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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오르는 길에서 만난  기쁨

아차산, 초면이지만 반가웠어요.

by 꿈달 Ma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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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왜 산을 오르는가?

어차피 내려올 텐데?


늘 이런 사고방식을 가졌던 나였다.


클라이밍을 배우고 싶어 시작했지만, 결국 그만두게 된 이유도 다름 아닌 등산 때문이었다.


클라이밍 수업을 듣다 보니 다들 산을 타더라...

산을 타다가 암벽에 욕심이 생겨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어쩌면 내가 배우던 그 시기가 마침 그런 사람들이 우연히 모여 있던 시기였는지도 모르겠다.


몇 달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산행이 따라왔다.

함께 가자길래 따라나섰다.

하지만 암벽을 오르는 것은 흥미로웠어도, 암벽까지 가기 위해 산을 오르는 과정은 도저히 즐겁지가 않았다.


GG.

항복.

나 그만할래...


그렇게 클라이밍을 접었다.


그런 내가 문득 산이 가고 싶어졌다.

변한 것 중 하나였다.




모임에서 "산에 갈 사람?" 하는 공지를 보자 선뜻 댓글을 달았다.

쉬운 산이라기에.

함께 가는 일행 중 한 명이 "아차산은 슬리퍼 신고도 가요!" 하길래 믿었다.

등린이(등산 초보)인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 그렇구나! 했다.


그렇게 나는 아차산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등산하는 날, 그래도 등린이답게 등산화는 신었다.

등산복까지 갖춰 입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5호선 아차산역에서 모여 우리를 이끌어줄 대장 친구와 일행들을 만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차산을 향했다.


참 신기하다. 그렇게 많은 식당과 주택가를 지나면 산 입구가 나타난다는 것이.

그동안 몰랐는데, 산은 내 주변에 늘 존재하고 있었다.


조금만 걸으면 서울 한복판에서도 쉽게 산을 만날 수 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아차산 입구에 도착하니 가파른 계단이 보였다.

아... 난 이 계단이 참 힘들다.

산이니 흙길을 상상했는데, 나무 데크 계단이라니.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는 계단 오르기에 약하다.

보이는 것 답지 않게 저질 체력이라 숨이 턱턱 막힌다. 언제 끝나나...


하지만 언제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에도 끝이 있다.

데크 계단이 끝나고 나니 흙길과 바위길이 나타났다.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했다.


잠시 쉬며 바라본 서울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사뭇 달랐다.

반짝이는 한강, 저 멀리 보이는 롯데타워, 그리고 한없이 작아 보이는 아파트들.


한껏 작아진 세상을 내려다보니 떠오르는 말.


"세상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저 아래, 그 속에 있을 때는 살아가는 것이 버겁고 고되기만 했는데, 여기서 내려다보니 그저 작은 세상일 뿐이었다.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니 나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힘든 일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면 잊어버리고 살아가겠지.

하지만 이 잠깐의 여유만큼은 온전히 누리고 싶었다.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숨이 찼다. 하지만 그 숨 가쁨 속에서도 비탈을 오르는 재미가 있었다.


바위를 오르는 기분은 마치 클라이밍을 할 때와 비슷했다.


그렇게 오르고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


아차산 정상석을 발견했다.

너무 자연스러운 위치에 있어서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그곳.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말 이렇게 쉽게 정상에 도착했구나!"


그 후로 몇 번 다른 산을 오르고 다시 아차산을 찾았다.

그리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차산은 정말 쉬운 산이었다.

오르다 보면 아쉬워서 조금 더 가고 싶게 만드는 산.


그런데 처음 아차산에서 만났던 급경사 바윗길은 그 날 이후 가보지 못했다.

혼자서는 찾지 못할 것 같은 그 길.

아차산을 오르는 여러 길 중 처음 만났던 그 길이 가장 어려웠었는데 하는 생각이 드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혹시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 길마저 아쉬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브런치 글 이미지 1




바다는 무언가를 버리고 오는 곳이라면, 산은 무언가를 채우고 오는 곳이라 했다.


바다에서는 걱정을 덜어 놓고 온다면, 산에서는 살아갈 희망을 조금씩 채우고 오는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바다가 좋다.

하지만 산이 주는 힘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오르고 난 후의 희열과 만족감.

그것은 내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용기를 준다.


그 기분을 느끼게 해준 나의 첫 산, 아차산.


초면이지만 너무 즐거운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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