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꽂혔으니 과감히 돌진합니다

아이디어스(idus) 입점 심사? 까짓거, 해보지 뭐.

타인의 문제에는 그 원인이 쉽게 보이고, 경험과 예측을 바탕으로 꽤 괜찮은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내 문제에 있어서는 그게 왜 안될까? 아마도 말랑말랑한 마음 주위를 아집과 편견이 단단히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결론 내린 단단한 해결책은 그 누구의 충고나 설득으로도 뚫지 못한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 또한 마찬가지다. 3년간 공공기관의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임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미룰 만큼 모든 걸 걸었기에 어렵게 정직원이 되었다. 하지만 2년쯤 지나니 높은 업무강도와 소수직렬이기에 50여 명의 직원과 정년까지 근무해야 한다는 인간관계의 어려움, 난임이 된 상황까지 겹쳐 이직만이 해결책이라 결론 내렸다. 남편을 포함한 주위 모든 사람이 반대했지만, 업무강도가 낮을 것 같은 기관으로 이직을 했다.


아무래도 나는 미리 헤아려 짐작하는 예측 유전자 없이 태어났나 보다. 직접 경험하거나 체험 히지 않으면 ‘이렇게 되겠지?’, ‘아마도 그럴 거야’ 하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몸으로 직접 부딪쳐 경험해야만 ‘규모가 작은 회사의 어려움이 이런 거구나’, ‘기존 직원에게 받는 텃새라는 게 이런 거구나’, ‘어느 조직이든 어려움은 있구나’하고 깨달으니 말이다. 하지만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함께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크고, 작은 일들을 겪어내면서, 그래야만 알게 되는 신비로운 사실들이 뼛속 깊이 각인하여 오랫동안 기억되기에 그 어떤 배움보다 리얼하다. “다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인생을 모두 살아보고 싶어서요”라고 배우가 된 이유를 설명한 어느 인터뷰처럼, 할 수만 있다면, 때로는 후회할지라도, 궁금한 건 모두 다 직접 겪어가면서 살고 싶다.


아이디어스(idus) 입점 심사만 통과하면 인물화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의 과녁 정중앙에 꽂혔다. 예측 유전자가 없기에 과감히 돌진하는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는 이미 아이디어스 작가가 되었고, 인물화 의뢰를 받아,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는 달콤한 꿈을 꾸고 있다. 인물화 작가라는 도전과제가 생긴 이상 있는 힘껏 과속페달을 밟아 전속력으로 직진해야 했다. 하지만 무턱대로 돌진하다 보니 아이디어스에 대해 알아보거나, 심사 통과를 위한 치밀한 전략 따위는 당연히 없었다.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듯 심사의뢰를 신청한 후에야 차분하게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다. 3번 시도하여 통과했다는 사람, 통과가 되지 않아 스마트 스토어를 개설했다는 사람, 반면에 한 번에 통과했다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고, 탈락 후에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야만 다시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리 알았다면 돌진할 수 없었을 것 같아 오히려 다행이었다.

idus 입점심사를 위한 자료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모든 신경은 받은메일함에 가 있었다. 메일이 도착하면 알람이 울릴 것이 분명함에도 수시로 새로고침을 했다. 나의 인물화가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 같다는 두근거리는 셀렘, “이 정도 실력으로는 작가라 불러드리지 못합니다. 취미로나 즐기시죠” 하고 불합격할 것 같은 초조하고 불안함 마음이 교차하며 꾸역꾸역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이틀 후 ‘입점 심사 통과 안내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대학 합격이나 입사시험 합격보다 더 기뻤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인물화 작가였음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매일 반나절씩 인물화를 그리면서 즐겁고, 행복했지만 때로는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공허함(아무것도 없이 텅 빈 감정)이 몰려오곤 했다.


초조한 기다림 끝에 통과 메일을 받고 나니, 4년간의 노력이 의미 있었음을, 나의 인물화가 상품으로써 가치 있음을, 아직 한 곳이지만 공식적인 작가로 불리게 되었음에 벅차오르는 설렘을 느꼈다. 만 42세 어느새 중년이 되었다. 이제 설렘은 없을 거야 생각했던 무기력한 나에게 찾아온 어른의 설렘을 ‘요즘 재밌는 일이 하나도 없어’, ‘하루하루가 너무 지루해’, ‘긴긴 세월을 무얼 하며 보내나’ 생각하는 분들에게, 좋아서 하는 무언가가 있고, 그것을 꾸준히 하고 있다면, 이미 충분하다고 나의 설렘 포장지에 싸인 조그만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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