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상한 목공방 1]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제 이야기는 아이고요.^^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만으로도 가을이 다가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해가 가기 전에 목공방도 이전을 해야 한다. 하루가 멀다고 드나들던 도배 사장도 이사 준비로 바쁜지 오랜만이다.
"나사장은 언제 이사 가?"
"버틸 만큼 버텼으니까. 이제 저도 이사 준비를 해야죠. 추워지기 전에 가려고요. 사장님은 이삿날이 언제예요?"
"우리 집은 다음 주 토요일에 이사하기로 했고, 가게는 다음 달 주중에 일 없을 때 옮기면 될 것 같아. 워낙 짐이 없어서 이사랄 것도 없어. 그냥 트럭으로 한두 번만 옮기면 끝나. 나사장은 어디로 갈 건지 정했어?"
"초등학교 근처로 가려고요. 이사 가면 놀러 오시기 어렵겠네요?"
"그러게? 아쉬워서 어떻게 하냐?"
"가끔 일 없을 때 놀러 오세요."
"당연히 놀러 가야지! 근데. 모닝커피는 어렵겠다. 그치?"
반갑지 않은 손님이 왔다. 목련연립 202호 걱정 많은 할머니다.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며 배시시 웃는다.
"도배 사장은 아침부터 여기서 뭐 해?"
"커피 마시고 있잖아요."
공방으로 들어온 할머니는 도배 사장과 대화를 계속했다.
"도배 사장은 왜 맨날 여기서 커피를 마셔?"
"목공방 커피가 맛있어요."
"어디 봐봐? 에이~ 믹스커피잖아! 나는 단 거 싫더라. 커피는 아메리카노지!"
"오~ 세련되셨는데요? 저는 촌스러운 사람이라 달콤한 믹스커피만 마셔요. 그리고 커피는 역시 공방 커피가 최고죠!"
"왜 공방 커피가 최고야? 다 똑같이 공장에서 만든 건데?"
"아니에요. 공방 커피는 수다 떨면서 마시니까 더 맛있어요. 근데, 할머니는 왜 여태 이사를 안 가셨어요?"
"다음 달 30일에 갈 거야. 멀리 가기 싫은데. 근처에 집이 없네! 집 구하느라 부동산 여기저기 다 돌아다녔어."
"제가 저번에 빨리빨리 이사하시는 게 좋을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들은 척도 않더니. 그러니까 고생하시죠!"
"내가 이 동네 산 지가 오래됐잖아. 이사 가기 싫을 걸 어떻게 해? 그러는 도배 사장은 왜 여태 이사 안 갔어?"
"네! 저는 진작에 집이랑 가게 다 구해놨죠. 이사만 천천히 가는 거예요."
"저기... 대화를 끊어서 죄송한데. 할머니는 아침부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커피 드려요? 아메리카노는 카X 밖에 없는데? "
왜 왔느냐는 질문에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하던 할머니가 대답했다.
"내가 여기 왜 왔드라?"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어떻게 해요?"
"에이, 나이 드니까 건망증이 너무 심해졌어. 돌아서면 까먹는다니깐? 도배 사장이 자꾸 말을 거니까 까먹었잖아. 내가 여기 왜 왔지?"
"아니에요. 할머니가 먼저 말 거셨어요."
"그랬어? 내가 먼저 말 걸었어? 치매인가? 큰일 났네. 기억력이 떨어져서 어쩌냐? 가만있자, 내가 왜 왔드라? 콩나물 산다고 슈퍼 갔다가, 오는 길에 골목을 지나서, 할 말이 있어서 바로 공방으로 왔는데! 아!!! 맞다! 고양이! 고양이 때문에 왔구나! 있잖아, 빈집 주택 2층에서 멋진 고양이를 발견했는데, 같이 좀 가 가보자고."
"응? 멋진 고양이요? 멋진 고양이가 왜 빈집에 있어요?"
"그러니까. 내 말이 그 말이야. 빈집에 왜 멋진 고양이가 있냐는 거지."
도배 사장이 끼어들며 말했다.
"가지 마! 그냥 모른 척해! 나사장은 이 동네 고양이들 다 키울 셈이야?"
"그리고, 할머니는 남 걱정은 그만하시고, 할머니 이사 갈 걱정이나 하세요."
"아니, 도배 사장은 왜 나만 보면 자꾸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제가요? 제가 언제요?"
"저번에도 집 앞에 쓰레기 내놨다고 나한테 뭐라고 했잖아!"
"그거야 냄새나고 지저분하니까, 치우라고 말씀드린 거죠."
"나는 공방 사장한테 고양이 있다고 알려 주려고 온 것뿐인데, 왜 또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그래?"
"그러니까요! 그걸 모르시는 게 문제예요. 고양이 있다고 알려만 주시고 그냥 가실 거잖아요?
그러면 그 고양이는 누가 책임져요? 나사장한테 책임지라는 거잖아요. 아니, 책임도 못 질 거면서. 그놈에 오지랖은 왜 부리시는 거예요? 왜 쓸데없이 걱정한답시고 일을 만들어서 남한테 떠넘기시냐고요.
이거 저거 참견하고 다니실 거면 책임이라도 지시던가요. 나사장한테 지금 개랑 고양이를 몇 마리인 줄 알긴 아세요?"
"글쎄? 나야 잘 모르지? 여기 고양이 몇 마리 들락날락하는 거 같긴 하던데?"
"어휴... 그냥 가세요! 가!"
"아니! 왜 자꾸 나한테 뭐라고 그러냐고!"
"그걸 모르시는 게 문제라고요!!"
둘이 싸우는 바람에 괜히 입장만 난처하게 됐다.
"그만하세요!! 왜 남의 영업장에서 싸우고들 그러세요? 도배 사장님도 이제 그만해요."
"할머니! 고양이 어디 있어요?"
"저기 조금만 가면 있어. 쳇! 도배 사장은 커피 다 마셨으면 얼른 출근이나 해!"
"싫어요! 저도 따라갈 거예요."
"흥! 마음대로 하셔!"
할머니 뒤를 따라 걸었다. 도배 사장도 못마땅한 표정으로 투덜거리며 우리를 따라왔다. 도배 사장은 이미 내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 대신 화를 내 준 것이나 다름없다. 할머니에게 뭐라 말은 못 했지만 내 속마음도 도배 사장과 다르지 않다. 이제는 고양이 구조는 그만하고 싶다. 이사 가면 길고양이들 밥 챙겨주는 일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마르코가 생각나 불쌍한 고양이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인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동네 길고양이가 이렇게 많은 줄도 몰랐고, 공방 고양이에 새끼 고양이, 유기된 녀석들까지 책임지려니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해마다 새로 태어나는 녀석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내가 찾아가지 않아도 나를 찾아오는 고양이와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람이나 고양이나 호구는 잘도 알아본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더는 미친 짓이다.
갑부도 아니고, 자선 사업가도 아닌 겨우 목공방 하나 운영하는 서민 주제에 고양이 사룟값에 아픈 녀석들 병원비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감당키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 이러다 공방이 문 닫게 되면 어쩌나? 내가 살아야 고양이들도 살 것 아닌가?
욕쟁이가 성질머리 더러운 공방 사장이라고 이미 동네에 소문이 파다할 텐데, 사람들은 자꾸 왜 날 찾아오는지 알 수 없다. 빨리 이 동네를 뜨고 싶어도 남겨질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이사도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걷던 할머니가 어느 2층 다세대 주택 앞에 멈춰 섰다.
"이 집이던가? 집들이 다 똑같이 생겨서 헷갈리네!"
도배 사장이 얼른 대답했다.
"그럼. 그냥 가시죠."
"그래, 도배 사장 먼저 가!"
"싫어요."
"간다면서?"
"가자고 했지. 간다고는 안 했거든요?"
"그 말이 그 말이지."
"그게 어떻게 같아요? 다른 말인데?"
"아 몰라!"
빈집 대문에는 빨간색 락카로 X표를 그렸고, 안전제일라고 빨갛고 선명하게 쓰인 비닐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다. 할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열린 대문을 밀고 들어갔다. 할머니를 따라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현관 앞에 놓인 박스 위에 털이 하얗고 긴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녀석은 초점 없는 눈을 하고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음메! 이게 뭔 냄새야?"
고양이에게 다가가던 할머니가 코를 막으며 뒷걸음질 쳤다.
"아우~ 냄새! 무슨 냄새지? 똥냄새 같은데요? 멋지다는 고양이가 이놈이에요?"
"그래, 비싼 고양이 아냐? 멀리서 봤을 때는 털이 복슬복슬한 것이, 비싸고 멋져 보이던데? 근데, 왜 이렇게 더럽고 냄새가 심하지?"
"설사한 것 같은데요?"
"음마? 고양이는 원래 깔끔한 동물 아니었나? 그럼, 이게 다 똥이야?"
설사를 여러 번 한 모양이었다. 새하얀 엉덩이 털은 온통 똥물로 검게 물들어 있었고, 똥파리들은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품종묘 같기는 한데, 무슨 종인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니까 내 말은 맞지? 비싼 고양이라니까."
"누가 키우던 고양이 같은데, 왜 빈집에 이러고 있지?"
지켜보던 도배 사장이 말했다.
"버리고 갔겠지."
"아..."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간 거야. 얘는 또 배고픈데 먹을 게 없으니까, 길에서 아무거나 주워 먹다가 설사한 거고!"
"설사 많이 하면 탈진하는데? 어떻게 하지? 물이라도 가져다줘야 하나?"
할머니가 말했다.
"어라? 금방 비 떨어지지 않았어? 오늘 비 온다고 했던가? 옥상에 빨래 널어놨는데, 얼른 가봐야겠네!
근데, 도배 사장은 출근 안 해?"
"네! 오늘은 오전에 일이 없어요."
"그래? 그럼, 나는 가 볼게! 고양이가 여기 있다고 알려 주기만 한 거니까. 욕은 하지 말고!"
"아이고~ 참 나! 가만히 있는 사람 여기까지 끌고 와 놓고. 혼자 내빼면서. 또 욕먹기는 싫다네? 싫어요! 욕 엄청 많이 할 거예요."
"아니! 도배 사장은 요즘 왜 그렇게 삐딱해졌어? 얼른 가서 일이나 해."
"이따가 출근한다니깐요."
"아이고... 사람 참 까칠해서 어쩐대? 알았어. 나는 갈 테니까 알아서들 해."
"저 원래 까칠한 사람 아니에요. 할머니한테만 까칠한 거예요."
"아! 그만들 좀 해요. 애도 아니고 유치하게 왜 이렇게 싸워요?"
걱정만은 할머니는 뜬금없이 찾아와 멋진 고양이를 소개해 주고는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빨래 걷으러 사라졌다. 내 마음만 천근만근이다. 젠장! 나더러 어쩌라는 건지, 참 무책임한 할머니다.
고양이 구조는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버림받고 살겠다는 의지조차 없는 녀석을 두고 가려니,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야! 너는 버려졌으면 억울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를 쓰든가 해야지! 왜 이렇게 불쌍하게 누워서 살 의지도 없어? 아휴, 불쌍해서 어떡하니? 아이고, 진짜! 어떻게 하지? 데려갈 수도 없고?"
가려다 말고, 또 가려다 말고, 결국 뒤돌아 다시 고양이 곁으로 가 섰다.
"에이~ 모르겠다. 일단 살리고 보자!"
지켜보던 도배 사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고~~~ 어떻게 하려고 그래?"
"몰라요! 제 눈으로 이 몰골을 봤는데 어떻게 해요 그럼? 일단 데려가서 살리고 봐야죠. 살려 놓고 주인을 찾든가 말든가. 어머!! 얘 좀 봐! 엄청 말랐어! 등뼈가 만져지는데요?"
"에이그, 그놈보다 나는 나사장이 더 걱정이다."
"됐어요. 저는 씩씩하니까 괜찮아요! 근데 똥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일단 좀 씻겨야겠는데?"
"도움도 못 되는 나는 속만 터지네! 내 새끼 가르치기도 벅찬 나는 할머니 말대로 가서 일이나 열심히 해야지! 에이, 그놈에 노인네. 상종을 말아야지!"
주변에 있던 박스에 고양이를 담아 공방으로 데려와 물부터 먹었다. 목이 마를 텐데 녀석은 의외로 물을 조금밖에 먹지 못한다. 전화를 걸어 집에 있는 남편을 불렀다. 집으로 가는 길 차 안은 똥냄새로 가득 찼다. 숨을 쉴 수가 없어 창문을 열었다. 지나가는 차들이 내뿜는 메케한 매연보다 똥 쉰내가 더 참기 힘들었다.
긴 털에 물든 똥물은 목욕을 시켜도 냄새사 가시질 않는다. 항문과 생식기는 똥독으로 부어올랐고, 염증은 진물까지 흘러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털을 밀어야 했다. 목욕을 마치고 수건을 두른 채 밥부터 먹였다. 며칠 굶은 것 같으니 습식 사료를 주었다. 사료 냄새가 나자, 녀석이 눈을 크게 뜨고 킁킁대며 밥을 찾는다. 제대로 씹지도 않고 순식간에 한 팩을 다 먹어 치우는 것을 보고 남편이 말했다.
"아니! 대체 얘는 얼마나 굶은 거야? 정신없이 먹네? 더 줘야 하는 거 아냐?"
"그러게? 한 팩을 금세 다 먹었어. 더 줘야겠다!"
두 팩을 다 비우고 세 팩째 주니, 조금 남겼다.
"그래도 먹어서 다행이네! 아까는 물도 못 먹길래 죽을까 봐 걱정했는데."
녀석은 목욕시킬 때도, 털을 밀 때도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얌전했다. 고양이 목욕과 미용이 이렇게 쉬웠던 적은 없었다. 작은방에 혼자 두고 적응시키기로 했다. 새로운 곳이 낯설 텐데도 밖에서 보다 훨씬 편해 보인다. 오래 굶어 식욕이 폭발하는지 이후로도 엄청 먹어댔다.
병원으로 데려가 건강 상태를 살폈다. 대체로 양호한 편이고 큰 병은 없었다. 굶은 지 일주일 정도 됐고, 귀에는 진드기가 있었고, 등과 엉덩이에는 진균성 피부염이 있었다. 중성화 수술은 되어 있지 않았고, 수컷인데 잠복 고환이라고 했다.
녀석 그런데 참 묘하게 생겼다. 예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생긴 것도 아니다. 조금 이상하게 생겼다.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니 어릴 적 만화영화 '이상한 나라의 폴'이 생각나 녀석 이름은 폴이라고 지어 주었다.
폴이 오고 난 뒤 우리 집 고양이 개들은 또 비상이다. 성묘이다 보니 유독 경계가 심하다. 며칠 작은방에서 적응을 마친 다음 거실로 내보냈더니 폴을 피해 우르르 몰려다니며 경계한다. 천방지축 마이콜과 베니까지도 긴장한 눈치다. 폴의 등장으로 며칠 집안이 조용할 것 같았다.
태풍이 올라온다더니, 바람이 심상치 않다. 테라스에 화분은 집 안으로 들이고, 어닝은 접었다. 공방 고양이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문을 닫았다. 귀티를 따르는 치즈도 공방으로 들어와 요란한 비바람을 구경한다.
나무 형제들을 부랴부랴 공방으로 대피시켰다. 어미는 공방까지 따라와 새끼를 내놓으라며 울어 댄다. 공방 문을 열어주니 무서워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밖에서 울고만 있다.
"하루만 참아. 새끼 데려가려는 거 아냐. 태풍 지나갈 때까지면 데리고 있을게. 나도 네 새끼들 또 키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태풍만 지나가고 나면 금방 보내 줄 테니까. 아! 그만 좀 울어. 이것아! 바람이 이렇게 부는데 새끼들 그냥 뒀다가는 다 죽어!"
"아옹~ 아옹~ 아옹~"
"아이고, 참 구슬프게도 우네!"
"아옹~ 아옹~ 아옹~"
"야!!! 그만 좀 울라고~~ 그렇게 걱정되면 안으로 들어오던가? 들어올 용기도 없는 것이 울어 대기는, 지가 언제부터 모성애가 그렇게 넘쳤다고 유난이지?"
"아옹~ 아옹~ 아옹~"
"에이! 몰라. 추워! 안 들어올 거면 문 닫는다. 너는 다 컸으니까, 네가 알아서 비바람 피해라."
밤새 요란했던 태풍이 지나가고 바람도 빗줄기도 잦아들었다. 태풍의 위력은 공방 근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공방 앞 작은 교회 십자가가 부러져 위태롭게 매달린 채 삐걱거리고, 어디선가 뜯겨 날아온 패널은 골목 바닥을 차지하고 누워있다. 옆 상가의 낡은 간판은 날아온 무언가에 얻어맞고 깨져 있고, 공터에 길게 자란 풀들은 쥐 죽은 듯 납작 엎드려 있다. 가지가 부러지고 뿌리째 뽑힌 나무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떠나고 없는 마을.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을씨년스럽기만 한데 누구 하나 치울 사람도 없다.
나무 형제들은 어미에게 돌려보냈다. 새끼는 어미 품을 파고들고 어미는 새끼를 연신 핥아댄다. 이산가족 상봉이 따로 없다.
비가 그치고 폴 주인을 찾는 전단과 테이프를 들고 발견된 다세대 주택 근처로 향했다. 주변 빌라들은 이미 모두 빈집이었다. 전단은 붙이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갔건만 사람도 없는 마을에 전단을 붙여 뭐 하겠는가? 폴은 버려진 것이 분명했다.
"빌어먹을 것들! 멀쩡한 고양이를 버리길 왜 버려? 고양이가 쓰레기야? 이사 간다고 버리고 가게? 미친것들. 죽을 거 뻔히 알면서도 버리고 갔다 이거지? 어디 이사 가서 잘 사는지 두고 봐라! 재수는 온 붙을 것이고, 더럽게 고생하면서 평생 지지리 궁상맞게 살아라. 염병할 것들!"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블로그에만 올렸던 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목공방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지만, 목공보다는 고양이 동영상이 더 많다. 폴 이야기를 시작으로 꼬맹이, 귀티, 나무, 베니까지 하나씩 편집해서 올렸더니 고양이를 좋아하는 구독자가 늘고 있다. 특히 폴 구조 영상은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폴은 중성화 수술을 했다. 고환이 피하지방에 위치하고 있어서 수술은 어렵지 않았고, 수술비용도 생각보다 적게 들었다. 폴은 생각보다 애교가 많았다. 물론 그 애교는 나에게만 한정된다. 확실히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몸도 마음도 편해진 폴은 이제 아무 곳에서나 벌러덩 눕는다. 내가 침대에 누우면 박치기를 하고, 몸을 비비고, 발라당 뒤집어져 애교를 부린다. 애교 많은 녀석 덕분에 오늘도 마음만은 푸근하다. 베니가 가장 먼저 폴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회성은 역시 베니가 최고다.
작가의 말---
다음 편(18화)까지 '이상한 목공방 1'을 끝내고 한 주 쉽니다.
그리고 바로 '이상한 목공방 2' 연재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2권은 스토리가 이어져 에필로그까지 20화 정도 예상됩니다.
공모전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죠?
요즘 소설 쓰시는 작가분들이 많이 늘어 반갑고 좋습니다. ^^
모두 파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