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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타에서 아토목세틴으로 갈아탄 후기

이번 회차는 약 체험수기로 대체합니다.

by 마인드립

이달에도 강의 일정들이 있어서 오늘 예정된 비약물치료와 관련한 학회 자료를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최근에 시도한 콘서타를 아토목세틴으로 교체한 후기를 소개드립니다.


저는 최근까지 콘서타 36미리, 메디키넷 10~20미리, 플루옥세틴 40미리로 유지를 했습니다.

플루옥세틴은 20대 초반부터 지속된 강박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10년 이상 유지했던 약입니다.


저는 평소 너무 굼뜨게 움직이고 말을 하며 어떤 일이든 시작하는데 불필요한 과정이 많습니다. 또 이런저런 잡념이 많다 보니 대화 중이더라도 순간 딴생각을 해서 되물어야 할 경우가 자주 있고요. 치료제는 이런 행동을 없애주지는 않지만 덜 하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대화를 할 때 다음 말 할 내용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서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약을 복용하면 자연스럽고 끊기지 않게 할 말이 연결되면서 동시에 가장 전달해야 할 메시지와 대화의 목적을 놓치지 않고 의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효과가 떨어질 무렵부터 찾아오는 "졸음과 멍함"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분들께 오후에 부스터용 메디키넷을 드리지만, 저와 같이 장시간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야간진료, 야근) 부스터 용량의 효과가 떨어질 무렵에는 더한 졸음과 피로감이 찾아오게 됩니다.

(저의 경우, 8시 콘서타 복용 시 3시경 최고 효과를 보인 후 5시부터 효과 감소와 함께 졸음, 이를 방지하기 위해 3시 메디키넷 10~20미리 복용 시 7시부터 졸음과 피로감, 9시 늦은 저녁식사로 인한 과식)


요즘 ADHD약에 대해 남용, 습관성을 이유로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아서 증상 호전과 상관없이 의존성으로 인해 약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려고 생각하던 차에 오후에 피로감이라는 불편을 극복하고자 이번에 수년 간 유지했던 콘서타를 중단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지는 과도한 업무와 주말에 잡혀있는 강의 스케줄을 해나가며 약을 빼는 것은 무리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 망설였지만 아토목세틴 소량을 병용해서 충분히 유지한 후에 효과 감소가 걱정이 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콘서타를 감량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1단계

원래 복용하던 용법에 아토목세틴 10미리를 추가로 복용하기를 2주간 지속했습니다. 약간의 입마름이 생기는 정도 외에는 불편함은 없었고 오후에 졸린감이 약간 덜한 것 같다는 느낌 정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2단계

오전 콘서타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점심때 아토목세틴 25미리를 복용했고 부스터 메디키넷은 중단했습니다. 오후에 메디키넷을 복용할 때 오전의 콘서타 효과와 더해지면서 생각이 또렷해지고 말이 생각한 대로 잘 나오는 구간이 사라진 것은 아쉬웠지만 정신이 깨어있고 잡념이 덜하면서 그런대로 움직여지는 은은한 효과가 늦은 저녁까지 잘 유지되면서 오후 졸림도 사라졌습니다.

하나는 잃었지만 다른 하나는 얻은 느낌?

졸음이 더 괴로웠기에 또렷해지는 구간이 없어지는 것은 그리 아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안 그래도 스트레스로 수면이 약해지던 차에 새벽에 두 번 이상 깨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한 일주일 고생하다가 도저히 피로를 견디기 어려워서 가장 무난한 비습관성 수면 보조약인 트라조돈을 25미리 유지하면서 해결이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의 부작용, 구갈. 입마름이 심해져서 상담 중 수시로 물을 마셔야 하는 일이 생겼지만 평소 잘 안 마시는 물을 꾸준히 마시는 습관이 생긴 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아토목세틴 복용으로 자극제의 단점인
'효과의 기복'을 줄여주는 작지만 일정한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토목세틴과 플루옥세틴은 서로 강력한 상호작용이 있어서 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플루옥세틴을 한 알 20미리로 감량했습니다. 현재까지 감량에 따른 강박행동 증가나 불안도 상승 등의 불편은 없습니다. (과민해지는 여부는 주변에 물어봐야 하지만 가족이나 직원에게 물어보자니 다른 상황에서 제가 불리해질 수 있어서 아직 묻지는 않았습니다 ^^;)


콘서타는 LED등을 일정시간만 켜주는 효과라면 아토목세틴은 어둡지 않은
가로등을 꾸준히 켜놓은 느낌으로 비유하면 더 이해가 되실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덤으로 얻은 것은 효과가 늦은 시간까지 유지가 되는 만큼 식욕 반동 또한 줄어서 밤에 군것질을 하는 습관이 줄어든 것입니다. (아싸~!)

3단계

이렇게 2단계를 3주가량을 유지하다가 오전 콘서타를 종 종 18미리로 바꾸어서 복용하고 주말에는 복용 안 하기도 하면서 아토목세틴을 40미리로 증량 했습니다. 그리고 용법을 오전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렇게 느슨하게 콘사타 소량을 약 2주간 띄엄띄엄 사용하다가 콘서타는 아예 중단한지 2주가 되어갑니다.

(플루옥세틴과 상호작용으로 아토목세틴 효과는 50미리 이상을 사용한 것에 가까울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콘서타만 36미리만 복용할 때에도 생각이 선명하고 또렷해지는 효과 구간은 어차피 짧았기 때문에 아토목세틴만으로도 일정 정도 정신 차리고 살 수 있는 정도의 효과가 유지됨을 느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후에 갑자기 급 피로해지는 현상이 없는 것은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이렇게 약 2달여에 걸쳐 3단계의 과정을 통해 콘서타+메디키넷을 아토목세틴으로 교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저의 경우 수 년 전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제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수행을 해왔기 때문에,

이 방식이 다른 분들에게 똑같이 적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이어오지 못했던 기능을 치료제로 어렵게 살려놓았는데 약을 중단했을 때 또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걱정과 두려움은 쉽게 떨치기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지만 제 경험을 통해 자극제 치료제를 평생 중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자극제가 그렇게 의존성이 높다면 제가 전문가이더라도 수년간 장기 복용한 약의 의존성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을 텐데요. 3달 이내에 하루 평균 56미리의 메틸페니데이트를 중단하고 문제없이 지내는 것을 보면 심히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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