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한 주가 후딱 갔다. 주중에 아빠(만 69세)는 항암 3차 1주 차 젬시임(젬시타빈, 시스플라틴, 면역항암제인 임핀지)을 무사히 맞았다. 아직 별다른 후유증은 없다. 사흘 후 주말이 되어도 속이 괜찮다고 하셔서 드라이브를 추진했다.
전부터 민물 매운탕이 생각난다는 말을 기억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임진강 근처 파주의 '산천어와 메기'라는 매운탕집. 아내는 냄비 안에 든 메기의 미끌미끌한 피부와 둥근 주둥이를 보며 기겁한 채 수제비만 떠먹었다.
아니, 아까 작은아빠 댁에서 처음 만난 강아지 샤넬하고는 그렇게 한 몸처럼 붙어 있었으면서 이 물고기에 겁먹냐는 나의 질문에 "개랑 메기랑 같아?"라고 반박했다.
그런 아내도 국물과 수제비는 맛있게 먹었고, 아빠도 한 그릇 넘게 많이 드셨다. 역시 매운탕은 아재들의 소울 푸드다. 탕 위에 얹은 미나리가 참 맛있어서 추가 주문을 했다.
집으로 가는 길, 일요일 오후 햇살에 뒷자리에 탄 아내는 잠이 들었다. 아내 옆에 앉은 엄마는 묵묵히 창문만 바라본다. 조수석에 앉은 아빠를 위해 트로트를 틀었고, 아빠는 이따금 노래를 흥얼거렸다.
우리 가족의 고요한 파주 나들이가 끝났다. 이처럼 평온한 일요일 오후가 참 소중하다.
2024. 12.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