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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Oct 12. 2024

이젠, 드라마를 볼 수 있다!

- D로 시작하는 Drama(드라마)

2012년 11월, 쌀쌀한 저녁, 아들이 당한 큰 사고로

우리의 삶은 180도로 바뀌었다.


생때같은 아들이 하루아침에 참척을

방불케 할 지경이 되었다.

삶의 주거지는 병원으로 바뀌었다.

모든 일상을 내려놓고 우리는 병원에서 생활했다.


그때부터 가족 모두는 PTSD*로 힘들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허우적댔다.


남편은 3번이나 정신을 잃었다.

아들은 중환자실에 있는 와중에

남편은 응급실에 누워있기도 했다.

딸내미가 받은 충격도 컸다.

딸내미는 다행히 얼마 후에

털고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일단, 우리는 무서웠다.

두려움에 떨며 그 시간을 헤쳐나갔다.


에게 온 트라우마는,

방문을 닫아둘 수 없었고

불을 끄면 잠을 잘 수 없었다.

또한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없었다.

그리고 영화나 TV를 볼 수가 없었다.

스토리가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들 사고 이후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영화 상영이 있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영화였다.

영화가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광해가 된 남자(이병헌)가 내 아들의 얼굴로 보였다.

따지고 보면 아들과 이병헌은 꼭 닮은 얼굴이 아닌데...

아무리 고개를 흔들어도 영화 속 왕의 얼굴에서

여전히 내 아들이 보이는 게 아닌가?

도저히 영화를 더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고 지내왔다.

눈은 스크린을 향해 있었지만

멍 때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일전에 김별 작가님이 발행한 '나의 인생 드라마'라는

브런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작가님의 인생 드라마는

<미스터 션사인>과 <나의 아저씨>라고 했다.


내가 아들의 일을 겪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히트작 드라마였던 모양이었다.

아들 사고 이후 세미코마 상태인 아들 

12년 세월을 보내는 동안에, 슬슬, 조금씩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웃기도 하고

드라마를 몇 편 보기도 했다.


김별 작가님의 리뷰를 믿고

남편과 함께 드라마 두 편을 차분히 정주행 했다.


<<미스터 션샤인>>


사극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더구나 피를  튀기는 장면이 있거나

총, 칼이 보이는  것은 아예 보지 않았다.

그때까지 내가 봤던 드라마는 손꼽을 정도다.

<옥이 이모>, <탁구>, 그리고 <응팔 시리즈>

그런 류의 드라마였다.

내가 즐겨 보는 유형의 드라마가 아니었지만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집중이 잘 됐다.


여주인공 애신의 당당함에 매료됐다.

칼 앞에서, 총앞에서, 사내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그 모습은 그녀의 향기였다.


타협하고, 쭈뼛쭈뼛하기도 하고

더러는 비굴하기도 했던  내게

애신은 큰 바위 얼굴*처럼 대단해 보였다.


내가 만약 그 시절, 왕의 스승이었던 분의 손녀였다면

애신처럼 그렇게 모든 걸 버리고

조국을 위하여 살 수 있었을까?

애신과 그 시절 민초들의 몸부림을 본 이후에

나도, 누군가에게 빛이 되고 싶어졌다.

조국을 걱정하기로 했다.

내 조국은 당연히 내가 지켜야 한다.

이런 맘을 먹는 사람이 여럿이라면

큰 불을 일으킬 만한 힘이 될 것이다.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었다.

누가 검은지? 누가 흰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애먼 소리를 했던 동료도 있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나라를 생각하셔야 해요."


내 조국을 구태여 내가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걸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 점이 새삼 부끄러웠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내내 시청자로서 맘이 우울했다.

그들의 치열한 삶 이후에 짠하고 밝은 미래가

있는 게 아니라 을사조약이 있고

한일 합방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후세의 한 사람으로서

맘이 내내 아팠다.

암흑기 36년의 일제 식민 통치 시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그 시대의 백성들이 더욱 가련해 보였다.

드라마 저변에 깔리는 기조 우울은

바닥까지 내려간 피폐, 그다음에 여명이

밝아오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 희생 다음에는 고진감래가 당연한 것인데...

그래서 주인공 애신도, 애신을 위해 목숨을 버린

유진 초이도 그냥 서글퍼 보였다.


드라마 내용보다 훨씬 더 참담했을 조선,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을 조선,

희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어두운 미래 역사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으니 시청하는 동안에 고역이었다.

어둠 속에서 불꽃처럼 산 애신이 측은했다.

그러나 그 시대의 의병들은 저마다의 역량으로

애국의 다양한 빛깔을 보여 주고 있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애국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나라 없는 백성의 신세

힘없는 나라의 설움

천한 출신자의 절망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고

미리 나라가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힘의 원리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애국심 한 방울을 수혈받았던 드라마였다.


사족: 왜 '선'사인이 아니고 '션'사인이라고

제목을 정했을까?


그 드라마 내용을 담아 노랫말을 만들어 보았다.

'잘 있거라 황진이'라는 트롯곡에 맞춘 가사다.




두 번째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였다.

<<나의 아저씨>>


이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 역을 맡았던

(고) 이선균 배우님이 열연하는 장면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너무나 멋지고 존경스러운 배우님이

어느 날 떠나 버린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서 그의 연기 장면, 표정, 몸짓 등이

소중하고 아깝고, 그랬다.

[출처: 나무위키]

지 맘대로 살아가는 지안에게

박동훈 아저씨는 인간답게 다가간다.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버티는 거친 여자, 지안은 아저씨에게 맘을 열게 되고 사랑까지 느낀다.

안아봐도 되느냐며 저돌적으로 다가가는 지안을

박동훈은 어른답게 잘 밀어낸다.

이미 가정이 있는 박동훈의 그런 모습은

시청자에게 안심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아저씨에게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아저씨> 드라마의 기획의도는 이랬단다.


사람에게 감동하고 싶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근원에 깊게 뿌리 닿아 있는 사람들.

여기 아저씨가 있다. 우러러 볼만한 경력도, 부러워할 만한 능력도 없다.

그저 순리대로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그 속엔 아홉 살 소년의 순수성이 있고,

타성에 물들지 않은 날카로움도 있다.

인간에 대한 본능적인 따뜻함과 우직함도 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아저씨.

그를 보면, 맑은 물에 눈과 귀를

씻은 느낌이 든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흔하디 흔한 아저씨들.

허름하고 한심하게 보이던 그들이,

사랑스러워 죽을 것이다.

눈물 나게 낄낄대며 보다가,

끝내 펑펑 울 것이다. (홈피 '기획 의도'에서 발췌)



함께 이 드라마를 정주행 했던 남편에게 리뷰를 물어봤다.


"박동훈의 정의로운 처신이 멋졌다.

그리고 그의 진심과 지안을 긍휼히 여기는

맘이 감동적이었다.

그런 모습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를 시청한 후에 리뷰활동으로

노랫말을 창작했다.


바로, '짝사랑'이라는 정통 트에 붙인 노랫말 가사다.



이제 나도, 드라마가 보인다.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됐다.



*PTSD: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또는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극심한 스트레스(정신적 외상)를 경험하고 나서 꿈이나 회상을 통해 사고나 재해를 반복적으로 재 경험하게 되거나, 각성, 흥분 상태가 지속되어 불면, 감정 통제의 어려움 등을 느끼는 심리적 반응(구글 캡처)


* 큰 바위 얼굴: 가상의 마을과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하고 있는 바위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 마을에 사는 평범한 주인공인 어니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이 바위산을 보고 자랐으며, 어머니로부터 언젠가 저 바위산과 닮은 얼굴의 위대한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설을 굳게 믿고 평생을 살았다. 세월이 흐른 후에 사람들이 어니스트를 비로소 닮은 사람이 나타났음을 알고 놀라지만 어니스트 본인은 자신보다 더욱 훌륭한 인물이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인물일 것이라고 말하며 그런 사람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차분하게 말을 한다. 그리고 큰 바위 얼굴은 어니스트의 말처럼 말없이 어니스트가 그리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나무위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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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드라마 # 미스터션사인 #나의 아저씨  #옥이 이모 #탁구 #응팔 시리즈 #김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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