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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몽당연필 Jul 12. 2022

6화. 애인에게 소변을 오픈했다

소변 컵은 사랑을 싣고

 “우두두둑.”


 내 발목에서 난 소리다.


 곁을 스쳐 지나가던 사람들 시선이 모두 내게 꽂힐 정도로 큰 소리였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목이 꺾인 것이다. 1분도 안 되어 발등이 아기 주먹만 하게 부풀어 올랐다. 집까지 가려면 버스로 환승해야 하는데 이 다리로 불가능하다. 바로 집으로 갈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

 망설이다가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어디예요?”


 “택시 타고 집에 가는 중이에요. 회식이 늦게 끝나서. 집에 거의 다 도착했는데.”


 다행이다. 그의 집은 내가 있는 지하철역 근처다.


 “택시 돌려서 이리로 와 줘요. 나 다리 부러진 것 같아.”


 남자 친구는 5분도 안 되어 도착했다. 코끼리 다리가 된 나는 그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향했다. 의사는 엑스레이 찍기 전에 나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임신 가능성 없으시죠? 이 종이컵에 소변을 3분의 1 정도 받아 오세요."

    

 뼈 이상을 확인하는데 왜 소변이 필요한지 몹시 궁금했지만 되묻지 못했다.

 남자 친구는 화장실 앞까지 나를 부축해 주었다.

 맡은 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나온 내 앞에 2차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젠장... 성치 않은 다리로 이 소변 컵을 저기까지 어찌 갖다 놓는담. 어, 안 돼, 제발 다가오지 마...’


 듬직한 그가 내게 손을 내민다. 이번엔 부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의 애인은 갓 추출한 따끈따끈한 액체가 든 종이컵을 들고 의사에게 향한다. 망했다.


 다행히 뼈는 무사했지만 인대를 심하게 다쳐 깁스를 하고 응급실을 나섰다. 그가 나를 집에 데려다주며 물었다.     


 “어쩌다 그런 거예요?”


 “휴대폰 보면서 계단 내려오다가...



 

  10년이 지났으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여보... 그때 당신 손에 들렸던 그 오줌에... 알코올이 18...  18% 정도 함유되어 있었을 거야...”     


 (그렇습니다. 그날의 일은 동료들과 술 마시고 집에 돌아가던 중에 생긴 사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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