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1 (빛이 되고 싶다)

by 김인영


바람 부는 오후 택시에서 내리는 내게 오랜만에 만난 이웃이 반색한다. 자주 말은 섞지 않았어도 한 곳에 붙박이로 오래 살아 엘리베이터 안에서 친척보다 자주 보아온 사이이다. 그녀는 언제 떠나느냐고 내게 묻곤 ‘빛 같은 분이 가신다’고 말씀하시며 서운함을 나타내셨다. 난 순간 너무나 당황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내가 정들어 살던 곳을 정리하고 떠나려 하고 있던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와 ‘그리고 빛은 영원하다’ 연주를 듣고 ‘그분의 사랑이 영원하시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을 생각했다. 영원할 수 있는 힘. 빛과 그리고 사랑. 천체나 불 인공적인 조명 또는 특수한 생명체 따위의 스스로를 밝히는 현상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소개되어있는 것이 빛의 국어사전적 의미이다. 조금 더 찾아보니 명사로 사용되는 6가지 의미의 빛을 소개하는 가운데 희망이나 영광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나는 희망으로서의 빛을 선택하기로 한다.


늘 좋은 글을 올리시는 분의 블로그에서 ‘생각보다 길 수 있는 인생 여정. 바람보다 짧을 수 있는 인생 여정.’이란 구절을 보고 100% 인정했다. 사람의 계획대로 되는 세상이 아님을 잘 안다. 거실을 통해서 보이던 학교 담장을 뒤덮던 5월의 아름다운 장미와 놀이터에서 짓궂게 놀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번 5월이 마지막이다. 허전하고 아쉬움이 스멀거린다.

많이 외로웠던 시절이 있었다. 낯섦 때문이었다. 새날이 되어도 허전하고 답답했다. 그러 난 이제 나는 떠남을 아쉬워하고 있다.객지라고 생각하며 살아오는 동안 내게 빛으로 다가와 희망이 된 사람들 덕분이었다. 고마움을 일일이 표현 못해도 그들은 잘 알고 있으리라.


나이가 드니 막힌 곳이 많아진다. 생각도 막히고 몸도 막힌다. 막힌 곳을 뚫으려고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다. 남편과 찾은 곳은 참숯을 구워낸 후 그 뜨거운 열기로 몸의 막힌 곳을 통하게 해주는 참숯 찜질방이다. 그곳에는 강력한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나온다고 한다. 결국, 빛의 힘으로 치유를 받는 것이다. 나의 귀중하고 불완전한 몸을 위해서 말이다. 빛으로 몸도 마음도 함께 다스리는 나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문제가 없던 시대는 없었다. 오늘도 너무 많고 복잡한 문제로 세상은 시끄럽다. 정치 경제 관계의 문제뿐만 아니라 도덕적 불감증은 또 어떠하랴?

외국인 교수님이 말씀하는 것을 들었다. 언젠가부터 수출이 증가하면서 우리 민족은 모든 것을 돈으로 가치를 판단하게 되었다고. 맞는 말이다. 물질이 앞서다 보니 인생의 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것 아닌가? 우리는 원래 서로 돕고 콩 한쪽도 나누며 사는 민족이었는데 상대방을 경쟁으로만 보고 있으니 소통도 나눔도 사라지고 날카로운 반응만 있는 것 같다. 외국인에게도 보이는 것을 우리는 못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의 높은 벽에 가려 못 넘고 있는 것일까?


무엇으로 우리네 삶을 행복하게 할까? 물질의 힘으론 한계가 있음을 안다. 결국, 내가 먼저 빛이 되어 본이 되고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요즘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며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지혜와 협동과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검소와 용기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어린이가 듣는 이야기를 어른도 듣게 해주고 싶다. 영원한 사랑을 우리에게 알려주신 그분도 어린아이 같아야 마지막 승자가 된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나는 겉은 낡아도 속은 밝은 빛으로 빛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장미의 향기를 가슴속 가득히 채우며 아침 햇살 속으로 나는 뛰어든다. 아 ~빛이 내게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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