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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Mar 21. 2024

[산문집] 세 명의 대화


젊은 나이에 무언가를 시작했다는 건 결코 행운이 아니라는 의견. 을 증명하기 위해서 제출하는 것은 나 자신. 봐요, 어릴 때부터 들어온, 이런 걸 잘하네. 이 쪽으로는 탁월하네. 이야, 말 그대로 재능이네. 와 같은 말들. (헛기침 소리) 제가 긴 말은 못 하겠고요, 한 마디만 할게요.


있잖아요, 아직 뿌리도 제대로 박지 못한 작은 묘목 있죠? 작은 나무. 그 묘목한테 이 길을 따라 자라라~ 하면서 묘목 바로 옆에 박는 막대기 있죠? (헛기침 소리) 내가 그 막대기 이름은 정확하게 모르는데, 아무튼 그 막대기가 묘목한테는 좋은 걸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뿌리도 제대로 못 박았는데 이 길을 따라가라니? 너무 이르고 서투르며 강압적이기까지 한 거 아니에요?


그러자 누가 방청객에서 일어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아니, 그러면 그게 전부 좋은 게 아니라는 겁니까? 이른 나이부터 시작하면 얼마나 좋아요? 남들에 비해 출발을 훨씬 빨리 한 건데! 그만큼 더 성장하고 먼저 나설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뭐? 이르고 서툴러? 아니, 그러니까 더욱 도와주는 거 아닙니까? 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ㅉ


그러자 두 명의 말을 전부 들은 한 사람이 일어나서, 그래요! 이렇게 보니 맞네요! 어릴 때부터 당신은 부정적으로, 안 좋게만 생각하는 걸 일찍 시작했네요! (고개를 돌리고) 그러고 당신도 이른 나이부터 남에게 소리를 치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사람을 몰아가는 걸 시작했고요! (거울을 보며) 맞아! 나도야! 나도 어릴 때부터 이렇게 지금처럼 상황을 정리하고 똑똑한 척하면서 우월감을 느껴댔던 거야!


그래서, 다시. 젊은 나이에 무언가를 시작했다는 건 결코 행운이 아니라는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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