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첫째 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미완성입니다. 2022년 10월 29일 밤, 이곳에서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그날로부터 15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빈자리를 봅니다. 이 참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에 흔적을 남겼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생존자와 구조자, 이태원 지역 주민, 상인, 노동자... 그날의 시간을 겪는 모든 사람을 기억합니다. 당신이 서 있는 이곳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기억해야 할 얼굴들, 부르지 못한 이름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부르지 못한 이름을 새기고 누구나 안전하고 존엄하게 이 길을 걸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 부디, 그날 밤을 기억하는 모두의 오늘이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제가 전해드리는 뉴스룸은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1년 반 동안 매일 여러분을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소중했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영광이었습니다. 부족함도 많았습니다.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제 자리로 돌아가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안전하시길 바랍니다. 뉴스룸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가 사회를 지어 살아가는 한 사회에 대한 탐색과 질문 그리고 해답 찾기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사회는 이런 사회 과학의 느린 몸짓을 비웃으며 저 멀리 달아나고 있다. 미국 사회과학은 왜 트럼프가 멀쩡히 살아 돌아와 기세 등등하게 유권자를 후리고 다닐 수 있는지 해명하지 못한다. 유럽 사회과학은 홀로코스트의 비극 이후 영원히 묻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던 극우의 발호를 눈뜬 채 방임하고만 있다. 한국 사회과학은 우리 민주화 과정이 왜 이런 대통령과 여당을 주기적으로 권좌에 올려주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뭐 다들 나름 해설은 한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거나, 누군가의 탓을 할 뿐이다. 냉정히 말하면 역량이 없는 것이고, 다소 심하게 말하면 비겁할 뿐이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는 지겹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다. 그러니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슬픔에 대한 공부일 것이다.
윤종신 : '한 번 더 이별'은 제목부터 내 생각이 들어가 있는 건데.. 실제로는 한 번 더 이별해야 돼. '마무리하자 이제.. 힘들었던 것 같아..' 하면서 마무리하는 '그 이별'하고.
(누구는 1년, 누구는 6개월 누구는 몇 년이 가는 사람도 있지만) 한 번 이렇게 똑 떨어져 나가는 거를 내가 느끼는 때가 있어요. '..아! 이제는 된 것 같아' 그게 불현듯 찾아온다니까?
그냥 이렇게 먹다가 '어..! 생각해 보니까.. 여기 예전에 걔랑 왔던 데..' 이렇게 인식을 못하고 있었어. 그러면 나는 이별한 거야 그거는. 근데 한참 그 속에 빠져 있을 때는, 이미 저 집을 갈 때부터 생각나는 거지. 그러면 그 사람과 아직 이별한 게 아니지. 어디 품고 있는 거지 지금.
근데 여기 품고 있는 요 덩어리가 뚝! 하고 떨어져 나가는. 그게 예를 들어 물리적으로 얘기하면, 그냥 잘 때 뚝 떨어져 나갈 수도 있고, 각질이 떨어지는 것처럼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데. 그걸 못 느끼고 살고 있다가, 어느 날 월남 국숫집에서 이렇게 먹고 있는데 생각해 보니까 '여기 그때 그 집이네..' 심지어 몇 번 왔었어. 그럼 나는 이제 얘랑 이별한 거지. 그런 과정을 거쳐야 이별인 것 같아요. 완전한 이별.
기왕이면 정부가 좀 더 다정했으면 좋겠다.
우리만 바라보고, 우리를 보호해 주는 다정한 정부.
'정부가 없다'고 분개해도
우리에게는 끝내 정부가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다.
우리가 희생하더라도 함께 지켜야 하는 게 국가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얼마간은 국가도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참사 이후 우리가 만난 국가는 차라리 거대한 폭력이었습니다.
시간은 빠르다. 시간은 정확하다. 시간은 비정하다. 시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렇다면 시간과 관련해서는 이런 일을 해야 하리라.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 변해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변하지 않으면 좋을 것들이 변하지 않도록 지켜내고, 변해야 마땅한데 변하지 않고 있는 것들이 변할 수 있도록 다그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