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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씨 Jun 02. 2024

행운은 언제나 행복 속에 있다.

넌 나의 네 잎클로버야.





"만약,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친구들과 이야기 중에 이런 질문을 종종 받은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지금이 나에겐 가장 행복한 순간들인 것 같아..."


난 정말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어나서 기억하는 순간부터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는 불행하다 생각하며 살았다. 내 불행의 시작과 끝은 아빠의 존재였고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행복해 지려 하기보다는 불행해지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조금이라도 불행의 징조가 느껴지면 필사적으로 불행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일부러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해서 더 나쁜 소식이 생겨도 내가 감당할 수 있도록.  잠자리 들기 전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모두 시뮬레이션해 보고 마음속 가득 불안을 안고 잠에 들고는 했다. 그래서 나는 밤이 싫었다. 눈을 감아야만 했고, 지독히도 혼자여야만 했다.


불행해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삶은 불안하다. 불행해지지 않고 싶은 마음에 늘 조바심을 가지게 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고 늘 과거로부터의 경험에 의존해서 미래의 다가오지 않은 것들에 대비하려 한다. 내일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삶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다.


'50평대 신축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다. 엄마들에게 집 한 채씩 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일들만 하며 살고 싶다.'


이런 생각들은 나를 더욱더 조바심 나게 만들고 나의 지금 이 순간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고는 한다. 그 바람들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살아가는 나를 얼마나 채찍질해야 하는지, 나의 지금을 얼마나 불행하게 할 수 있는지를 이제 나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다가올 미래보다 지금을 만끽하려 한다.


오늘 아침 사랑하는 딸아이의 옆에서 눈뜨는 이 순간을, 병아리처럼 삐약거리는 딸아이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이 순간을. 장난치는 신랑의 손길을. 그러다 넓은 품에 나를 안아주는 그 따스함을.


그러다 보면 문득 불행했다고만 생각했던 어릴 적 행복의 순간들이 떠오르고는 한다.


한적한 일요일 아침 늦게까지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 엄마가 끓이는 된장찌개 냄새에 눈을 떴던 순간. 거실에서는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 속 송해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아빠가 술에 취하지 않은 어느 날 나를 오토바이 뒤에 태워 용두산공원에 올라가 가던 그 순간 내 두 볼을 스치던 시원한 바람결. 초등학교 소풍 가던 날 이른 새벽 아침부터 김밥을 싸는 엄마의 모습, 그런 엄마를 보는 나를 바라보며 웃음 지어주는 엄마의 미소.


내 주변에 늘 함께 하고 있던 행복들 속에서 이따금 행운을 발견할 때마다, 다가오지 않은 내일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거나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등굣길에서 아파트 화단에 수북이 있는 세 잎클로버 무리들을 발견했다.


"우와~엄마! 여기 봐! 네 잎클로버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네 잎클로버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딸아이가 소리쳤다.


"엄마 찾았어!!!!"


"어디?"


"여기 내 옷에 네 잎클로버 있잖아!"






"하하하하하, 그래 맞네~ 네 잎클로버가 여기 있었네!! 맞아 우리 딸이 엄마한테 네 잎클로버야~~!!"


"아니 나 말고 내 옷에 있다 구우~~!!"


"그래그래 알았어~ 네가 네 잎클로버야~"


"아 진짜~엄마도 참~"


아이와 함께 등굣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아이의 하교 이후에도 내가 아이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아이의 이런 빛나는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의 행복(세 잎클로버) 속 너라는 행운(네 잎클로버)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 세상에서 네가 엄마 딸로 와준 게
나에게 가장 큰 행운이야.

그 행운을 만나게 해 준 수많은 행복들에게 감사해.











메인사진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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