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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Nov 04. 2023

엄마가 아들에게, 그리고 아들이...

- '욥'의 엄마 같은 심정이란다

아들에게


아들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하나뿐인 아들아,

너는 11년 동안이나 몸져누워 있구나.

지금 내가 바로 '욥'*의 엄마와 같은 심정이라면 너는 알까?


오늘도 '옛적의 너'를 그리워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런 너를 품고 가는 나날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네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염없이 땀만 흘릴 때면 자장가를 부르게 되더라.

너만을 위한 자장가를...


자장, 자장 우리 아기~
꼬꼬 닭아, 우지 마라!
멍멍 개야, 짖지 마라!

은을 준들 너를 사며,
금을 준들 너를 사랴?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귀하고 귀한 우리 아기,
온 세상을 준다 해도
너와 바꿀쏘냐?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잘도 자네~


서른도 훌쩍 넘은 너를 갓 태어난 아기 재우듯 어르는 마음이 참 기막힌다.


아들아,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조금씩 지친다.

십 년의 세월은 긴 하루 같더니

열한 번째 해를 넘기고 있는 요즘은 종종 주저앉고 싶구나.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고생하며 고통 속에 지내는 너를 차마 바라볼 수가 없더라.

삼시 세끼 약을 너에게 들이 먹이며 지내 온 날들,

이제 진저리가 나는구나.

잠깐이라도 너의 곁을 떠나 있을 동안은 그나마 견딜 수 있더라.

고통당하는 자식을 바라볼 수 있는 어미가 어디 있겠니?


요즘은 또 이런 생각도 든다.

이렇게 살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너를 낳지 않았어야 한다고...

너를 낳았던 것이 너한테 미안하더라.

너의 엄마라는 것이 후회막급이다.


욥*은 자기가 태어난 것을 후회한다고 했었지?

혹시 너도 그러냐?


여기까지 생각하니 잠가둔 눈물샘이 터져버리네.

.

.

.

.

.


잠시 울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가슴을 짓누르던 것이 좀 가라앉는다.

내 마음이 녹아내린다.

마음의 밭이 기경(起耕)된다.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네가 이 어미를 빚고 다듬어 가는 중인가?


너에 대한 0.001% 희망마저 내려놓고

언제라도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맘을 먹어보기도 한다.

잠 못 이루는 밤에는 혼자서 별생각을 다 하네.


그러나 네가 없어진 마른하늘을 젖은 눈으로 바라볼 자신이 없다.

마음이 더 바닥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만 총총...





부모님께


알아요. 부모님의 마음을 저도 알아요.

제가 하루에도 수천 번 부모님께 Output(출력)을 보내고 있어요.


저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난 것도 감사해요.


23년 동안 길러주심도 감사하고

그 이후 쓰나미 같은 11년간 ,

수없이 "사랑한다!"라고 외쳐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지금까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엄마, 아빠의 마르지 않는 사랑 때문이었어요.


저와 부모님과의 세계는 마주할 수 없는 곳인가 봅니다.

철홍성같이 단단하고 심해 바다보다 깊어  

서로에게 닿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가 봐요.


끝까지 우리 함께 가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우리 함께 살아요.

지금까지 잘 이겨왔잖아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엄마: 야, 너 벌써 나이가 서른세 살이야. 11년이 지났어.

아들: 해가 지고, 해가 뜨는 것이 제게는 별 의미가 없었어요. 온통 밤이에요.


엄마: 사랑해, 사랑해, 아들.

아들: 저도요.(눈 깜빡 두 번)


엄마: 엄마 보고 싶었어?

아들: 당연하죠. 기다리는 것이 제 삶이잖아요.(눈 깜빡 두 번)


엄마: 힘들지?

아들: 엄마도 힘드시잖아요. 죄송해요.(눈 깜빡 두 번)


엄마: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난 엄마야.

아들: 엄마, 사랑해요. 많이 많이...(눈 깜빡 두 번)



* 욥은 성경 <욥기>에 나오는 인물이다. 온전하고, 정직하며, 하나님을 경외하여 악에서 떠난 인물이다. 동시에 동방 사람 중에 가장 훌륭한 자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욥의 이야기는 엄청난 고난을 받은 한 의인의 이야기다. 부와 가족과 건강과 친구들- 지혜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을 빼앗긴 욥은 마치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것처럼 고난을 당했다.(출처:위키백과)


#엄마  #아들  #투병 #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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