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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Mar 17. 2022

조카 결혼식 불참 사유서

이 모두가 '코로나19' 때문이다

                                                                                                                                                                           

- 조카에 대한 남다른 추억

  내일 모레는, 친정 조카가 진주에서 결혼하는 날이다. 조카가 8명이나 되지만 이 조카는 남다르다. 장조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혼 전에 잠시 키운 적이 있어서 더 유별나게 정이 간다. 오빠 내외가 현직 교사였으니 육아 문제가 큰 일이었다. 그 시절만 해도 육아 도우미를 구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고 친가나 외가에서 형편 되는 사람이 돌보는 경우가 많았다. 친할머니가 잠시 돌보다가 이모가 돌보기도 했다. 때로는 사람을 구해서 육아를 부탁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사정이 생겨서 어린 조카는 친가인 우리 집으로 왔었다. 제때 우유를 챙겨주지 않으면 쾍쾍거리며 울던 조카다.


"이 아기는 물을 많이 먹어요, 틈나는 대로 물을 많이 먹이세요."


 외할머니가 조카를 우리에게 맡기면서 신신당부를 했다. 그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그렇게 키웠던 조카라서 간간이 만나면 맘 속으로부터 우러나는 정이 애틋했었다. 열일을 제쳐두고라도 이 조카의 결혼식에는 꼭 참석하고 싶었다.


- 모바일 청첩장

  배경음악이 달달한 조카의 모바일 청첩장이 도착한 날부터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율이 인구 1000명당 6명으로 1970년 이후로 최저치라는 인터넷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이런 시절에 동반자를 만나서 화촉을 밝힌다는 소식이 참 기뻤다. 멋지고 잘난 내 조카에게 어울리는 규수를 만났다니 잘 된 일이다. 모바일 청첩장의 갤러리에 보니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 발목 잡는 코로나 확진자 폭증


  축의금을 준비해놓고 폐백 때 주머니에 챙겨 넣어줄 용돈도 챙겨두었다. 한복도 잘 세탁하여 준비해두었다. 그런데 날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가고 있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확진자 수에 이제는 놀라지도 않고 무덤덤해지기까지 한다. 차를 운전하여 그 먼길을 가자니 자신이 없어서 당일치기 열차 편으로 다녀오기로 하고 열차표를 예매했다. 차를 가져가지 않으니 거추장스러운 한복을 챙겨서 들고 갈 수가 없게 됐다. 그 대신에 머스터드 빛깔 트렌치코트를 사두었다.


 그런데 오늘 확진자 수는 621,328라고  한다. 심상치 않다. 그 먼길을 오가다가 혹은 결혼식장에서 코로나가 감염될 확률이 엄청 높다. 그래서 참석은 해야 하지만 맘은 무거웠다.


- 조카 결혼식 불참 사유서

 조카의 결혼식 날이 다가오자 걱정 반 설레는 맘 반반이었다. 그런데 오늘 퇴근하니, 아들을 돌보는 활동 보호사가 비보를 전했다. 조카 결혼식 당일에 우리 부부가 아들을 돌봐야 하는 일이 생겼다.


 아들이 10년째 와상환자로 누워있어서 정부에서 활동 보호사를 파송해주어서 그분들의 도움이 참 크다. 그래서 우리가 탈진하지 않고 잘 버텨왔었다. 우리가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런데 명절이나 별다른 상황이 생기면 그 일을 우리가 도맡아야 한다.


"동생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왔어요. 꼭 가봐야 해서요."

 

 그분이 문상을 가셔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아들을 돌볼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는 조카의 결혼식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중증환자인 아들을 돌보는 일에 전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형제간들과 서로 만나보지도 못하고 지내왔었다. 이런 기회에 조카도 보고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척들과 형제들을 만나볼 수 있겠다고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결국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 편한 마음도 생겼다. 왜냐하면 중증환자인 아들은 백신 접종 사각지대에 있어서 미접종 상태로 지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 더 방역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왔다. 코로나 확진자 폭증 시기에 그 먼 곳을 다녀오다가 감염의 위험이 크다고 염려가 많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친정 단톡방에 사정을 알리는 메시지를 올리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그랬더니 다른 몇 분들도 코로나 양성으로 확진이 되어 결혼식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얼마 전 지인의 딸 결혼식에는 49명만 참석이 제한되어서 가족 대표로 남편만 간 적이 있다. 유사 이래 이런 경우가 있었으려나? 활동 보호사의 사돈의 별세도 코로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제 때 병원에 가지 못하여 비명에 떠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예매했던 열차표를 취소했다. 아쉬운 마음에 '조카 결혼식 불참 사유서'를 적어보며 씁쓸하게 웃어본다. 두고두고 한이 될 것 같다. 친정 올케 언니는, '사진 많이 올려줄게요.' 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준다.

- 행복이 넘치는 결혼식


 코로나 때문에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을 때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실시간 현장을 생중계로 참여한 적이 있다. 조카의 결혼식도 그렇게 참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결혼식도 비대면으로 참석할 수 있는 시대다. 모바일 청첩장이 적혀있는 계좌로 축의금을 보내고 참석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전하면 혼주나 당사자들도 크게 섭섭해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외삼촌의 결혼식을 기다리는 화동(결혼하는 조카의 여동생의 딸내미들)들이 한창 리허설을 하며 결혼식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한다. 행복이 넘치는 '역사적인' 결혼식이 되기를 바란다.


P.S.

이 글 발행 이후 상황: 어제  저 귀여운 두 '화동'이 코로나에 확진됐다는 비보가 날아왔다. 삼촌 결혼식에 참여하려고 거리두기 차원으로

 2주간이나 어린이집에 가지않고 지냈다고 하는데 ...기막힌 불참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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