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요유 Jun 09. 2024

갑자기 웃어보라고요?

나를 심폐소생술시키는 노래

갑자기 웃어보라고요?

아니 웃을 일이 없는데 어떻게 웃죠?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고 다니냐는 말을 듣던 내가 시원하게 웃어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늘 웃는 얼굴들의 집합소인 우리 집에서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


억지로라도 엄마를 웃기려고 노력한 적도 있다. 엄마는 금기시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면 웃음이 터지곤 했다. 방귀 뀔 때, 똥 나오는가? 하면 아이처럼 수줍게 웃다가 이내 까르르 웃곤 했다. 아빠가 엄마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엄마를 껴안으면 옆집 남자 아닌지 확인해 보고 안아! 하면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듯 웃곤 했다. 서 있는 운동을 할 때 힘들어서 앉으려고 엉덩이를 내밀면, 엉덩이 자랑하지 말고 집어넣어! 하면 민망한지 멋쩍게 웃곤 했다.


하지만 제 잘 웃어주던 엄마는 없다. 내가 어이없는 농담으로 웃기려고 해도 엄마는 웃지 않는다. 재탕, 삼탕 되는 식상한 유머에 질려서인지, 웃을 힘도 없어서 그런지 웃지 않는다. 지친 나도  이상 엄마를 웃기려고 애쓰지 는다. 우리 집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렇게 우연히 듣게  오래 가사가 이렇게 시작하는  아닌가?


웃어봐요. 그대를 위해

웃어봐요. 나를 위해


누군가 뇌질환에 트로트가 좋다는 말을 듣고 나는 트로트 노래가 나오는 채널을 전전한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한일가왕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일본 가수가 노래하는 것을 듣게 됐다.


우리들은 작은 배에

슬픔이라는 짐을 싣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내려가는

뱃사람들 같아요.

그대의 작은 손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슬픔을

웃게 만들 수 있다면

난 그대의 피에로가 될게요.


가사  마디  마디가 심장의 깊은 곳을 찔렀고, 멈춰버린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멜로디는 부드러운 바람이 되어 굳어버린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고 잔뜩 힘이 들어간 몸에 숨구멍이 열리며 편하게    있게 만들었다. 나에겐  노래가 심폐소생술이 되었다. 웃으라고 했지만 웃지는 못했다. 웃으라고 하는데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지금 나에겐 웃음이든 눈물이든 뭐든 몸에서 쌓인 것을 때때로 쏟아낼 기제가 필요하다. 지금은 웃음보다는 눈물이다. 울고 싶을 때는  노래를 듣는다(가사를 본다). 노래 가사처럼 오늘도 나는 슬픔이라는 짐을 싣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https://youtu.be/iC1Y-1 pwbm0? si=VbSx3 k1 rhK-VVVou

나를 울렸던 일본 가수의 노래







이전 09화 고등어는 죄가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