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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Jan 23. 2024

인디아나 존스

세 남자 

아직도 속편이 나오는 인디아나 존스.

80을 넘은 해리슨 포드의 액션 연기에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2023년의 인디아나 존스가 마지막이라는 게 기정사실 같다.

해리슨 포드를 위해서도 관객을 위해서도 이쯤 해서 작별을 고하는 게 좋을 것이다.

양쪽 모두의 심장 건강에 안 좋다.


중학생부터 봤던 인디아나 존스는 나와 함께 성장한 영화이기도 하다.

도굴꾼으로 보이기는커녕 멋지고 지적인 모험가로만 보였던 닥터 존스.

시간이 흐르고 속편이 이어지며 

인디아나 존스를 중심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한다.

캐릭터와 함께 늙어가는 내 눈에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나에게도 아빠와 아들이 있기 때문일까?


나의 최애 인디아나 존스는 3편인 최후의 성전이다.

해리슨 포드와 숀 코넬리의 케미가 너무 좋아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시리즈 중, 최애로 꼽는다.


행방불명된 아빠를 찾아 나선 아들. 눈치 없고 엉뚱한 아빠가 걱정이다.

하지만 아빠의 눈에, 아들은 그저 몸집 큰 어린 아이다.

만나면 티격태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쩌면 이렇게 내 처지와 비슷할까?

아빠를 만나면 좋고, 아들을 만나면 사랑스럽고..

문제는 그게 언제나 잠시라는 거다.

서로의 다른 점을 틀렸다고 우겨가며 서로의 감정에

상처를 입힌다. 돌아서면 후회할 일을 매번 한다.

말주변 없는 것도 후회 잘하는 것도 유전자를 거스르지 못한다.


완벽한 오락 영화가 인생살이 다큐처럼 보인다.


결정은 느리지만, 아빠들은 아들들보다 현명하다.

경우의 수를 생각하다 보니 아빠들은 결정이 느릴 뿐이다.

영화 내용이야 늘 그렇듯 모험담을 거쳐 사랑까지 얻는 인디아나 존스.

그 사랑이 가족 사랑으로 진화를 했다.

세상 돌고 돌아 가족의 품으로..

역시 아빠들은 묵직한 한 방의 가르침이 있었다.


한국에 머물고 있을 때, 친구 상철이가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

아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는 사진이었다. 부러운 모습이었다.

아직은 미성년자인 아들이 빨리 21살이 됐으면 하는 바람마저 들었다.

그리고 내 아빠에게 까지 생각이 미쳤다.

혹시 아빠도 나와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건 아니실까?

쑥스러워 아들에게 묻지 못하고 계신 건 아닐까?

시간 낭비 않고 바로 아빠에게 여쭸다.

"아빠 저랑 맥주 한 잔 하러 나가실래요?"

아빠의 눈이 커진다.

"너랑 둘이서?"

"네, 둘이서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갑자기 침묵.. 그리고 밀려오는 서먹함.

참을성 없는 내가 한숨을 내쉬려고 할 때..

"싫어!"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건 뭘까? 방금 까인 건가?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오가고..

질 수 없다. 나는 큰소리로 외친다.

"내 아들 옷 입어! 할아버지랑 치킨 먹으러 나가자!"

그 소리에 나갈 준비로 바빠지는 나의 아빠. 

 

묘하게 닮은 세 남자가 치맥을 먹은 어느 여름밤이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시작

Raiders of the Lost Ark (1981)

Director: Steven Spielberg

Cast: Harrison Ford, Karen Allen, Paul Free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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