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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미소

by 행복마중 윤정란

고3인 아들의 얼굴에는 늘 피곤함이 가득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 자주 있다 보니 늘 인상도 쓰고 있다.

말을 걸면 틱틱 거리는 말투가 내 귀와 마음에 거슬리기도 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 한숨 한 번 쉬며 그 순간을 넘기곤 한다.

아들을 보고 있으면 짠한 마음과 함께 걱정스러운 마음이 함께 일어났던 요즘이었는데, 어제 학원을 다녀온 아들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게 밝다.

먼저 이야기를 한다.

``엄마, 공모전에 낼 그림 다 그렸어. 보여줄까?``

절대 자기의 그림을 보여주지 않는데, 먼저 보여주겠다고 할 때는 스스로 생각해도 잘 그렸다고 느낄 때라는 걸 알기에 냉큼 보여달라고 했다. 엄마는 언제나 너의 0호 팬이라면서.

그림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어학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문제 풀이를 하고 있는데 최근 2주 사이에 정답률이 많이 높아졌다고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말투에서도 느껴진다. 스스로도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늦게 시작해서 늘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아들도 나도 오래간만에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다.


이 아이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나는 무엇을 도와주어야 할까? 늘 고민이었다.

학교 수업은 열심히 듣지만 따로 공부하지 않는 아이이기에, 학원도 싫다고 했던 아이이기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켜만 보고 있었다. 고민을 하고 방황도 많이 하더니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고 그때부터는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하여 시작한 게 작년이다. 처음에는 학원 다녀오면 멍 때리는 아들의 표정을 보며 겁이 났다. 뭐가 문제일까, 이러다 스스로에게 실망하면 어쩌나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의 표정에 생기가 생겼다. 가끔은 웃고 말도 많이 하고, 대부분의 날들은 인상을 쓰고 있기는 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이, 발전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며 고3의 시기를 보내는 아들이다.

이 시간이 아들에게는 참으로 힘든 시간이라 느껴지겠지만, 나는 안다. 분명, 이 시간이 있었던 덕분에 아들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 속에서 힘든 날들도 스스로를 믿으며 잘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오랜만에 아들의 미소를 보니 내가 살 것 같다.

아마도 이번 주 주말까지는 아들의 미소를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학교에서는 제일 좋아하는 동아리 시간이 오늘 있다며 아침부터 즐겁게 등교를 했다.

하교하고 돌아 올 아들의 표정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들의 표정에 내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아들이 힘들어하는 표정이면 내 마음도 힘들고, 아들이 웃으면 내 마음에도 미소가 번진다.

아들이 뭐라고.

뭐긴 뭐겠어. 하나뿐인 내 아들이지.

아들의 미소 덕분에 행복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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