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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Sep 30. 2024

차 탓보다 내 입맛을 탓해야 하는 보이차

무상하므로 무아라고 하는  변화의 주체는 나

가끔 보관해 두고 마시지 않고 있는 차를 찾아본다. 보이차를 마신 지 20년 가까이 되다 보니 구입만 해두고는 잊고 있는 차가 적지 않다. 사무실 내방이나 집의 서재 곳곳에 죽포 포장을 풀지 않고 던져 놓다시피 쟁여져 있는 차도 몇 통이나 된다. 어떤 차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차가 적지 않으니 왜 그렇게 많이 구입한 것일까?


보이차를 막 시작했었던 때 구입했었던 차는 벌써 20년이 되어간다. 생차는 십여 년 전부터 마시기 시작했으니 신차를 구입해서 묵힌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보이차는 세월이 지난 만큼 향미도 달라졌겠지만 더 많이 변한 건 내 입맛이다. 숙차 위주로 마시던 때에 생차를 구입했던 건  선배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때 선배는 지금은 숙차를 마시고 있지만 나중에는 생차를 마시게 될 것이라고 하는 말을 귀담아 들었다. 마시지 않고 있었지만 그때는 고수차로 구입했던 차가 찻값도 저렴했었다. 언젠가부터 입맛이 생차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 차들이 내게는 보배가 되었다. 십 년 세월에 차맛보다 변한 건 내 입맛이니 보이차 생활은 정말 無常무상하다고 해야겠다.



보이차를 세월을 두고 마시는 차라고 하는데 요즘 그 의미를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차가 변하는 것보다 내 입맛이 더 많이 달라진다면 현명한 보이차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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