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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Oct 20. 2022

낯선 아저씨가 건넨 커피

 -<페이 잇 포워드>라는 영화가 생각났어요

직장 생활하면서 아들 간병도 틈틈이 해야 하는 내가 미용실에 들르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일 년에 서너 번 정도 미용실에 가는 게 고작이다. 그날은 예약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길에 미용실 문을 열어보았다. 얏호, 손님이 없었다. 그래서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퍼머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맘이 기뻤다. 원장님은 때마침 통화 중이었고 눈으로 환영 인사를 했다. 그래도 우린 서로 통한다. 왜냐하면 단골 미용실이니까.


https://brunch.co.kr/@mrschas/43


잠시 후에 꾸역꾸역 손님들이 들이닥친다. 텅 비어있던 가게에 내가 들어가면 곧 이어서 사람들이 내 뒤를 따라오기나 한 것처럼 붐비는 경우가 많은데 그날도 딱 그랬다. 미용실은 이내 북적대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 발 앞서서 당도한 나는 편안한 맘으로 퍼머를 시작했다. 두 시간 정도 지나니 북적댔던 미용실 안이 어느 정도 한산해졌다. 


어떤 아저씨가 커피 캐리어를 들고 들어왔다. 

- 원장님, 수고 많으십니다. 드세요. 손님분들께도 드리시구요.

아저씨는 츤데레 그렇게 말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의자에 앉는다. 

원장님은 아저씨가 들고 온 캐리어에서 커피 한 잔을 내게 전해준다. 

"어? 이거 마셔도 되나요? 낯선 분께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나는 처음 경험해보는 상황이라 얼떨떨했다. 그분이 어떻게 생긴 분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그렇게 아저씨와의 만남은 처음이고 마지막일 것이다. 미용실 풍경을 알지 않는가? 나는 나대로 어우동처럼 잔뜩 머리에 를 말고 있는 상태이고 그 아저씨도 염색을 하는지 머리를 온통 싸매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미용실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니 어찌 서로의 얼굴을 알겠는가? 


"제가 얼마 전에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봤어요."

나는 아저씨의 쪽을 보며 말을 건넸다.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감사한 마음을 말을 거는 것으로 대신했다. 내가 길에서 커피를 건네는 아저씨를 만났다면 이상한 사람으로 몹시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그분도 이 미용실의 단골인 듯 하니 마음의 문이 열렸다. 

"<Pay it Forward>(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영화 내용이 떠오르네요. 어제 제가 그 영화를 너무 감명 깊게 봤거든요."

 

[출처: 다음 영화]

무언가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사람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해 주되,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른 세 사람에게 똑같은 조건의 도움을 베푼다. 중학교 사회 선생님인 시모넷의 생활에는 모든 것이 잘 정리되어 있다. 셔츠, 연필 같은 주변 물건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고 시모넷은 학생들에게 일 년 동안 수행할 숙제를 내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오라는 것. 다른 아이들은 숙제는 숙제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트레버는 진심으로 이 숙제를 받아들이고 '사랑나누기'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그리고 자신의 엄마와 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트레버의 순수한 생각만큼 세상사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그의 용기와 노력은 번번이 좌절되고 마는데... 과연 그의 세상 바꾸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제가 아저씨께 커피를 제공받았으니 저도 불특정 3분에게 어떤 것으로라도 '도움 주기'를 할게요."

- 그거 좋은 말씀이네요. 저도 받은 사랑이 많아서 늘 사회에 감사한 맘을 가지고 있어요." 

요즘의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아저씨와 같이 모르는 누군가를 위하여 커피를 사들고 오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낯선 아저씨가 건넨 커피를 들고 미용실을 나서는데 언젠가 들른 적이 있는 '커피에 반하다'라는 카페 이름이 떠올랐다. 그날은 카페가 아닌 미용실에서 커피에 반했다. 



<페이 잇 포워드>라는 영화는 내 브런치 구독자인 '초이스'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초이스 작가님이 출간( '당신이 있어 참 좋다'라는 에세이 집)을 했다는 소식에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내가 출간하는 날이 온다면 '추천사'를 좀 부탁한다고 댓글을 달았더니,

이런 답장을 보내왔었다. 그래서 그 주말에 열일 제쳐두고 <페이 잇 포워드>라는 영화를 봤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숨죽이며 영화 속에 빠져서 그 귀여운 '트레비'의 '도움 주기' 성공 여부를 지켜봤었다. 한 번쯤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되었다.

       

그 영화를 내게 알게 해 주신 초이스 작가님의 '작가 소개란'을 보면,

KBS 드라마 PD입니다.
글쓰기 영화 예술 프로듀서 에세이스트 크리에이터
기타 이력 및 포트폴리오  
KBS <추리의 여왕 2> <김 과장> <그놈이 그놈이다> <정도전>  <어셈블리> <즐거운 나의 집>등 10편 넘는 드라마에서 연출을 맡았습니다.

라고 적혀있다.


내가 발행한 글에 초이스 작가님이 '라이킷(좋아요)'을 누르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소통이 시작되었다. 게다가 그분이 나의 구독자가 되셨다. 그분은 나의 46번째 구독자였다. 그 내용을 브런치로 발행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mrschas/52

나도 그분의 구독자가 되었다. 그 작가님은 나의 최초이며 유일한 '관심 작가'이다. 그분의 글은 믿고 읽을 수 있었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글은 '젊은 베리베리 스트로베리의 슬픔!'이라는 글이었다. 그분의 글을 읽으면 단숨에 글맛에 푹 빠지게 된다. 


https://brunch.co.kr/@williams8201/101


초이스 작가님을 통하여 멋진 영화 <페이 잇 포워드>을 보게 되었고 곧 이어서 미용실에서 커피 한잔을 얻어 마시게 되어 내게도 '페이 잇 백(돌려서 되 갚아주기)'이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 주기'를 할 숙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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