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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핑거스틱

by 로운

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오븐에서 갓 구워 나온 따끈한 고구마가 떠오릅니다. 맛 좋은 고구마는 어떻게 조리해도 다 맛있지만, 삶아도 굽고 또 구워도 맛이 덜한 고구마를 만나면 괜히 한숨부터 나오지요.

몇 주 전 선물 받은 고구마는 그야말로 일품이었습니다. 쓱 씻어 그대로 오븐에 넣기만 해도 꿀이 뚝뚝 떨어졌죠. 10kg 한 박스를 다 먹는 데 고작 2주가 걸렸으니, 얼마나 맛있었는지 짐작되시나요? 그때 생산지라도 적어둘걸, 송장을 그대로 버린 탓에 어디에서 온 고구마였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찾아 헤매다, 드디어 야심 차게 주문한 새 고구마 상자를 열었는데… 슬프게도, 이번엔 ‘물(맛) 고구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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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캡처 2025-11-28 115918.png

오븐에 두 시간이나 공을 들여 열댓 개를 구워두고,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그런데… ‘아, 이대로는 식구들이 안 먹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잠깐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건, 아이들이 어릴 때 종종 만들어주던 바로 그 간식—밀가루 한 톨 들어가지 않은 핑거스틱이었습니다.

그럼, 이번엔 이 물(맛) 고구마를 구원해 줄 핑거스틱을 함께 만들어볼까요?


고구마 핑거스틱 만들기
물(맛) 고구마도 맛있게 구원하는 간단 레시피

준비 재료

구운 고구마

설탕(물엿, 꿀, 올리고당 등 취향껏)

아몬드가루(견과류&말린 과일(아몬드·호두·캐슈너트 등 가는 것) 취향껏)

옥수수전분(반죽이 너무 무르면 옥수수전분으로 점도를 맞춰주세요.)


만드는 법

1. 고구마 으깨기
따끈한 고구마를 숟가락으로 으깨서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수분이 많은 고구마도 괜찮아요. 오히려 적당히 촉촉해서 잘 뭉쳐져요.)

2. 설탕, 아몬드가루와 견과류 넣기

으깬 고구마에 계란을 넣어 잘 섞고, 잘게 부순 견과류를 듬뿍 넣어줍니다.
단맛이 조금 필요하다면 꿀이나 설탕을 아주 살짝만.

3. 옥수수 전분으로 점도를 맞춘 후 핑거 모양 잡기

- 짤주머니 또는 위생팩에 반죽을 넣어 틀에 짜거나

- 또는, 반죽을 손가락 길이로 길게 빚어 오븐팬에 가지런히 놓습니다.
(너무 두껍지 않게—구워지면서 단단해지니까 약간 슬림하게)

4. 오븐에 굽기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20~25분 정도 굽습니다.
가장자리가 살짝 노르스름해지면 완성!

5. 식혀 먹기

막 구웠을 때보다 살짝 식힌 뒤 먹으면 고소함이 더 살아나요. 아이들도 참 좋아하죠.


물맛 고구마 때문에 잠깐 속이 쓰렸지만, 덕분에 오래 잊고 지내던 아이들 어릴 적 간식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어요. 빚어 굽는 동안 고소한 냄새가 거실에 퍼지고, 첫맛을 본 아이들이 “이거 오랜만이다!” 하고 웃어주니 괜히 마음까지 따뜻해지더군요.

고구마 한 상자 때문에 아쉬웠던 마음도, 그런 웃음에 금세 사르르 녹아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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