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우개처럼 닳아 없어질 겁니다

by 작은콩





사라짐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세월을 비껴가는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거대하고 단단한 강산도 변하는데 인간의 유약한 신체쯤이야 시간의 흐름대로 스러져 가는 것이 순리이리라.



다만 그것이 내 예상과 달리 너무 빠르고 갑작스럽게, 그리고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다가올 경우 하루가 다르게 쓸모없어지는 자신이 슬프고 불쌍해진다. 이렇게 신체가 점점 닳고 닳으면, 앞으로 언젠가는 달리기도, 하늘을 보는 것도,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것까지 사라질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숨을 쉬고 살아 있는 '내 존재'가 세상에서 지워져 갈 것이다.



하지만

하루살이가 인간보다 짧게 산다고 괴로워하지 않듯, 언제까지일진 모르겠지만 그저 허락된 시간만큼 꽉 채워 살아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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