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참 좋다
중앙도서관에 가방을 놔두고 밖으로 나왔다. 간만에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했더니 하루가 길어져서 좋다.
은행나무 앞으로 갔는데 은행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가을 공기가 몸 안을 가득 메운다. 가을은 좋은데 은행 냄새는 아무래도 별로라서, 오늘은 은행나무 말고 소나무 아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머리 위에는 실구름도 없는 하늘색 도화지가 덮여 있고, 선선한 바람은 낙엽을 이리저리 바삐 굴린다. 나의 소풍을 반겨주는 작은 솔방울들은 노트북 위에 앉았다 도망간다. 오늘은 이 그림이 평소보다 더 마음에 든다. 여기 더 오래 앉아 있다가 바람이 거세지면 들어가야겠다.
중간고사 기간이 무탈하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바빠도 맛있는 거 잘 챙겨먹고 행복한 말들 하면서 견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