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천 원짜리 즉석복권 두 장을 구매했다. 천 원짜리 즉석복권은 동전을 긁어서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복권인데, 여섯 개의 숫자 중 왼쪽에 있는 행운숫자와 일치하는 게 나오면 당첨이 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월요일에 산 복권에서 각각 오천 원, 천 원이 당첨되었고 그걸 화요일에 다시 천 원짜리 복권 여섯 장으로 바꿨다. 여섯 장 중 네 장은 꽝, 두 장은 각각 천 원이 당첨되어 어제 다시 두 장의 복권으로 바꿨는데 결과는, 물론 꽝이었다.
나는 이렇게, 결국에는 꽝으로 수렴되는 복권을 매주 서너 번씩 아주 성실하고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 남편은 나에게
"왜 자꾸 복권을 사는 거야?"
라고 물었고 나는,
"몰라서 물어? 너 때문이잖아."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의 대답은 백 프로 진심이다.
나는 머릿속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이상한 삶의 균형 같은 걸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나에게 나쁜 일이 일어났으면 언젠가는 딱 그만큼의 좋은 일이 일어날 거고, 나에게 힘든 일이 발생했다면 또 그걸 상쇄할 만큼의 신나는 일도 발생할 거라는, 행과 불행의 균형 같은 것 말이다.
물론 주변을 돌아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누군가는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평안하고 안온한 삶을 영위하고 있고 다른 누군가는 죽을 만큼 노력해도 언제나 진창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불행하게 후자가 나의 남편이고, 남편과 십 년을 넘게 살다 보니 내 삶도 진창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온 다리에, 온 팔에 심지어 얼굴에까지 더러운 흙이 튀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내 얼굴에 튄 흙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숨기기에는 내 불행의 사이즈가, 너무 커져버렸다.
그래서, 그래서 내가 복권을 사는 거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균형 감각에 의하면, 나에게 충분한 불운이 닥쳤으니 이제는 행운이 닥칠 시간이기 때문이다. 큰 불운이, 그로 인한 불행이 오래 지속되었으니 큰 행운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올 거라는 믿음에 복권을 사는 것이다.
나는 로또는 잘 사지 않는다. 로또 1등만큼의 행운은 오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내가 사는 건 꼭 천 원짜리 즉석복권, 스피또 복권, 1등을 하면 5억을 주는 복권, 내가 바라는 행운의 크기는 딱 그만큼이다.
지금까지 4년째, 매주 서너 번씩은 꼭 복권을 구매하고 있으니 내가 산 복권만 해도 얼추 천 장이 될 텐데 이상하게 만원 이상은 당첨되어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기온이 32도가 넘는 오늘도, 반바지에 모자를 눌러쓰고 복권을 구매하러 갈 예정이다.
최근에 특별히 더 불행하고 특별히 더 두려운 일들이 많았으니, 특별히 더 좋은 일이 생기겠지.
그게 내가 믿고 있는 삶의 균형이니까. 그게, 내가 끝끝내 놓지 못하는 희망의 지푸라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