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하는 마음의 소녀와 만남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결코 기쁜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기억은 나에게 원망하는 마음을 들게 했다. 이렇게 나는 기억이 되고 기억은 내가 되어서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 기억 속에 어떤 소녀가 살고 있다.
어느 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고양이는 다리를 다쳐 보였고, 나는 그 다리를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고양이에 대해 한 마디씩 했지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사람들이 나에게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 줘야 한다고 요구했고 특히 내 옆에 있던 할머니가 나에게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자고 했다.그래서 나는 떨면서도 용기를 내어 고양이를 데리고 앞에 보이는 병원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건널목에서 내가 넘어지고 말았다. 이때 고양이는 뾰족한 곳에 부딪혀 눈을 뜨지 못했다. 나는 너무 두려웠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보고 멍하니 움직이지 못했다. 서둘러 옆에 있던 분이 나를 부축해 병원으로 갔지만, 고양이는 끝내 죽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절대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거나 누군가를 도와주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는 한없이 내가 부족하게 느껴졌고, 부끄러웠고, 나에게 요구했던 할머니가 원망스러웠다.
병원에 제대로 데려가지 못한 내가 바보처럼 느껴지는 저주를 받았다. 나의 기억은 원망하는 마음을 기억하며 살게 했고 내 주변에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어려운 사람을 보면 눈감아라고 말했고, 과하게 요구하는 모든 말들을 들으면 " 나는 그것을 들어줄 필요가 없잖아" 하는 마음과 함께 그 사람을 미워하는 병에 걸리게 만들었다.
내가 처음 두려움을 이기고 용기 냈던 마음은 상처의 이름으로 불려지며 원망하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뒤로 용기 있는 소녀는 만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