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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강아지가 별에 가면

애도하는 그림책

by 오모


올해 14살이 된 내 강아지는 요즘 귀가 들리지 않나 보다.

가까이 다가가도 기척을 느끼지 못하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다.

눈앞에서 목줄을 흔들면 그제야 나릿나릿 일어나 기지개를 켠다.

비글의 평균 수명이 12세에서 15세라고 하니까 내 강아지는 지금 아주 나이가 많은 할머니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반려견의 죽음과 애도의 시간을 다룬 토미 드파올라의 <Where Are You, Brontë?, 어디 있니 브론테?>나 <Dog Heaven, 강아지의 천국> 같은 그림책을 보면 어김없이 눈물이 난다.

내 강아지도 언젠가는 강아지별로 떠날 테니까.


반려견 호두를 그린 딸의 그림


내 강아지가 별나라로 떠나고 나면 텅 빈 강아지침대를 바라보며 종종 눈물을 흘릴 것이다.

유령이 되어 우리 집에 찾아와 주길 바랄 거고, 행복한 모습으로 꿈에 나타나주길 기대하며 잠들 것이다.

매일 함께 산책하던 숲길을 지나면서 내 강아지가 남긴 흔적을 찾으려고 기웃거리겠지.

그런 상상을 할수록 하염없이 슬퍼지기에 이제는 느릿느릿 걷는 강아지를 데리고 숲길을 걷는다.

강아지 천국에 가면 하루 종일 달리고 마음껏 컹컹 짖을 수 있데.

거긴 간식도 많고 폭신한 구름침대에서 잘 수 있어.

우리 가족이 보고 싶으면 언제든 지구에 놀러 와.

이 산책길도 걷고 집 마당에서 낮잠 자고 가렴.

그림책 <강아지 천국>에서 읽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떠날 때가 되면 내 강아지도 조금 무서울 테니까.

남은 시간을 함께 잘 보내는 것은 슬픔을 덜기 위한 마음의 준비이기도 하다.




여기 나와 같은 마음을 한 소녀가 그림책 <Stay: A Girl, a dog, a Bucket List, 머물러줘: 소녀, 강아지, 버킷리스트>에 등장한다.

내 딸처럼, 소녀가 엄마 뱃속에서 나와 처음 만난 친구는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 엘리다.

소녀는 쑥쑥 자라서 엘리보다 키가 커졌고, 엘리는 점점 나이를 먹어 소녀보다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엘리가 강아지별로 떠날 날이 가까워진 것이다.

소녀는 남은 시간을 슬퍼하는 대신 근사하고 밀도 있게 보내기 위해 엘리와 함께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버킷리스트를 만든다.

그것은 함께 자전거 타기, 책 읽어주기, 영화관에서 영화 보기, 마당에서 별 보며 잠들기와 같은 소박한 것들이었다.

나는 그녀의 버킷리스트가 디즈니랜드에 간다거나 호화스러운 (강아지용) 물건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들이라서 좋았다.

노령견과 함께 사는 가족들에겐 그저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특별한 것이기에.

마지막 버킷리스트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강아지 엘리와 ‘그저 함께 머무는 것’으로 끝난다.


내 딸도 자신의 친구 호두(강아지)를 생각하며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어놓은 목록에는 강아지공원 가기, 공 던지기 놀이하기, 같이 피크닉 하면서 치즈버거 먹기, 강아지해변에서 수영하기 같은 것들이 담겨있었다.

나는 이번 여름에는 꼭 호두랑 가족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반면 미국의 그림책 작가 토미 드파올라의 마지막 유작인 <Where Are You, Brontë?, 어디 있니 브론테?>는 작가 자신이 반려견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을 담았다.

강아지와의 첫 만남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브론테가 좋아했던 장난감, 핑크색 목줄을 선물하던 날, 함께했던 모험들을 지나 주인 없는 빈 강아지 침대 앞에 놓인다.

그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꾸만 물었다.

어디 있니 브론테?

이제 반려견 브론테 없이 혼자 눈을 뜨고, 혼자 그림책작업을 하고, 혼자 점심을 먹는 그는 슬퍼 보였다.

상실감과 슬픔이라는 새로운 친구를 곁에 두고 산책하던 어느 날, 그는 언덕길 끝에서 무지개 사이를 뛰어노는 브론테를 만난다.

그곳은 브론테와 늘 함께 가던 언덕이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브론테가 어디 있는지 묻지 않는다.

브론테는 자신의 마음속에 늘 함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애도는 슬픔과 상실감을 지나 그리움과 회상을 거쳐 사랑과 감사로 전환된 후에 새로운 연결감으로 치유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갖는다.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추억 속에서 늘 함께하는 것.

반려견이 주었던 무조건적인 사랑을 떠올리면 마음이 몽글몽글 데워진다.

우리는 그 사랑의 온기를 유난히 마음이 추운 날 꺼내본다.

그리고 동글동글 강아지 형태를 한 구름에서, 걸음을 멈추고 킁킁 냄새를 맡던 나무에서, 좋아하던 담요에서, 햇빛을 덮고 낮잠을 자던 창문 밑에서 자신의 강아지를 발견할 수 있다.

언제든지.



<펫 로스, 애도하는 그림책>


<Where Are You, Brontë?, Tomie dePaola>


<Stay: A Girl, a Dog, a Bucket List>


<Dog Heaven, Cynthia Rylant>


<Cat Heaven, Cynthia Rylant>


<Sonya's Chickens, Phoebe Wahl>


<Ghost Cat>


<Big Cat, Little Cat, Elisha Cooper>


<The Rough Patch, Brian Lies>


<The Invisible Leash: An Invisible String Story About the Loss of a 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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