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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 Aug 03. 2024

금메달 맛, 포테이토 샐러드

8월 식탁

오늘도 포테이토 샐러드.

이건 내가 좋아하는 레시피이다.


언제가 요리 채널에서 프렌치 포테이토 샐러드라면서 알려준 요리법을, 이리저리 고쳐 간소화해서 만들어 먹는 나만의 방법이다.

특히 여름에는 더워서 불 쓰기 싫으니까, 곰국처럼 한 번에 한 솥 만들어 둔 다음 냉장고 넣어두고 조금씩 덜어 먹는다.

그냥 먹기도 하고, 빳빳한 청상추 몇 장 찢어 넣고 함께 섞어 먹기도 한다.

프렌치 포테이토 샐러드를 두어 번 해 먹었더니, 지난번 선물로 받은 10kg 감자가 금세 동나고 있다.


반숙 달걀이나 캔 참지, 혹은 앤초비 몇 점 두고 먹으면, 부족한 단백질까지 채울 수 있다.

영양은 물론 입안에서 섞여 씹히는 중에 그 풍미는 배가 된다.

근사한 디너 테이블에도 잘 어울린다.

연어 스테이크, 청어, 삼치,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구이, 삶은 문어, 달달한 소스 얹은 돼지 등갈비구이에도 곁들이기 안성맞춤이다.

이 샐러드 하나면 빵이나 파스타 같은 다른 탄수화물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원래 요리법을 따르면 셜롯을 넣어야 하지만, 대신 양파를 넣는다.

또 딜을 넉넉히 다져 넣어야 하는데, 아무 데나 항상 파는 건 아니니 대체품을 넣는다.

주로 사용하는 건 셀러리 줄기와 이파리.

이것마저도 마땅치 않으면 부추나 미나리를 넣을 때도 있다.

그러다 이탈리안 파슬리를 발견하면 그걸 사용하기도 한다.

가끔 차이브가 눈에 띄면 무조건이다.

개인적으로 삶은 감자와 차이브 조합 정말 좋아한다.

아, 쪽파도 은근히 어울린다.

만일 이도 저도 번거로우면 바질 페스토 크게 한 숟가락.

모두 다 다른 맛이다.

각기 향과 식감대로 시원하고 상큼하고 맛있다.


이 샐러드의 변주 가능성은 무한대이다.

퀴노아, 보리, 귀리 같이 살캉하게 씹히는 곡물을 삶아 같이 먹으면 든든한 한 끼로 손색없다.

오르초, 리소니 같은 파스티니를 넣어도 좋다.

에다마메나 완두콩이 들어가면 먹는 맛 못지않게 예쁜 색감이 눈을 사로잡는다.

오이는 무더운 여름을 위한 전용 샐러드로 만들어 준다.

간혹 베이컨이나 햄을 잘게 썰어 바삭하게 볶은 후 솔솔 뿌릴 때도 있다.

훈연 향 감도는 진하고 녹진한 맛이 또 색다르다.


이 드레싱 또한 물건이다.

그대로 데친 아스파라거스에 뿌리거나 엔다이브에 넉넉히 올리면 고급스러운 한 접시가 나온다.

가지와 주끼니를 구워 버무리면 구운 채소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즙이 드레싱과 섞이는데, 단맛까지 올라와 빵으로 접시 바닥까지 싹싹 긁고 닦아 먹게 된다.

빨갛게 익은 토마토 두껍게 썰어 그 위에 한 숟가락 넉넉히 올려 먹으면 더위에 집 나간 입맛 바로 돌아온다.


음식 이름 가장 앞에 프렌치가 붙었으니 프랑스식 음식일 텐데, 살라드 니수아즈나 콥 샐러드같이 정형화된 건 아닌 것 같다.

디종 또는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넣어서 그렇게 부르는 건가.

딜 같은 향채 때문인가.

아무튼 여름에 찰떡궁합인 샐러드.




2024 파리 올림픽도 벌써 열흘이 지나간다.

개막식부터 승부사 못지않게 여러 이야기를 남기는 독특한 올림픽 같다.

실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와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지만, 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과 초점이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주 어렸을 때 한국 선수의 경우, 불굴의 투혼을 추켜세우는 기사가 주였다.

더불어 고된 개인사에 초점을 두는 기사도 많았다.

반면 이번에는 선수에게 더 관심을 두고 있음을 느낀다.

또 운동선수로서 정체성을 포함해 다양한 삶의 맥락을 보여주고, 거기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젠더에 대한 올림픽의 반응, 올림픽 관객의 반응이 가장 눈에 띈다.

특히 여자 복싱.

몇 여성 선수의 성정체성이 논란이 되었는데, 그들이 간성(Intersex)이란다.

달리 말해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간성 여성으로 살았고, 잘못된 의혹과 달리 성전환을 한 적 없다.

그러니까 남자가 성전환해서 여성이 된 다음 여성 경기에 참여했다는 지적과 논란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다.


여기서 불쾌한 지점은 간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으로 살아온, 여성 경기에 참여하는 게 아무 문제없는 선수에게 모욕을 안긴 상대 선수들의 태도와 이를 전하는 우리나라 언론이다.


우선 상대 선수들은 해당 선수들의 악수를 받아주지 않거나 뿔난 괴물에 비유했다.

이건 미성숙한 인격을 드러낼 뿐 아니라 상대를 학대하는 행위에 가깝다.

게다가 기권한 상대 선수 중 한 명은 “조국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했지만, 이번 경기에선 더는 싸울 수 없어 포기했다. 코에 강한 통증을 느껴 더는 뛸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경기에 전념해 온 선수의 입장에서 맞닥뜨렸을 당혹스럽고 부당한 느낌마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말 그대로, 경기 중 아파서 뛸 수 없었을 때 얼마나 억울했을까.

웬만해선 끝까지 갔을 텐데, 얼마나 아프면 기권했을까.

하지만 경기를 끌어갈 만큼 도무지 체력과 컨디션이 되지 않아 기권한다는 말까지는 알아듣겠으나, 앞서 조국을 위한다는 말은 의아하다.

그 말은 때로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포스럽고 무섭다.

그가 간성 여성 선수에게 못된 태도를 보인 것과 상관없이, 저런 말 자체가 움찔하게 만든다.


개별 선수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의 언론이다.

책임이 있는 언론이라면 오히려 이 기회에 이분법적인 성 구분과 성정체성이 옳은지, 우리는 지금껏 여기서 어떤 이해를 하고 있었는지 담론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차별적 시선 안에서 분투해 온 선수들을 소개할 수 있었고, 성정체성이 다양해지는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질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장 선수 이름을 검색할 때 올라오는 기사들은 제목부터 “XY 염색체”만 강조하거나 상대 선수의 무례했던 단면만 부각하고 있을 뿐이다.


성정체성뿐 아니라, 올림픽을 통해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톺아볼 구석 역시 너무나 많다.

열흘 전쯤 뉴욕타임스는 올림픽 개최 도시에서 벌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집중 보도했다.

유럽의 한 언론은 올림픽 특별법이 Nature2000 같은, 유럽연합 단위에서 추진 중인 생태계와 서식지 보호 운동을 어떻게 방해하고 파괴하는지 다루기도 했다.


사실상 올림픽은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에서 올림픽 산업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피땀 흘리며 훈련하고 자기 기록을 쌓는 선수들이 각축을 벌이며 우정을 나눌 자리는 굳이 올림픽이 아니어도 된다.

어떤 이는 올림픽이 개최국에 가져올 경제적 이득을 옹호한다.

그러나 국제 행사를 개최해 그 나라의 경제 수준이 반등하게 되는 꿈같은 기회는 이제 더는 없다.

단적인 예로,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에서 양념 하나까지 전부 공수해 갔다는데 파리의 지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혹여 올림픽 때문에 여름 한 철 관광객이 몰릴 수 있겠으나 그게 장기적인 지역 이득으로 이어질까.

당장 생각해 봐도, 런던, 리우데자네이루, 도쿄같이 올림픽 개최 도시를 갔을 때, 올림픽과 관련한 관광을 얼마나 하는지 잘 모르겠다.

산림청은 평창의 파괴된 가리왕산을 복구했나.

강원도는 전보다 훨씬 먹고살만해졌을까.

현실은 올림픽을 유치했던 대다수 도시가 건설로 인한 막대한 빚에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요즘에는 올림픽 유치를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가 철수하는 도시도 왕왕 있다.


요즘처럼 모든 게 파편화되는 시대에, 4년에 한 번 전 세계가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자리가 아직 진행 중이라면, 여기서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생각과 말은 무궁무진하다.

올림픽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 자체는 물론, 이를 빌미로 여러 가지를 상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 많은 올림픽을 보면서, 그 와중에 이 더위를 이기기 위해 오늘도 감자를 한 솥 삶았다.

아무튼 맛뿐더러 활용도 면에서까지, 요즘 시즌에 맞춰 말하면 이거야말로 금메달감이다.


프렌치 포테이토 샐러드, 3인분

감자 주먹만 한 것 3-4개(400g)

소금 넉넉히

양파 반 개

셀러리 줄기 한 개와 거기 달린 이파리


레몬즙 1Ts(15ml)

디종 머스터드 1Ts

홀그레인 머스터드 1Ts

올리브오일 3Ts

감자는 깨끗이 씻어 껍질째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한 입 크기보다 조금 크게 자른다.

냄비에 감자를 넣고, 감자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부은 후 소금을 넉넉히 두어 꼬집 넣은 다음 끓인다.

물이 끓어오르면 15분 정도 더 삼는다.

삶은 감자는 찬 물에 한 번 헹구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셀러리와 양파는 다진다.

다진 셀러리와 양파에 양념을 모두 넣고, 소금도 한 꼬집 넣어 간을 맞춘다.

샐러드드레싱에 삶은 감자 넣고 섞으면 완성.

향긋하고 시원하면서 풍미가 좋다.

정말 정말 맛있다.

프렌치 포테이토 샐러드로 여름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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