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병'의 실체란

병은 나의 모습과 닮았다

by 작은콩




네가 대체 뭔데 날 이렇게 힘들게 하니?





질병은 때론 별 것 아닐 만큼 작게, 때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우리 삶을 구속한다는 점에서 신체적인 병이든 정신적인 병이든 그 둘의 근본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어떠한 계기로 인해 문제가 생겼을 때, 정신과 신체 중 더 약한 부분에서 병이 발발하는 것뿐일지 모른다.


더욱이 몸이 오래 아프면 결국 정신적으로도 우울함이 오고, 우울함이 있으면 몸을 챙기지 않아 신체에도 병이 들기 쉽다는 점에서 이 둘은 긴밀하게 이어져 있다. 그러니까 어느 쪽이 더 힘드냐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는 것이고, 사람들이 은연중에 정신적인 아픔이나 힘듦을 숨기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잘못된 것이다. 내가 몸이 아프다면 몸이 더 약하구나, 혹시 마음에 병이 있다면 마음 근육이 더 약하구나,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



정신과 신체 중 압도적으로 신체가 약한 편인 나는 병도 몸에 먼저 왔다. 정확한 발생 시기와 원인은 모르지만 대략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았던 시기 이후일 거라 추측하고 있다. 감정과 기분이 예민한 편이라 느끼진 못했으나 생각보다 그 충격이 컸던 것 같다. 그 충격은 몸의 가장 약한 부분부터 균열을 일으켰다.





류마티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병을 모시고 산다'고 한다. 증상의 변화가 잦고(오늘은 날아다니는데 내일은 앓아누울 수 있다) 컨디션이 쉽게 바뀌기 때문에 눈치껏 그날 그날의 상태를 봐야 몸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넓고 강하게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병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날 이렇게까지 조종하는 이 병, 대체 정체가 뭘까?


수많은 사람들이 병이라는 것 때문에 고통받고 울고 웃는다. 현대의학의 약은 그저 증상을 조절할 뿐 원인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 (하다못해 감기약도 실은 감기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과 통증을 완화하는 약이지 않은가)

완전히 외부에서 온 바이러스 감염병이나 외부 충격에 의한 골절 등의 사고를 제외한 병들은 결국 근본적인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애초에 원인이 밖에 있었으면 외부 요인만 제거하면 나아질 문제였을 테니까. 그렇다면 이건 '나 자신'의 문제로 연결된다.





-병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고(트라우마)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닮기도 하며(꿈을 꾸던 일로 인한 직업병)

-그리고 나의 가장 약한 부분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병을 통해 알 수 있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꿈꾸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디가 나의 가장 약한 지점이었는지를. 그리고 그 깨달음은 후회와 반성을 하게 하여 더 나은 삶을 찾을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리하여 병을 받아들이는 일은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배우는 과정인 것이다.



투병 9년 차, 아직도 자신에 대해 한참 배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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