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의 온도는 그렇게 식어갔다

더 가까워지지도, 더 멀어지지도 않기로 한 마음

by 단월
이별은 한 사람이 마음을 닫을 때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가 아주 천천히, 같은 속도로 물러날 때 —
그제야 비로소, 공기의 결이 달라졌다.


어느 날부터였다.
인사는 여전히 했지만,
그 뒤에 이어지던 대화가
사라졌다.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그 말 뒤에 붙던
“근데 어제는요~”
사소한 수다가 없어졌다.

그게 서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은 편했다.

이사 계획이 잡혀 있었고,
마음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이라는 마음 때문에
선을 완전히 긋지 못하고 있던 건
나 혼자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옆집에서 민원이 들어왔다.
복도에 놓아둔 아이 물건 때문이라고 했다.
충분히 이해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동안 “아이 웃음소리 들려줘서 고맙다”라고
말해주던 사람들이라
괜스레 마음이 서늘해졌다.

아랫집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엔 아이들 뛰어도
서로 예민하게 굴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요즘엔 천장을 향한 ‘쿵쿵쿵’ 소리가
하루에도 여러 번 들려왔다.

“우리도 서로 힘들구나.”
그걸 인정하니 마음은 더 차분해졌다.

그즈음,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하루를 묻지 않았다.
괜히 더 가까워졌다가
떠날 때 더 아파질까 봐,
서로가 조용히
거리를 맞춰가고 있었다.

정이 식는 건
시간이 흐른 탓도,
누가 잘못한 탓도 아니었다.

그저 머물던 사람이
떠날 준비를 할 때,
머물던 곳도 함께
마음을 거두는 것뿐이었다.

이웃 간의 온도는
그렇게 조용히 식어갔다.
미움이 아니라,
평온을 남겨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