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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님이 Sep 09. 2024

파도, 작은 새, 고래의 호흡법

정혜윤 [아무튼, 메모]

출처 : [아무튼,메모] 정혜윤, 위고출판사

#문장수집

 우리는 파도를 견딜 것이다.  우리는 작은 새들이 거친 바닷바람 위로 가볍게 놀다가 떠오르는 것을 배울 것이다. 우리는 고래처럼 멀리 날아갈 것이다. 도리가 없지 않은가. 하기로 한 일이 있다면 세상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해야만 한다. 지금 해야 할 일, 그 일을 잘해내야 한다. 너무 큰 기대는 말고, 거창한 부여도 말고, 예측불허를 견디며. 그 일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해야 한다고 믿으며.


#짧은생각

 요 근래 체력이 한 움큼 씩 빠져 나가면서 거뜬했던 일, 익숙했던 일들마저 힘에 부칠 때가 종종 있다. 더이상 젊지 않으므로, 세상에 내딛는 한 걸음도 한없이 신중해지지만, 이것 역시 다가오는 파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될 것이 뻔하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작은 새는 왜 하필 거칠고 사나운 바다 위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을까.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게 된 바다 위에서 작은 새는 살아남기 위해, 바람 속에서 묵묵히 날개짓을 배우고 생의 기술을 터득해 왔을 것이다.

 고래의 길고 깊은 호흡을 배우고 싶어졌다. 늘 자잘한 것에 연연해 하는 나도 고래의 긴 호흡법을 배우면, 작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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