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patient, 견뎌내는 사람

병자: 병과 그에 따른 모든 짐을 '인내하는(patient)' 사람

by 작은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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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patient




[병자; 병을 앓고 있는 사람] (출처: 표준국어 대사전)


병을 앓는 사람이 아니라, 병과 그에 따른 모든 짐을 '견뎌내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다.

전자는 그저 병이 온 사람이지만, 후자는 병에 대응하여 피하거나 때론 맞서 싸우며 살아간다는 능동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병자라는 단어에 담긴 수동적이고 우울한 이미지와 달리, 많은 병자들은 현재는 물론 미래, 과거까지 삶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끊임없이 많은 것들을 인내하며 싸우고 있다. 이들은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는 처연한 소녀라기보단 차라리 전쟁에서 끝까지 맞서 싸우는 전사를 닮았다.






병자의 인내 3단계

1. 현재의 인내

'투병' 하면 보통 떠올리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이다.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몸이 필요한 음식을 가려 먹고

자고 싶을 때 자지 않고 자야 할 때 자며

남들보다 몸을 위해 조금 더 빨리 욕심을 내려놓는다.


그러다 고통이 심해질 때면 약을 먹으며 통증이 잦아들 때까지 참아낸다. 남들보다 더 포기하고 사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손에 쥐어지는 보상은(아니 보상이 아니라 벌일 때가 더 많다) 늘 성에 차지 않는다.


하지만 참아내야 한다. 일상을 따라가야 하니까.

아파도 카드값 명세서와 월세 납기일은 돌아오니까.





2. 미래의 인내

인내는 현재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아가 '지금도 이런데 나중엔 더한 거 아냐?'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시시때때로 엄습한다. 현재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의심은, 미래의 불안감을 먹고 더 깊게 일상에 뿌리내린다.


안타깝게도 인생엔 로그아웃 버튼이 없기에, 희망의 싹 하나 보이지 않는 차가운 곳에서도 병자는 인내의 순간을 그저 이어갈 뿐이다.





3. 마지막으로, 과거의 인내

'과거는 이미 지나갔는데 뭘 인내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과거는 현재의 우리를 괴롭히며 많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정확히 얘기하면 과거를 바라보는 미련과 후회가 그렇다. 나 또한 예전 몇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치료의 황금 시기를 놓쳤던 자신을 용서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당시엔 잘 몰라서 그랬지만 작은 실수는 흘러가는 시간을 타고 눈덩이처럼 커져서 현재의 커다란 짐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자라나 미래에 더 큰 부작용과 합병증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언젠가 욕심과 미련을 버리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1 - 2- 3단계를 계속해서 챗바퀴처럼 돌고 있다.















대학병원을 다니면서 교수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들이 쉽게 병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정작 아픈 것은 나인데 잘 모른다는 이유로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을 무시할 때, 내 손과 눈을 한 번 바라보지 않고 컴퓨터 화면의 데이터만 잔뜩 보다가 나가라고 할 때.


만약 의사들이 이 인내의 굴레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들도 조금은 환자의 삶을 돌아봐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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