석은 세상 얌전하기만 하다. 엣지는 차만 타면 난리법석인데 엣지와는 전혀 딴판이다. 남편도 녀석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가정교육이 잘 된 애인가 봐?"

"그러게? 되게 얌전하고 순해. 이렇게 예쁜 놈을 잃어버렸으니, 주인이 얼마나 찾고 있을까?"

"야! 너희 엄마는 어디 갔니? 곱게 자란 놈이 왜 혼자 밖으로 돌아다니고 그래?"

녀석은 아직 자기 처지를 모르는 것일까? 주인을 잃으면 불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떨지도 않고 얌전히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다음 날 아침 사진을 박은 전단을 만들어 발견됐다는 사거리 근처, 동네 여기저기를 돌며 전단을 붙였다. 커뮤니티 카페에도 개 주인을 찾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전화도 없고 제보도 없다. 혹시 주인이 개를 찾는 글을 올리지는 않았을까 싶어 게시판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녔지만, 이 동네에서 최근 갈색 푸들을 찾는다는 글을 올린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유기견센터에도 전화해 보았다. 갈색 추들을 찾는 전화는 없었다고 한다. 관계자는 유기견으로 접수할 거냐 물었다. 일단 더 기다려 보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유기견센터로 가게 되면 녀석의 운명은 뻔하다. 아직 어린 녀석을 그런 곳에 보낼 수는 없었다. 며칠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망할 놈의 분식집 사장 같으니라고. 이 동네 사람들 오지랖은 여전히 풍년이다. 그래도 그 집 떡볶이는 맛있었는데. 새로운 떡볶이집을 찾아봐야겠다.




주인을 잃은 갈색 푸들은 개와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우리 생각과는 다르게 눈치가 빠삭했던 녀석은 주인을 잃은 슬픔과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로 며칠 얌전한 척했던 것이다. 엣지와 베니가 가지고 놀던 파란 곰 인형을 줬더니 종일 물고 다니면서 씨름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불구불한 갈색 털로 덥인 녀석은 만화 둘리에 나오는 마이콜을 닮았다. 집에 있는 동안 녀석을 마이콜이라 부르기로 했다.

마이콜은 생후 7개월 정도 된 수컷이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형님들을 귀찮게 한다. 유난스럽고 까다로워 아무에게나 곁을 주지 않는 베키는 마이콜을 피해 일주일째 베란다 생활 중이다. 가을 밤바람이 찬데 베키의 고집은 아무도 꺾을 수 없다.

마이콜이 종일 뛰어다니자 점잖아졌던 베니도 덩달아 뛴다. 둘은 종일 뛰고 밤에 침대 위에서 또 뛴다. 결국 엉덩이를 한 대씩 맞아야 조용해진다.

마이콜 주인은 대체 마이콜에게 뭘 먹인 것일까? 사료나 캔은 안 먹고 사람 먹는 것만 달라며 조른다. 이틀을 안 먹고 버티길래 어쩔 수 없이 계란을 주었더니 허겁지겁 먹는다. 닭가슴살을 삶아주니 게걸스럽게 먹는다.

이런, 젠장! 식습관 안 좋은 상전이 들어왔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마이콜이 가장 먼저 뛰어와 반긴다. 흥도 많고 애교도 많은 녀석이라 금세 정들었다. 남편도 그런 눈치라 슬며시 물어보았다.

"자기는 네 마리중에 누가 제일 예뻐?"

"마이콜!"

"그렇지? 그런 거 같아서 물어봤어."

"그럼 자기는?"

"응, 나는 엣지를 내보내고, 마이콜을 키우고 싶어."

"크흐흐흐. 나도 그래!"


마이콜만 보면 기겁하는 베키는 마이콜이 덤비지 못할 높은 곳으로만 피해 다닌다.

가만 보니 네 마리의 성격은 모두 제각각이다. 까다롭고 예민하지만 나름대로 착한 엣지, 얌전하고 순하지만 새침하고 정 없는 공주 베키, 정 많고 애교 많은데 호기심까지 많은 사고뭉치 베니, 그리고 흥 많은 에너자이저 겁쟁이 마이콜까지.


마이콜은 산책하러 나가면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개와 마주쳐도 도망치느라 바쁘다. 겁쟁이 마이콜 때문에 우리는 야간 산책을 하거나, 인적이 드문 길을 찾아다녀야 했다.

엣지도 마이콜이 싫지 않은 눈치다. 여전히 예민하고 까다로운 녀석이지만 마이콜이 오고부터 불안증세도 덜하고 집에 사람이 없어도 이제는 울지 않는다.

천방지축 마이콜은 매일 혼난다. 마이콜이 혼날 때면 베니가 다가와 시무룩한 마이콜 얼굴에 박치기하고 자신의 얼굴을 쓱 문지르며 위로한다. 버럭 소리를 지르다가도 마이콜을 위로하는 베니를 보면 화가 사르르 녹는다.


그렇게 사이좋은 녀석들도 내 품은 양보할 수 없나 보다. 마이콜은 질투가 심하다. 베니가 품을 차지하고 있으면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참을 노려본다. 그래도 잘 때는 사이좋게 묵직한 두 놈이 배 위로 올라와 잠든다. 덕분에 나는 잠들기도 전에 가위에 눌리는 경험을 한다.

마이콜은 애정 표현이 과하다. 남편은 그런 마이콜에게 가끔 화를 낸다. 마이콜은 남편에게 멀찍이 떨어져 불만 가득한 눈으로 노려본다. 사랑스러운 녀석이지만 질투와 고집, 예사롭지 않은 카리스마까지. 보통 놈은 아니다.


마이콜 주인은 끝내 찾지 못했다. 녀석을 유기견센터로 보낼 수는 없었다.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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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오늘은 남편 이야기입니다.

자바리~ 자바리~ 노래를 부르던 낚시광 남편이 휴일 새벽부터 낚시를 가서 드디어 자바리를 잡아왔습니다.

떠도는 말로는 자바리는 키로에 20~30만 원이나 하는 값 비싼 생선이고, 수도권에서는 맛보기도 힘들고, 환상적인 맛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해산물은 좋아해도 생선회는 별로라서... 그래봤자 회 맛이겠죠?

그래도 남편이 그렇게 바라던 자바리를 드디어 잡아왔으니 소주 한 병에 말동무라도 해 주어야겠습니다. 아마도 자바리 낚시 경험담만 한 시간 이상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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