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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Aug 15. 2021

이렇게 고달픈 직업이 또 있나

간호사


모두가 각자의 역할이 있다. 병원에서도 그렇다. 의사가 일일이 모든 의학적 처치들을 다 시행할 순 없다. 반대로 간호사가 환자에게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을 질 수도 없다. 각자가 하여야 하는 일이 있을 뿐이다. 누구 하나가 빠지면 병원이 잘 굴러갈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간호사 선생님들은 유달리 푸대접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그 친구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이렇게 고달픈 직업이 또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선 같이 일하는 의사들부터 문제일 때가 있다. 환자를 지켜보던 한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지자 담당 의사에게 연락하여 '지금 환자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A약물을 처방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랬더니 수화기 너머로 돌아오는 답변이 참으로 가관인 것이었다.

   "A약물 처방하고 싶어요? 그러면 의대가세요."

대체 무슨 생각에 빠져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담당 의사는 환자의 상태도 묻지 않은 채 그리 답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매일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두 직종이 함께 일을 하다보니 싸움이 잦은 것까지는 이해한다만, 그래도 가끔 보면 의사들도 너무한다 싶을 때도 많다.


더 큰 문제는 환자들한테 있다. 일단 몇몇 환자들한테 간호사는 의료인이 아닌 것 같다. 우리 병원만 해도 그렇다. 아직 학생이지만 나는 병원 실습을 다니며 흰 가운을 입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들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병원에 있다 보면 간호사 선생님들을 '아가씨'라고 부르는 어르신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친구한테 듣자니 더 심한 경우도 많은 것 같았다. '야', '이년', '저년' 등 조금만 불만이 생기면 간호사들에게 험한 말을 쓰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화를 내며 간호사를 괴롭히고 있다가도 의사 선생님이 오면 "아이고 의사 선생님"하며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고 하니, 간호사들로선 여간 속이 타들어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몸이 아프면 마음까지 아픈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언젠가 내 친구는 간경화가 와서 의식이 조금 좋지 않은 남자 환자를 간호한 적이 있었다. 환자는 상태가 좋지 않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환자가 갑자기 소변이 급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소변줄을 삽입한 상태도 아니었기에 내 친구는 환자를 옆으로 돌아눕게 하여 소변통에 소변을 보게 하였다. 환자가 몸을 가눌 수 없으니 내 친구가 장갑을 끼고 환자의 성기에 손을 대어 소변통에 소변을 볼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환자의 말이 충격적이었다.

   "아, 좋다. 남자친구있어? 너가 만져주니까 좋아. 조금 움직여봐."

이것 이외에도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내 친구가 환자로부터 들어야 했던 희롱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병원 밖에서는 발칵 뒤집어져야 하는 일임에도 '환자'라는 이유로, '아프다'는 이유로 더러운 마음을 실컷 표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나는 내 친구가 자랑스러울 때가 많다. 약속 시간을 맞추느라 허겁지겁 뛰어오면서 오늘도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환자가슴뼈를 부쉈노라 멋쩍게 말하는 친구가 존경스럽기도 하다. 생명을 다루는 일은 인생을 바쳐볼 만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리고 병동을 뛰어다니며 환자를 살리느라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그게 의사이든, 간호사이든, 혹은 다른 인물이든 말이다.


우리 사회도 의료진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격려를 보내줄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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