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끝난 후 지하 연습실로 돌아왔다. 핸드폰으로 만든 조명과 여러 대의 난로들. 불을 끄니 난로의 불빛마저 은은한 조명이 되었다.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술과 안주들. 연극 동아리에서 공연을 올리고 운동장에서 술을 마셨던 경험이 떠올랐다. 다른 점을 찾는다면, 이곳엔 기타가 있으며 노래방이 아닌 곳에서 마음 편히 노래를 부른다는 정도.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형과 누나들. 영상으로 봤던 사람들을 직접 보는 느낌은 꽤나 신기했다. 그리고 다른 노래들도 물론 훌륭했지만, 특히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를 들을 때는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꿈을 꾸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참 묘했다. 묘하다는 단어에 담긴 뜻처럼 그 감정은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웠다. 노래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항상 속으로 따라 하면서도 한 곡도 부를 수 없는 내게, 자유로이 기타와 마이크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은 동경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비록 악보를 볼 줄 몰라서 헤매긴 했지만, 내가 그런 자리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급하게 고른 더 자두의 〈대화가 필요해〉가 이처럼 특별한 추억으로 남게 될 줄이야. 이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됐다는 점이 낭만적이다.
떠올리며 글을 쓰는 내내 연습실의 풍경과 분위기가 그려졌다. 문득 다 같이 빙 둘러앉은 채로 싱어롱을 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연이어 '이 자리는 하나의 숨구멍으로써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연습실에서 술과 함께 기타와 마이크를 손에 쥐던 사람들에게도, 이곳은 숨구멍이자 대학교 동아리의 연장선처럼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이렇듯 머무를 장소가 있다는 게 멋있다.
동호회 사람들은 제가 금방 포기할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무대에서 기타 치면서 노래를 부른 일 자체가 인간 승리라는 말도 들었죠. 하이 코드를 잡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무대에 서는 것도 그렇고요. 동호회에서 하는 작은 무대는 다섯 번 정도? 그리고 일 년에 두 번 있는 정기 공연에는 세 번 참여했습니다. 그런 덕분인지, 사 년 만에 기타를 꺼냈는데도 하이 코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기본 코드는 몸이 기억하고 있었구요.
정기 공연에 참여했던 영상이 유튜브에 남았습니다.
너의 의미(cover) - 기초수급자 '대전통기타리스트 어쿠스틱바캉스'
https://www.youtube.com/watch?v=5ScS0o8u26o
바람이 불어오는 곳(cover) - 기초수급자 '대전통기타리스트 어쿠스틱바캉스'
https://www.youtube.com/watch?v=6dZG49XWoAg
키썸 first love(cover) - 나는너를좋아하고너를좋아하고너도나를좋아하고나를좋아하고우린서로좋아하는데도그누구도말을안해요 '대전통기타리스트 헬로우통리'
https://www.youtube.com/watch?v=j3Ekkj_7xbg
신현희와 김루트 오빠야(cover) - 나는너를좋아하고너를좋아하고너도나를좋아하고나를좋아하고우린서로좋아하는데도그누구도말을안해요 '대전통기타리스트 헬로우통리'
https://www.youtube.com/watch?v=43cQ1twHVAs
17년여름공연-비맥골_I will
https://www.youtube.com/watch?v=6ILULpDNdk8
17년여름공연-비맥골_뚝뚝뚝
https://www.youtube.com/watch?v=1-xonOYvhNQ
말장난을 좋아하는 건 오랜 습관입니다. 개명 전 이름 '지수'로 살 때였습니다.
스물네 살과 스물다섯 살의 대부분은 기타 동호회 활동에만 매진했습니다.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고, 대학교에 찬조 공연을 하고, 지하상가에 있는 작은 무대에서도 기타를 치고. 소중한 친구도 이 동호회에서 만났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정말 언젠가는 다시 또 기타를 치고 싶습니다.
(100%)은 '완성도가 100%'라는 뜻입니다.
인스타그램: anda.hun
* 『문장의 B컷』은 격주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