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by 해랑

세간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돈이 많고 유명하고 가정이 화목한 사람들을 두고 "좋다, 부럽다"고 말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안됐다, 불쌍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물질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하다가도 누군가 재테크로 큰돈을 번 얘기를 듣고는 마음이 흔들린다. 존경받고 싶다는 생각이 얼마나 유치한 자의식 과잉인지 이해하다가도, 별것 없어 보이는 인물이 책을 내고 강연을 다니는 것을 보면 왠지 나만 대우받지 못한 것 같아 억울하다. 누군가의 자식이 명문대에 입학하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는 얘기는 거슬리게도 자주 들린다. 굳이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이런 소식을 알려주니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런데 정말로 남들의 시선이 내 인생에 그렇게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남들의 성공, 업적, 성취에 대한 질투, 또는 나만 도태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은 근본적으로 나 자신에게서 기인한다. 말로는 모든 것을 버리고 평온을 찾았다고 하면서, 사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다. 사회적 기준에 자기 자신을 끼워 넣으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남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게 된다. 이런 상태를 넘어서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는 당신에게 정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실제로 타인의 평가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힘도 없으며, 그 시선에 권위를 부여하는 것은 당신이다. 예를 들어 5살짜리 아이가 산타클로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고 자랑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절대로 '산타는 없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있단 말인가? 나만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선물이 전부 돌아갔나?'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 그런지는 당신도 이미 알고 있다. 당신은 산타클로스가 없음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상대방이 그 사실을 모르고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정확하게 아는 바에 대해서는 남들이 이렇다 저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하고 넘길 수 있다. 즉, 타인의 시선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사고와 판단을 믿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어느 날 초인이 나타나 우리에게 세상의 모든 진리를 알려준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우리가 숙고하여 체화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유명한 사람이 하는 말이라고 해서, 존경하는 스승이 해준 조언이라고 해서 비판 없이 수용해야 하는 지혜는 없다. 무엇을 믿고 살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 자유조차 충분히 보고 듣고 생각해본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권리이다. 스스로 생각해서 진실로 그러한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신념이나 믿음은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지혜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으면 당신에게 와닿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생각을 가다듬어 나가면 된다. 이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만든 무의식적인 사고관을 수정하거나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것을 굳은 결심이나 결단력으로 헤쳐나가서는 안된다. 갈림길에서 충분히 머물고 경험해보고 숙고하여 마침내 자연스럽게 어떤 길이 옳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비로소 수월하게, 그리고 완전히 짐을 떨쳐버릴 수 있다. 최종적인 목적은 어느 곳에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현명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말해서 믿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스스로 경험하고 생각한 바에 따라서 그것이 옳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사뭇 다르게 세상을 바라본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좋은 것, 시시하다고 하는 것은 시시한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으면 무엇을 하든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낫거나 못하지 않으며, 그런 구별은 세간의 시선을 신경 쓰는 나의 마음이 만들어낸 상상에 불과함을 이해한다. 어떤 것을 하면서, 또는 가지면서 더 나은 것을 경험하거나 소유하기를 원하고 남들이 무엇을 하는지 기웃거릴 필요가 무엇이 있는가? 일일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나 사물이나 경험을 줄 세워서 더 좋은 것, 덜 좋은 것으로 나눌 필요는 없다. 남들이 그러든 말든 그것은 우리가 신경 쓸 영역이 아니다.


누구도 완벽한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이 깊고 현명해진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하물며 그런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 대다수의 타인이, 당신에게 진정으로 좋은 일이 무엇인지를 판가름할 수 없음은 자명하지 않은가. 많이 배우고 생각하여 어떤 지혜도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진실로 남의 시선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흔들리지 말고 필요 없는 것을 털어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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