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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 Jan 24. 2024

나무, 안아주다

힘들 땐 무릎을 그러모으지


지친 하루였다

신 벗고 털썩 

걱정 얼굴의 집식구가 안부한다


밥 차려줘? 아니.

차 한잔 줘? 아니.

그럼 뭐 해줄까? 한번 안아 주든가


말없이 성큼성큼

곰 한 마리가 두 팔을 활짝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안아준다




어김없이 밝은 새 날, 밥벌이 가는 길

면(面) 튼 지 27년 차 소나무는

늘 그 자리 우두커니 섰다


사람도 외로우면 

무릎을 그러모으며

나도 나를 안는데


만날 서 있는 나무

참 외롭겠다 싶어

나무, 안아주다



주변을 돌로 쌓아놔 접근이 어려웠다. 지난 해, 저 수풀 헤치고 나무 손으로 만져주고 토닥토닥 안는데... 신호등 기다리던 이들의 몇 마디 "아픈 사람 인갑다." 환자될 뻔...


영하 7도 강추위 속 늦퇴근길. 나무, 안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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