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요일이었다.
예배 중에 슬슬 배가 고팠다.
그날의 아침 식사는 여느 날과 같은 메뉴였다.
찐 감자 반쪽, 사과 1/4쪽에 구운 계란 하나를 먹었고
아메리카노 커피 반 잔도 마셨다.
다른 날에 비해 감자나 사과의 크기가 작았을까?
시장기가 돌아 견디기 힘들었다.
배고픔은 때로 고통이다.
남편은 어린 시절에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팠던 적이 많았단다.
그래서 요즘도 식탐이 많다.
먹을 것은 항상 넉넉하길 원한다.
남편과 달리, 나는 먹을 것이 많으면
오히려 '언제 그걸 다 먹어 치울까'라며
걱정이 앞선다.
전후 세대들은 대체로 배고픈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어린 시절에 배고파서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
시장기가 돌 때, 뭘 조금만 먹으면 한결 낫다.
그런데 예배 중이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병상에 오랫동안 누워있는
아들 생각이 났다.
아들은 늘 배고픔에 시달린다.
그런 아들 생각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12년 동안 중증 환자로 누워 있는 아들은
입으로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살아간다.
그의 식사는 위루관을 통하여
투여하는 경장 영양제다.
아들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면
오물거리며 잘 넘기긴 한다.
그러나 연하(삼킴) 장애가 있으니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어갈 위험이 다분하다.
그러다가 자칫하면 기도가 막히거나
음식물이 폐로 넘어간다.
또한 위험천만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들에게 입으로 먹일 수 없는
쓰라린 맘을 달래며
입으로는 음식을 일체 먹이지 않는다.
아들은 매 끼마다 배고픔을 호소한다.
아니, 틈만 나면 입을 쩝쩝거리고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몸을 비튼다.
아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오직 배고픔을 드러내는 일이다.
아들의 한 끼 식사량은 200ml 두유 2개 분량이다.
저녁 식사는 밤 시간이 길기 때문에
100ml를 더 추가하여 500ml를 준다.
더 주고 싶어도 꾹 참는다.
누워있는 환자가 권장량대로 먹으면
비만이 되기 때문에 아들의 식사량을
철저히 조절하여 준다.
아들이 12년 동안 최상의 컨디션으로 잘 버텨 낸 것도
식사량을 최소화했기 때문인 듯하다.
"적게 먹는 버릇을 들이면 사람은
그렇게 적응하게 되어 있어."라고 남편은 말한다.
몇 번이나 식사량을 다소 늘리든지
다른 것을 추가하여 먹여보자고
남편에게 건의해 봤지만 묵살되곤 했다.
남편은 그 면에 대하여는 철홍성 같았다.
"열량이 비교적 낮은 야채즙이나
홍삼 같은 거라도 좀 줍시다.
면역력이라도 좋아지게."
"그건 더욱 안돼. 그러잖아도 끼니때마다
약을 먹이고 있잖아. 간에 부담이 많이 될 텐데.
엑기스 종류는 간에 무리가 가서 안된다니까."
여릿여릿한 남편은, 아들의 식사량을 늘리자는 내 말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그의 말이 백 번 맞는 것 같아서
나도 더 이상 우기지 못했다.
며칠 전에, 야간 담당 활보샘을 대신하여
내가 아들을 케어한 적이 있다.
아들이 6년간 입원했을 때
나는 매주 금요일 밤마다
아들을 간병하며 병원에서 잤다.
간병사가 주 1회 유급 휴가로 쉬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아들이 배고프다는 표현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면에서 보면 아들의 인지가 좀 나아졌나 보다.
아들을 재택 케어 한 이후에, 오랜만에 아들을 야간에 돌봤다.
아들은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 9시간이나 통잠을 잤다.
새벽 2시에 소변을 본 후에 다시 잠이 들더니
새벽 4시에 단잠에서 깼다.
아들의 아침 식사 시간은 오전 6시다.
아들은 4시경부터 배고픔에 치를 떨었다.
발을 흔들었다가 온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다.
아들이 배가 고파서 몸부림치는 것을
2시간이나 지켜봤다.
아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는 내 맘은 쓰라렸다.
그나저나 아들의 주식은 환자용 경장 영양제다.
아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6년 간은
뉴케어, 메디푸드, 이런 것이 주식이었다.
그런데 6년 전, 아들은 병원을 떠나 재택 케어 중이다.
그때부터 아들의 모든 간병 물품은
우리가 직접 구입해야만 했다.
입원했을 동안에는 매달 병원비를 납부하면
모든 것이 다 지급됐었다.
그러나 아들을 병원에서 집으로 옮겨온 후에,
아들의 주식도 우리가 직접 구했다.
그때부터 주식을 독일제 '하모닐란'으로 변경했다.
품질이 좋아서 값은 비쌌지만 그것은 보험 혜택이 됐다.
그런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면서부터
아들의 주식인 하모닐란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아들의 주식 수급이 거의 1년 동안 불안했다.
장기화된 '이·하 전쟁'으로 말미암아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담당의사의 처방전으로
약국에 들러 아들의 주식을 챙겨 오고 있다.
그러나 약국마다 하모닐란이 거의 없다.
뉴스를 보면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중동 전쟁이 세계 모든 곳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전쟁 때문에 아들의 주식 구입이 불안정하다.
일본산 '엔커버'도 보험 혜택이 된다.
그런데 엔커버도 풍선효과로 덩달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엔커버라도 구하고 싶지만 만만치 않다.
아들의 주식을 챙기느라 신경이 곤두서있다.
배고파해도 맘대로 줄 수 없는데
그나마 구하기조차 힘드니 더욱 속이 상한다.
최악의 상황에는 보험 혜택을 포기하고
국산 경장 영양제를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보험 혜택이 안 되는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
우리나라 제품인 경장 영양제는 왜 보험 혜택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는지 궁금하다.
일선에서 이토록 수급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줄을 당국이 알는지?
우리나라 제품도 보험 혜택이 되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인가?
당분간일지라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환자를 돌보는 어려움으로 지친 보호자가
환자의 주식을 구하느라 동분서주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참 맘 아픈 일이다.
미사일 180발 발사했다'는 뉴스를 봤다.
언제쯤이나 전쟁이 잠잠해질까 여수고 있지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발, 우리 아들의 주식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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