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Jun 27. 2022

어쩌다, 응급실

[아데노이드, 편도 비대증] 수술기 1편

"엄마, 이상해."


화장실에 간 동글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자꾸 뜨끈뜨끈한 가래가  목구멍으로 넘어가."

"그래? 그럼 세면대에다 뱉어내."


잠시 후 아이의 자지러지는 소리와 함께 다급히 달려오는 아이가 보였다.


"엄마, 가래가 아니라 피... 우욱~~~"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거실 바닥은 아이가 뱉어낸 핏덩이로 범벅이 되었고, 아이는 패닉 상태였다.


"헉... 동글아~ 괜찮아?"

"엄마, 나 죽는 거야? 무서워... 우아앙~~~~"

"괜찮을 거야. 잠깐만... 119 신고 좀 하고..."


놀란 아이를 끌어안고 119를 눌렀다.


"저, 지금 아이가 피를 토해서요.... 네... 좀 많이요... 얼마큼요? 음... 한... 500ml 이상 되는 것 같아요..."

"저기 보호자분, 전화 끊지 마시고... 네... 천천히요... 아이가 어떻다고요? 의식은 있나요??"


신고를 하는 내내 두 다리는 후들거리고 심장은 쉴 새 없이 나댔다.


'정신 차리자. 아이가 놀라면 안 되니까 최대한 차분하게... 그래... 괜찮을 거야.'


마음을 가다듬고 일단 피범벅이 된 거실을 닦기 시작했다. 119가 도착하기까지 길어야 10분! 그 안에 모든 정리를 마무리해야 했다. 아이를 달래며 핏물에 범벅이 된 옷을 벗기고 새 옷을 가져다 입혔다. 일회용 위생백을 아이 손에 들려주었다.


"동글아, 아파? 통증이 있어?"

"아니야... 엄마... 울지 마... 우욱~~~ 엄마, 나 괜찮아..."

"응... 엄마도 괜찮아. 여기 비닐봉지 들고 피가 넘어오면 봉지에 뱉어. 엄마 얼른 준비할게."


독서실에서 돌아와 이 광경을 볼 앵글이가 걱정이었다. 최대한 깨끗하게 핏물을 모두 제거하며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동글이가 피를 토해요. 수술이 잘못됐나 봐. 최대한 빨리 와주세요."


전화를 끊고 앵글이에게도 전화를 했다.


"앵글아, 놀라지 마... 동글이가 좀 아파. 엄마는 동글이 데리고 병원에 갈 거니까 너는 집에 와서 밥 챙겨 먹고 쉬고 있어. 아마 동글이 다시 입원하게 될 거야. 엄마 없어도 잘 있을 수 있지?"

"왜? 동글이 왜? 퇴원한 지 2일밖에 안됐는데, 왜?? 무슨 일이야."

"별 일 아니야. 일단 지금 저녁이라 응급실로 갈 거야. 아빠는 오고 계시고, 조금 급해서 119를 불렀어. 놀라지 말고 별일 아니니까 집에서 기다려. 오늘 밤에는 엄마, 아빠 모두 집에 없을 거니까 일찍 자고... 알았지?"


앵글이가 놀라지 않도록 차분하게 상황을 전달 했다. 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데 8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정신없는 와중에 입원 짐까지 꾸렸다. 빈틈없이 빠르게, 최대한 이성을 잃지 않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금릉이라며 통화했던 남편이 119보다 먼저 도착했다. 금릉에서 집까지 8분 만에 도착한 남편이다. 무슨 정신으로 차를 몰고 왔는지 본인도 제정신이 아니라서 모르겠다고 했다. 아내와 아이가 놀랄까 봐 무작정 신호도 무시하고 달려온 남편이다. 남편과 동시에 119도 도착했다. 동글이는 들것에 실려 앰뷸런스에 탑승했고, 남편은 자차로, 나는 동글이와 함께 앰뷸런스를 탄 채 병원으로 내달렸다.


"환자분 이름이 어떻게 되죠?"

"동글이입니다."

"네. 이곳에서 제일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백병원으로 갈 텐데 동의하시죠?"

"아니요. 일산병원으로 가야 해요."

"규정 상 사고가 생겼을 때 제일 가까운 병원으로 가는 것으로 되어있어서 좀 곤란합니다. 일산병원으로 가야 할 중대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네. 아이가 일산병원에서 수술을 했어요. 수술한 지 5일밖에 되지 않았고, 수술부위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꼭 일산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면 이동 중 문제가 생겨도 보호자가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쓰셔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네..."


아이가 피를 토하는 와중에도 절차가 절차이다 보니 앰뷸런스에서도 분주했다. 서명을 하고 일산병원까지 이동하여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응급실 사정도 만만찮았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동글이가 가장 중대한 환자로 여겨지지만 전문의가 보는 시각은 다르니 일단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시간이 흐르고, 10분, 20분, 30분... 1시간이 지나며 조급한 마음은 분노로 바뀌어갔다.


"저기요... 아이가 계속 피를 토하는데 이렇게 마냥 기다려도 되는 건가요?"

"환자가 어디에 있나요?"


피를 토하는 9살 어린아이가 1시간째 대기 중인데 환자가 어디 있는 줄도 모르는 의료진이 야속했다.


"음... 아이가 의식도 있고, 혈색을 보니 아직 수혈이 필요한 상태로 보이지는 않네요. 피를 토하기는 하지만 그 양이 고, 조금 더 기다려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대기하시다가 아이가 축 쳐지거나 토하는 양이 많아지면 다시 부르세요."


'이게 무슨 소리지? 아이가 더 많이 토하면 부르라고?? 정말 급한 환자는 기다리다 죽겠네.'

속에서 부아가 치밀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픈 아이를 둔 보호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대기하고 대기하고 또 대기하고 있는데 동글이를 수술했던 의사 선생님의 모습이 저 멀리서 보였다.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갑고 순식간에 불안은 안도로 바뀌었다. 다급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의사 선생님께 달려갔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내 괜찮았는데 의사 선생님의 모습이 비치자마자 '이제 살았구나.' 싶은 안도의 마음이 스쳐 지나갔다.


"선생님!"

"아, 네... 무슨 일이세요?"

"동글이가 저녁에 피를 토했어요. 너무 놀라서..."

"지금 병원에 왔나요? 어디 있어요?"

"응급실 대기실이요."

"같이 가 볼까요?"


선생님께서 오시니 이제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수술해주신 선생님의 등장으로 대기실에서 응급실 베드로, 베드에서 입원실로 이동하는 것까지 무사통과되었다.


이 놀라운 일이 수술 환자 중 20%에게서 발생되는 부작용이라고 했다. 10명 중 2명은 수술 후 파열로 응급실을 찾는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이야기하는 '간단한 수술'이란 없다. 수술시간이 길든, 짧든 수술은 모두 중대하고, 간단하다고 말하는 수술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배웠다.


동글이는 선천적으로 아데노이드 비대증을 안고 태어났다. 한쪽 아데노이드가 심각하게 비대하여 한쪽 코로만 숨을 쉬었다. 평소에는 한쪽 코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감기에 걸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남은 한쪽 코마저 막히게 되고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아데노이드, 편도 모두 비대하여 냄새도 잘 맡지 못하고, 수면무호흡도 심해졌다.


아데노이스 수술 전 Vs 수술 후(출처 : 다음백과, 동글이 사진)


1년 365일 중 280일 정도 이비인후과 약을 먹으며 자랐다. 5세가 되던 해 신촌 세브란스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었다. 예외 없이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하셨다. 수술에 필요한 모든 검사를 마친 후 수술 날짜를 잡고 6개월여의 간을 기다렸다. 진단을 받고 연이어 수술까지 이어졌다면 5세에 수술을 했을 텐데 기다리는 동안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를 하면서 전신마취부터 수술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이제 20kg도 안 되는 아기를 수술장으로 보내게 될 현실이 두려웠다. 수술 전 날 남편에게,


"여보~ 나, 너무 무서워. 수술실에 동글이를 못 들여보낼 것 같아."

"왜?"

"그냥... 무섭고 눈물이 계속 나..."

"보호자가 이렇게 안정이 안돼서 어떻게 아이를 수술시켜. 당신이 먼저 쓰러지겠어."

"그러니까... 어떡하지?"

"수술을 하지 마. 그냥 살지 뭐..."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다는데도?"

"그래도 지금 당장 동글이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잖아. 불편하지만 죽는 건 아니고, 수술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니까, 당신이 불안하면 하지 마!"


너무 심플한 답변이었다. 결단력 있는 그 사람이 참 부럽다. 6개월 동안 수술 날을 기다리며 안달복달했던 시간이 무색했다.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저, 동글이 보호자인데요. 내일 수술인데 제가 너무 무서워서 수술장에 아이를 못 보내겠어요."

"보호자가 불안하시면 수술을 할 수 없죠. 취소해 드릴까요?"

"미루는 건 안 되나요?"

"네... 수술 환자가 많이 밀려있어서 오늘 취소하시면 또 6개월 이상 기다리셔야 하고 검사도 다시 받으셔야 합니다."

"네... 그래도 취소해 주세요."


취소 전화를 마치니 속이 후련했다. 그동안 불안으로 떨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마음이 평안해졌다. 동글이는 불편할 텐데 엄마 마음은 되려 좋으니 이것도 모순이다.


아이는 계속 힘들었다. 환절기에는 좀 더 심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비인후과를 드나들었고, 자기 전 코 세척과 코막힘 예방을 위한 스프레이를 뿌려야 했다.


"저, 선생님... 동글이 수술이 꼭 필요한 상태인가요?"

"음... 13세 정도 되면 몸이 자라면서 비대했던 아데노이드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는데 동글이도 그럴 수 있으니 지켜보죠."


믿고 싶었다. 동글이도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한 해, 두 해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동글이가 잠을 자는데 숨을 쉬지 않았다. 그 밤, 수면무호흡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아이를 살피느라 밤을 꼴딱 지새웠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일산병원에 진료예약을 하고 동글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갖가지 검사를 하고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음... 아이가 많이 힘들었겠는데요?"

"네... 밤에 숨을 잘 쉬지 않았어요."

"그랬을 것 같습니다. 동글이의 경우는 아데노이드도 크지만 편도도 커서 많이 불편했을 거예요."

"다니던 병원에서 아이가 자라면서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했거든요."

"네...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어머님, 사진 한 번 보세요. 이게 작년에 찍은 사진이고, 이게 이번에 찍은 사진인데 똑같죠? 동글이는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을 거로 보여요. 수술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수술이 결정됐다.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수술을 할걸 그랬다 싶었다. 몇 년 동안 아이를 더 괴롭힌 것 같아서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주어진 지금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2편에 계속)



6월 4주(6.27 ~ 7.02)
"응급실"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보글보글과 함께하고픈 재미난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제안해주세요.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

대문 사진 :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덧.

아데노이드 비대증, 비대성 편도, 코골이, 비염 등의 수술법 중 피타 수술

피타 수술 [Powered intracapsular tonsillectomy and adenoidectomy, PITA] (서울대학교 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 병원)

편도 절제술은 재발성 편도염을 막거나 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상기도의 협착을 호전시키기 위해서 치료적 목적으로 시행한다. 소아의 경우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 편도 아데노이드 비대로 편도절제술을 하여 폐쇄 부위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PITA(Powered Intracapsular Tonsillectomy and Adenoidectomy, 전동 피막 내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는 메스, 전기 소작기 등으로 피막 전체를 포함한 편도를 모두 제거하는 전통적인 술식과는 달리 편도 주위 피막을 남긴 채로 편도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남겨진 피막이 주변 근육을 보호하여 출혈 및 통증 감소에 효과가 있다. 따라서 기존의 편도 제거술의 효과는 유지하면서 통증이 덜하고 수술 이후 정상적인 식생활로의 복귀가 빠른 장점이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코블레이션, 코블레이터 편도 절제술 (Coblation tonsillectomy)의 장점  

만성편도염이나 #편도결석으로 #편도절제술을 고려하시는 환자분들이 수술을 고민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편도수술을 한 뒤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 때까지, 2주 정도는 음식을 삼킬 때 다소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수술 후 5일 정도부터, 2주 사이에는 지연성 출혈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술 후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편도를 떼어낼 때 수술 부위에 최소한의 자극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출혈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전기소작기 (Electro-surgery unit)를 이용하여 출혈 부위를 지혈하게 되는데, 이때, 전기소작기에서 발생하는 높은 에너지를 조직에 직접 가하면서 400~600도의 매우 높은 온도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높은 온도로 세포를 증발시켜 지혈을 하게 되는데, 열로 인해 주위 조직에 많은 손상을 가하게 되고,  지혈 부위에 화상과 탄화가 발생하며, 통증도 심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편도절제술 시 #코블레이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전기소작기 대신에 #코블레이션 완드 (Coblation wand)를 이용하여, 접촉이 이루어지는 조직에 고주파와 식염수를 이용한 플라스마를 사용함으로써, 4~7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를 유지하면서 조직의 절제와 효과적인 지혈을 가능하게 해 주고, 화상과 탄화되는 조직 없이 수술 후 발생하는 통증의 세기와 기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코블레이터를 이용한 편도절제술의 또 다른 장점은 어떤 형태의 수술도, 코블레이터 하나로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편도절제술뿐만 아니라 피막 내 절제술(피타 수술)을 하는 경우에도 코블레이터 하나로 다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아 환자의 아데노이드 절제술도 코블레이터 완드 (Coblation wand)를 이용하면 손쉽게 출혈 없이 수술할 수 있습니다.   

[출처] 땡큐 서울이비인후과


이전 10화 아기를 홀로 두면 안 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