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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iO Jul 16. 2024

실컷 키워 놓았더니 2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실컷 키워 놓았더니 1-

https://brunch.co.kr/@27ac4e326e2c468/121

 이어서...


-공동계좌는 쿨한 척 포기했다.


"그래 네 말이 맞겠다.

엄마에게  아직 어린아이가 갑자기 사회생활 속에 뛰어드는 것 같아 걱정되었어. 그래서 저축하는 법도 가르쳐주고 온 가족이 함께 으쌰으쌰 돈도 모으자고 하고 싶었는데 네가 이렇게 다 계획하고 있고 이렇게 잘 성장한 줄 몰랐네. 장하다 울 아들..."


말해놓고서도 참 뭔가 씁쓸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 뱃속으로 낳고 처음으로 아들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두 번째 준비해 둔 말도 할까 말까 하다가 내뱉어버렸다. (한국에 있던 지인이 이런 부분은 안 가르치면 자식은 모른다는 말에 내 생각을 아주 합리화하기도 했고 해도 은근 속으로 계속 기대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월급 받으면 아주 게라도 엄마한테도 매달 용돈 줘야 해. 알았지?"


아주 가볍게 반 농담 식으로 당당한 척 조금은 어색하게, 아니 내가 언제부터 아들한테 하는 말들이 왜 이렇게 불편하고 어색해졌지? 스스로도 의아해하면서 말을 꺼내버렸다.

그것도 그럴만한 것이 아들 연봉이 지금 울 남편 연봉보다 다. 우린 그렇게 둘을 다 키웠다. 그럼 난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섭섭한 맘은 어쩔 수 없다)

이 한 마디에 아들은 표정이 또 굳어진다. 기분이 나빠 보이진 않는데 뭔가 뼛속까지 J(ESTJ)아들에겐 본인의 계획 속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차질이 생긴 표정이었다.


아들의 미래에는 존재하지도 않은  미래 와이프에 대한 계획도 있거늘, 본인의 인생계획 안에는 키워준 엄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하나도 없었다.

 

"엄마, 내가 런던 방값을 내고 대출금 갚으면서 기본 생활하고 저축도 하면 빠듯할 것 같아. 그리고 투자나 저축을 열심히 해서 미래에 결혼도 해야 하고...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다 자식들이 부모님한테 용돈을 드려? 엄마도 할머니한테 그렇게 하고 있어? "


정말 의아한 표정으로 동양문화가 다 그러냐는 식으로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아들에게..

음.. 뭐라 해야 할까.


"엄만 자식한테서 돈을 바란게 아니야. 만원을 주던 십만 원 백만 원을 주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단지 네가 키워준 엄마에 대한 관심과 마음을 느끼고 싶었던 거야."

(정말 그러했다.)


"나도 엄마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지. 그래서 난 더 이상 고생하시는 부모님한테 기대고 싶지 않아서 학기 때 인턴도 힘들게 합격하고 취업도 업 후 곧바로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엄마는  아무리 내가 열심히 해도 날 칭찬해 주기보다는 나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좀 놀랍고 황당해. 그리고 엄마한테는 미래에 돈을 많이 벌면 당연히 여행도 보내주고 선물도 해 주려고 생각도 했는데 이렇게 말해 버리니 나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

(나도 우리 엄마한테 효도해야지..라는 생각은 평생 한단다. 근데 그게 구체적이지 않고 우선순위가 안 되면 그냥 생각만으로 그친단다.)


"당연히 엄만 네가 너무너무 자랑스러워. 하지만 부모라는 게 자식이 못 되면 몸이 부서져도 도와주고 싶고 또 자식이 너무 잘 되면 기대도 하게 되는 것 같아. 참, 감정이란 게 아이러니하고 복잡한 거 같아."


대충 이렇게 얼버무리고 마무리를 했건만 뭔가 괜한 말을 한 듯 아차 하며 가슴이 찡해온다.

그리고 아들이 생각하는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하는 것에 대한 효도의 마음도 맞는 말이었다.


 아이를 동양식으로 실컷 키워놓았더니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서양식 사고로
자라 버렸다.


영국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님이 잘 살든 못 살든 아이들이 고3이든 말든 상관없이, 보통 만 16세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때부터 운전도 배우고 운전도 하면서 점점 독립해 간다.  난 이해가 안 갔다. 우선 공부를 한참 할 나이에 웬 아르바이트? 그건 좋은 대학 가서 더 좋은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고 좋은과를 가서 더 성공하는 게 중요할 텐데 일을 안 해도 된다면 굳이 그 중요한 시기에 편의점이나 식당 같은 데서 단순 알바로 용돈을 버는 게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친구들은 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우리 아이들은 안 시켰다. 아니 시키기 싫었다.

난 그렇게 해서 명문대를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명문대도 아이가 스스로 열심히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고 주변을 보면 아르바이트를 하던  하던 좋은 대학 갈 애들은 알아서들 갔다.

그리고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의 사고는 뭔가 틀리지는 않았는데 뭔가 나랑 달랐다.



주변에 아는 지인들, 영국 현지인 엄마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 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이러했다.

성장해서 독립을 시키는 것이 목적이지 그 이후에 아들의 삶과 성공에전혀 간섭도 기대도 안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아들이 말하는 것처럼 뭔가 말은 맞는데 가슴으로 이해는 안 되었다.


난 좀 더 비약적으로 질문해 보았다.


"넌 정말 매일매일 먹고살기 빠듯한데 아들이 정말 정말 성공했다고 해도?"


"응, 그래도 전혀"


단호했다.

그러다가 한마디 더 붙인다.


"하지만 우린 16세에서 18세부터는 용돈도 주지 않아.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혼자 설 수 있도록 독립을 시키려고 해"



어느 스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부모가 자식 돌보는 건 필수이나
자식이 부모 돌보는 건 선택이라고.


이제 슬슬 알바 하나 줄여 보려도 했는데 내 힘이 닿는 한 나도 열심히 일이나 해야겠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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