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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Feb 06. 2024

톤이 주는 느낌을 물체로 연상해 봅시다

사운드로 음악 듣는 법 (6)

톤이란 뭘까요? ‘너 참 목소리 톤이 좋다?’ ‘난 피부 톤이 어두워서 그런 컬러 안 어울려.’ ‘톤 좀 낮춰서 얘기해 줄래? 너 때문에 나도 열받아.’ 등등. 톤이란 카멜레온처럼 모든 경우에 다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톤의 사전적 의미 역시 너-무 다양한데요.      



Tone [명사] : 1. 어조, 말투

             2. (글 등의) 분위기[논조]

             3. 음조, 음색

             4. 색조

             5. (근육, 피부의) 탄력

             6. (전화의) 발신음

             7. 장2도 음정(한 마디로, 도-레의 관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검은 건반을 사이에 둔 나란히 붙은 흰 건반 두 개의 관계. 다시 말해, 미-파 나 시-도는 장 2도가 안 되겠죠? 근데 저도 장2도 음정을 톤이라고 부르는지는 처음 알았네요)

             8. 억양, 어조

             9. 성조



여기 나오는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죠? 그건 어떤 물체(혹은 비물체)의 개인적인 특징을 말한다는 겁니다. 말투, 특징이죠? 음색, 역시 특징입니다. 색조, 역시 특징이죠. 억양과 성조 역시 특징입니다. 색이 파란색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두의 목소리가 같다면? 글의 문체가 모두 같았다면? 그럼 특징이 아니겠죠.


우리는 소리만으로도 질감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같은 부스럭 소리여도, 비닐봉지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다르게 듣습니다. 과자 씹는 소리와 치킨 씹는 소리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나무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철제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소리들을 구별할 수 있는 청각 능력을 지녔습니다. 소리마다의 톤이 다르기 때문이죠. 작곡가/엔지니어들은 이 톤을 가지고 공도 만들었다가, 태양도 만들었다가, 파도도 만들었다가, 번개도 만듭니다. 어떤 물체가 가진 ‘느낌’을 ‘톤’으로 만들어냅니다. 제 나름대로 바다를 사운드로 한 번 구현해 볼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밤의 바닷가에서 물이 발 앞으로 들어왔다가 빠지는 느낌을 표현해 보겠습니다.     


의도해서 만들긴 했지만, 어떤 사람은 밤의 바닷가를 연상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제 능력 부족일 수도…….). 바람 부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고, 그냥 뭐가 꾸물거리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작곡가/엔지니어의 의도대로 안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치감은 정확히 들리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모양새인지 모르는 경우. 그럴 때면 ‘나는 작곡가/엔지니어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나 봐.’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죠. 근데, 별 상관없습니다. 작곡가/엔지니어의 의도대로 안 들으셔도 됩니다. 중요한 건, 위치감을 정확히 캐치했다는 사실입니다.


위대한 개츠비 번역본이 출판사마다 존재하죠? 번역본들의 해석이 다 같나요? 이방인도 다양한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죠? 하지만 번역본은 조금씩 다 다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원본은 분명 하나일 텐데, 왜 번역본은 여러 개죠? 출간된 책 중에, 완벽하게 옳은 번역이 있나요? 혹은 완전히 틀린 번역이 있나요? 없죠.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들리는 음악은 하나인데, 해석은 가지각색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해석은 청자의 몫입니다. 번역이 제각각이어도 절대로 틀릴 수 없는 단어들이 존재하듯이, 음악도 틀릴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게 바로 프리퀀시, 패닝, 볼륨입니다. 이 3가지는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위로 상승하는 소리를 내가 ‘이건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야’라고 오청(誤聽)할 수 있을까요? 왼쪽에 있는 소리를 오른쪽에 있다고 오청할 수 있을까요?(이어폰 L,R을 반대로 끼웠을 때 제외) 작은 소리를 큰 소리라고 오청할 수 있을까요?


톤이 가진 정체성은 모두가 다르게 해석하고,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문장처럼요. 왜 다르게 받아들일까요?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평생 한국에 한 번도 와보지 못한 이에게 경복궁을 ‘말로만으로’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죠. 일본 북해도 어딘가에서 온 사람이 우리에게 그가 살던 마을을 말로 완벽하게 묘사한들, 직접 보지 않고서는 모릅니다. 설명만 들으면 각자의 머릿속에 있는 ‘어떤’ 상만을 그리겠죠. 눈이 쌓인 풍경도 제각각 다를 것이고, 처마가 낮은 집의 구조도 다르고, 아이들의 모습도 다르고, 심지어 각자가 생각하는 빨간색이라는 색상도 다를 겁니다. 이처럼, 사운드의 모양은 바뀌지 않을지언정 그것이 연상시키는 장면/그림/느낌은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작곡가의 의도대로 듣지 않아도 됩니다. 단지 사운드의 변화를 명확하게 파악하시면 됩니다.          





자, 우리는 이제 ‘사운드로 음악을 듣는 법’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습니다. 오늘은 숙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고 잘 따라와 주셨다면 느끼셨을 겁니다. ‘모르긴 몰라도 음악적인 지식이 좀 쌓였다’라고. 느끼신 분들은 계좌로 돈 좀 보내주세요. 카카오뱅크 3333-.... 아, 이게 아니구요.

숙제는 앞으로 설명할 음악들을 미리 들어보는 겁니다. 한 번 공간을 상상해 보면서 들어보세요. 예습하듯이요.


Benny Benassi Presents The Biz – Satisfaction (Radio Edit버전, Remix버전 아닙니다)
Flume – You & Me
Disclosure – Running
Radiohead – Weird Fishes / arpeggi


기회가 되신다면 Benny Benassi Presents The Biz의 스튜디오 앨범인 ‘Hypnotica’ 앨범은 전곡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소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그림을 청자에게 전해주려 했는지를 느껴보세요. 만약 제 길라잡이를 읽지 않고도 어떤 그림이 연상된다면, 제가 올리는 글들을 더 이상 안 읽으셔도 됩니다(그래도 안 읽어주면 좀 서운해잉).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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