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커피와 토스트의 조화는 확실히 쿨하다.
라면만 끓일 줄 아는 사람에게 씨리얼만큼이나 쉽게 추천하는 아침밥은 토스트다. 가게에서 파는 햄과 야채가 들어간 그 토스트가 아니다. 식빵을 토스트기에 굽기만 한 걸 말한다. 식빵을 그냥 내놓으면 요리가 아니지만, 토스트에 구워서 내놓으면 준비한 티가 난다. 따뜻하고 바삭한 식감 덕에 요리가 된다. 집에 토스트기가 없다면 사면 된다. 인터넷에서 2만원정도 한다. 그보다 비싼 모델은 기능이 좋기 보다는 예뻐서 비싼 것이다. 물론 토스트기는 주방에 항상 나와 있기도 해서 예쁘면 좋긴 하니 취향대로 하자.
크림치즈가 있어야 한다. 구운 식빵에 듬뿍 발라야 한다. 얇게 펴서 바르는 게 아니라 아낌없이 듬뿍 발라야 보기에도 맛있고 실제로도 맛있다. 딸기잼을 발라도 좋다. 딸기잼은 꽤나 달기 때문에 크림치즈와 달리 조금만 발라야 한다. 주의할 것은, 씨리얼에 우유를 미리 부어 두면 안되는 것처럼 크림치즈도 미리 발라서 내놓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안그래도 금방 눅눅해지는데 뭘 바르면 더 하다. 토스트의 핵심인 바삭한 식감이 없어진다. 당연하게도 마누라는 절대 크림치즈를 발라 내놓은 즉시 식탁에 오지 않는다. 그러니 일단 그냥 옆에 꺼내만 놓고 기다렸다가, 마누라가 식탁에 앉으면 그 때 곧바로 눈앞에서 발라줘야 한다. 사랑의 눈빛이 느껴질 것이다. 이왕이면 토스트는 샌드위치처럼 대각선으로 잘라내면 더 예쁘다. 가위로 자르면 된다. 참고로 반쪽은 딸기잼, 반쪽은 크림치즈를 발라 겹쳐 먹어도 좋다. 인스타에서 '구남친 토스트'로 알려진 그 맛이 난다.
토스트의 완성은 커피다. 집에 캡슐머신이나 커피메이커가 있으면 아주 아름답겠지만, 없다면 아쉬운대로 인스턴트 커피로 대신해보자. 설탕, 프림이 같이 믹스된 다방커피가 아니라 아메리카노여야 한다. 공유가 모델인 그 커피도 좋고, 별다방 등 일부 커피전문점에서파는 인스턴트 커피를 쓰면 살짝 거품까지 생겨 좀 더 그럴싸해 보인다. 여름엔 더치커피 원액을 사다 써도 좋다. 여기에 사과 반쪽슬라이스를 추가해주면 확실히 아름답다.
역시나 재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전략적 순서 짜기다. 고작 식빵 몇 개 구워내면서 무슨 전략을 논하는가 싶겠지만 잘 모르는 소리다. 너무 당연한 것이어서 생각을 못했거나, 진짜 라면 밖에 끓여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것이다. 모르겠으면 생각해봐라. 라면을 끓여도 스프를 먼저 넣느냐 면을 먼저 넣느냐, 계란은 언제 넣고 불은 언제 끄느냐로 완성도가 달라진다.
토스트의 포인트는, 먹기 직전에 토스트기에서 꺼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크림치즈와 도구를 꺼내놓고, 과일을 씻어서 준비하고, 커피까지 만들어낸 이후에 마지막으로 완성된 토스트를 꺼내야 한다. 그렇다고 과일을 다 썰어서 내놓은 다음에야 식빵을 토스터기에 넣는 만행으로 귀중한 아침시간 몇 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그렇게 하면 이미 썰어 둔 사과가 금방 노래지는 참사가 발생한다. 따라서 대개 토스트기에서 식빵을 굽는데 걸리는 시간은 3분가량이므로, 커피와 과일의 준비가 끝나기 딱 3분 전에 식빵을 토스터기에 넣고 눌러야 한다. 정리하면 커피포트로 물을 끓이고, 인스턴트 커피를 컵에 담고, 사과 등과일을 씻고, 그 다음 식빵을 토스터기에 넣고, 크림치즈와 딸기잼, 스푼, 포크를 식탁에 세팅하고, 마지막에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붓고 사과를 썰어낸 뒤 완성된 토스트를 접시에 꺼내 담아야 한다.
그럼 가장 중요한 마누라를 부르는 시각은 언제일까. 토스트와 사과는 완성 즉시 촌각을 다투며 먹어야 하므로 미리 부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침에는 씻고 준비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대충 눈치 봐서 씻고 머리정도는 말린 뒤쯤 딱 아침밥이 완성되어야 한다. 그러니 우선은 좀 먼저해놔도 되는 일, 즉 과일을 씻고, 식빵을 토스트기에 세팅하고(전원을 눌러서는 안된다.) 크림치즈와 식기를 꺼내놓는 일까지를 해두고 상황을 살펴야 한다. 만약 마누라가 아직 3분 내에 준비가 안 될 분위기면 나도 얼른 씻고 준비를 하고 있다가, 3분이 남았을 때 토스트기 전원 누르기와 사과 썰기를 시작하면서 애정 담긴 목소리로 마누라를 불러야 한다.
이렇게까지 눈치를 봐야 하느냐 생각하겠지만 막상 해보면 짜릿한 게임 같다. 바쁜 아침시간을 분 단위로 정확히 재단해 완벽한 아침밥을 준비하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그 보상은 자존감, 건강, 사랑지수 상승과 충만한 하루의 시작, 그리고 아침밥 짓기의 레벨업이다.
1) 커피포트로 물을 끓인다.
2) 인스턴트 커피를 컵에 담아 둔다.
3) 사과 등 과일을 씻어 둔다. 아직 썰지는 않는다.
4) 크림치즈와 잼, 포크를 세팅해둔다.
5) 마누라가 3분 내로 올 것 같을 때 토스트기에 식빵을 넣고 굽는다.
6) 사과 등 과일을 썰어 내고, 완성된 토스트를 가위로 대각선으로 반을 잘라 낸다.
7) 마누라가 식탁에 앉으면 토스트에 크림치즈를 발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