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그리고 이어진 소동들
언니가 2차 백신을 맞으러 간 날이었다.
그날은 정말 추석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 언니를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 언니는 주사를 맞고도 다시 출근을 했다.
그날은 언니가 백신을 맞으러 간 전후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첫 번째는 ‘빨대 사건’이었다.
우리는 손님이 스스로 챙겨가시라고 비치만 하고, 직접 챙겨드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주머니 한 분이 자동차에서 내려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시더니 우유 빨대가 없다고 하셨다. 그러더니 대충 봐도 50개 이상 보이는 빨대를 두 손으로 잡더니,
“간다.”
한마디 하고 진짜 가버렸다.
카운터에는 나를 포함해 계산을 기다리던 손님들이 있었고, 모두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단골 배달 기사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저거 괜찮아요?” 하고 물으셨다. 나는 웃으면서 “안 괜찮아요, 저거 가지고 가서 뭐에다 쓸까요?”라고 대답했다. 카운터는 잠시 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단 몇 시간 동안 지옥이 시작됐다. 배달 주문은 계속 들어왔고, 담배는 입고가 안 되어 있었고, 마트 포인트 사용 문제로 욕까지 먹었다.
컵라면을 들고 온 손님이 첫마디부터
“50원 포인트 차감해.”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이런 경우는 많았다. 나는 포인트 번호를 물어보고 입력했는데, 사용 기준에 미달이었다.
“사용 가능 포인트가 없어요.”
라고 하자,
“왜 안돼?”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무슨 권한이 있다고 사용 기준이 안 되는 걸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말이라도 좋게 하시면 어떻게든 해보려 할 텐데…’
정신없는 와중에 옆에 있던 아무 상관없는 아주머니가 “아르바이트생이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어?” 하고 덧붙였다. 속으로 ‘나랑 싸우자는 건가’ 싶었다.
컵라면 아주머니는 씩씩거리더니 “엊그제 언니는 해줬다고” 하고 라면을 취소하고 가버렸다. 옆에서 종알종알하던 아주머니는 아까부터 매장을 돌아다니던 손님이었다. 내가 “찾으시는 물건 있으세요?”라고 물었는데도 계속 혼자 중얼거리기만 하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카운터까지 와서 또 중얼거리길래 다시 물었다. 그제야 “캔식혜 박스를 지금 당장 가지고 가고 싶은데”라고 했다. 매장에는 재고가 없었다. 물류 담당자인 실장님은 배달을 나가셨고, 창고는 건물 뒤편이라 혼자서 가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나는 아직 창고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손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담당자가 오시면 재고 확인 후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신 상품 재고가 있으면 배달까지 해 드리겠습니다. 결제는 현장에서 가능합니다" 덧붙였다.
그러자,
“왜 그렇게 일을 어렵게 하나?”
“아르바이트생이 싸가지가 없다.”
등 계속 시비를 거셨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즈음, 배달 갔던 실장님이 도착했다.
그리고 2차 백신 맞고 퇴근할 줄 알았던 언니는 다시 마트에 돌아와 마무리까지 하고 갔다. 여러모로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언니가 퇴근한 뒤, 어떤 손님은 결제 금액 3천 원을 50원, 10원 동전으로 섞어 계산하고, 반말은 기본 옵션이었다.
웃기게도 이날은 단골 배달 기사님이 내가 해탈하는 순간들을 전부 목격했다. 그 뒤에 그 기사님의 친구분도 와서 “오늘 재미있는 일들이 그렇게 많았다면서요?”라고 물었다.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답을 듣고 크게 웃고 가셨다.
나는 다음 날 출근한 언니를 보고, 보고 싶었던 마음을 담아 꼭 안아줬다.
여담으로 나는 코로나19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검사 안 해도 "양성"이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검사를 하면 전부 "음성"이었다. 그게 몇 번 있었고, 나는 한 번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 결론은 전부 감기몸살 혹은 독감이었다.
단, 백신을 접종할 때마다 나는 지옥을 갔다 왔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