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12 월요일 일기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첫 수업은 1시이다. 4시간 정도만 수업을 들으면 되는 날이고, 오늘 일찍 일어나려 어제 일찍 잠을 청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1시가 다 되어 잠들었지만 말이다. 분명 많이 잤는데도 피곤하고 노곤했다. 이대로 강의실에 가는 게 별안간 끔찍스럽게 느껴졌다. 일상적인 귀찮음이 아니었다. 특히나 어제 사서 책상 위에 놓아둔 소설책을 보니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딱히 다른 이유가 없음에도 오늘 일정을 통으로 째버렸다. 책을 들고 카페로 갔다.
소설이 재미있어서 적당히 읽다가 공부를 할 심산이었는데, 결국 책만 읽었다. 원체 읽는 속도가 느린데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다가 끝장을 내버렸다.
중요한 걸 많이 놓쳐왔다는 생각을 했다. 내 삶을 살아내지 않고 스스로를 속이며, 남의 말에 흔들리며, 얄팍한 근거로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고 후회만 할 뿐 고치지 않은 채 20대가 거의 끝나간다. 그중에는 어이없게도 내 곁을 떠난 꿈도 있다. 작가 말이다.
두려웠다. 지겹도록 겪은 가난을 되풀이하기 싫어서 '굶어 죽기 좋다는' 문과를 선택하지 못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 싶어서 잘하지도 못하는 공부에 뛰어드느라 2년 넘게 휴학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나의 선택마저 사실은 끌려오듯 한 것 같다.
그래, 인정하기 싫었다.
나의 최근의 선택이, 그리하여 나의 안락함과 대부분의 돈과 시간을 꽤나 많이 앗아간 그 결정이 최선은 아니었다는 걸 말이다.
이번 소설은 그 정도의 감동이었다.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 몰랐지만 그건 되도록 소설이었으면 했다. 내가 정말 원했던 것에 잠깐이라도 기회를 줬더라면, 지난날 동안 헤매며 건드리는 동안, 심지어 알고 있었으면서...
심지어 그 반대를 택해놓고 그 장점을 취하지도 못했다. 처참히 실패했으니까. 당연하게도 말이다. 잘하는 게 아니었고, 방법을 몰랐다. 이게 최선인지 아닌지도 판단하지 못했으니.
이런 쪽의 생각도 있는 법이다. 지금 당장은 이를 벗어날 의지도, 그럴 필요도 없기에, 내가 가진 과거의 근거들을 일단은 부여잡고 이 경기를 완주하는 수밖에 없다. 나머지는 그 후에 생각할 일이다.
이전과 달라지려면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과거를 묘사하고, 이랬다 저랬다 푸념하는, 이 직전까지의 문단까지에서 끝내지 말고, 그래서 앞으로는 어떨 건지 철저히 생각해야 한다. 글을 더 파고들고 포기하지 않는 삶을, 도전하지 않고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나의 5년 전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선택을 끌고 가며 행복할 자신이 있나? 오래 고민해 봤자 똑같다. 그러니 내 원래 목표대로 힘을 쏟아봐야 할 것이다. 언제, 얼마나 일지는 몰라도. 그저 시간 낭비가 될지라도, 생에 반드시 한 번 이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