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풍, 다른 마음 — 세 번의 가을로 알게 된 나
이 집 창밖의 가을은 매해 똑같이 찾아왔다.
첫해엔 경이로웠고, 이듬해엔 버거웠으며,
세 번째 가을엔 작별을 배웠다.
풍경은 그대로였고,
바뀐 건 오직 내 마음뿐이었다.
가을 이사였다.
첫해의 단풍은 거의 기적 같았다.
매일 아침, 잎의 색이 한 톤씩 번지듯 달라졌고
연두가 황금이 되고, 주황이 붉음으로 깊어졌다.
알록달록한 물감이 산 전체를 천천히 덮어
어느 날은 창밖이 통째로 거대한 캔버스 같았다.
나는 그 앞에서 숨을 죽였다.
‘세상에, 단풍이 이렇게까지 매일 자라나는 빛이었나.’
그때의 나는 단풍을 ‘감동’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하지 못했다.
이듬해의 가을은,
풍경이 똑같았는데 마음이 달랐다.
남편은 해외 출장이 길었고,
두 남매를 혼자 돌보는 일은
매일이 작은 산 하나씩을 넘는 일이었다.
배는 무거워졌고,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만삭을 향해가는 몸으로,
어린이집 하원길과 저녁 준비 사이를 뛰어다니며
창밖의 화려한 단풍을 본다 해도
그날의 나는 감동보다 을씨년스러움을 먼저 느꼈다.
같은 붉음인데, 어쩐지 더 차갑게 보였다.
단풍은 그대로였고,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세 번째 가을이 왔을 때는,
떠날 준비가 이미 마음속에서 시작되어 있었다.
단풍은 여전히 정교하게 퍼져나갔고
산은 다시 거대한 수채화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아름다움이
나를 붙잡지 않았다.
‘이 장면을 내 생에 세 번 보았구나.
그리고 이제는 마지막이겠구나.’
미련, 아쉬움, 안도, 고마움이
한꺼번에 마음에 포개졌다.
나는 창틀에 기대 서서
그 감정들의 층을 차례로 통과했다.
지난 두 번의 가을을 떠올리며 알게 됐다.
감동하던 나, 버거웠던 나,
그리고 이제 조용히 떠날 수 있는 나.
풍경은 똑같았지만,
그 사이에 나는 세 번 바뀌었다.
그러자 어떤 생각이 끝까지 닿았다.
내가 떠난 뒤에도 이 산은
매해, 잊지 않고
봄의 연두를 올리고 여름의 초록을 짙게 만들고
가을이면 다시 물들고 겨울이면 고요해질 것이다.
내가 이곳을 떠난다고 해서
풍경은 멈추지 않는다.
자연은 한 번도 나의 소유가 아니었다.
그저, 내가 잠시 머물렀을 뿐이었다.
이별이 슬프지 않았던 이유를
그때 이해했다.
풍경은 그대로이고
나는 또 다른 나를 향해 이동할 뿐이라는 걸.
세 번째 가을을 지나며,
나는 비로소 안녕을 말했다.
“고마웠어요.
당신은 계속 물들고,
나는 다음 계절로 건너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