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인생의 목표나 꿈을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의사나 법조인 같은 직업을 이야기하고나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가정을 이루고 직장에 다니며 전셋집에
사는 게 인생의 목표였고 꿈이었다.
어릴 적부터 월세를 전전하며 늘 궁핍했던 기억과
부모님의 부재로 외롭다는 말로는 부족한 서러움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따뜻한 내 보금자리를 만들고
가꿔나가는 것이 오직 나의 목표였다.
누군가는 꿈이 너무 작고 평범하다고 말할지는 몰라도
사실 나에게는 이룰 수 없을 만큼 큰 꿈으로 느껴졌다.
나는 가진 것이 없었다.
부모도 돈도 집도 학벌도 특별한 능력도
자신감도 말이다.
그런 나에게 결혼은 인생의 전환점이자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이 굴러가는
경험이었다.
세상은 내 뜻과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어릴 적부터 피부로 느껴온 것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버티며 생을 유지해 온지
30년이 가까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세상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조그마한 회사에 취직을 하고
처가살이에 방 한 칸을 신혼방으로 꾸미고
와이프와 함께 식장을 알아보며
나는 드디어 땅에 작은 뿌리를 내린 것 같은
따뜻함과 안정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