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이소는 브랜드일까, 노브랜드일까?

by 송기연

노브랜드(No Brand)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 개념의 원조는 일본의 무인양품(無印良品, MUJI)이다. 1980년대, 일본의 대형 유통사 세이유(SEIYU)는 "불필요한 장식과 포장을 없애고, 꼭 필요한 품질만 남긴다"라는 철학으로 PB제품을 만들었다. 당시 어려웠던 일본의 경제사정이 중요한 요인이 됐을 것이다. 브랜드 이름을 지우고(無印), 좋은 품질의 물건(良品)만을 남기겠다는 이 생각은 시장에서 주효하게 작용했다. 경기가 어려우니 '가격'이라는 요인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브랜드는 포기하면서 품질을 선택한 것이다. 브랜드 없이도 물건만 좋으면 팔린다는 것이다.


8CPk3w3hrqbW2UBQUPnWacSP9KU.jpg 일본의 무인양품(無印良品, MUJI)


그럼 브랜드 입장에서 보자.

브랜드는 대량생산으로 잉여제품이 재고로 쌓이면서 출발했다. 공급이 수요를 넘으면서 각 기업은 재고소진과 높은 판매량을 위한 활동이 필요했다. 광고, 마케팅, 고객 유인전략등을 위해서는 다른 경쟁자 기업과 구별되는 고유한 브랜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품질 수준이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된 상태에서는 브랜드가 의미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생겨났다. 브랜드를 보고 구매를 한다는 것은 신뢰에 기반한다. 한 번 구축된 이런 신뢰 관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려운 경기와 높은 물가는 브랜드를 구매 요인에서 제거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이마트가 "노브랜드"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전략을 시도했다.

포장과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본질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었는데, 실용성과 가성비 전략이 중요한 전략 핵심이었다.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을 가보면 일반 매장과 차별화된 현상을 볼 수 있다. 오히려 노브랜드라는 자체가 브랜드화된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브랜드를 강조하는 역설적인 현상으로 드러난 것이다.


art_16243396954954_91ae68.jpg 한국의 노브랜드 로고





전략은 참 어렵다.

아무리 철저하게 분석하고 기획한다고 해도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닌가? 다이소의 브랜드 전략 역시 그렇다. "다이소"라는 브랜드가 있으니 다이소의 전략은 노브랜드일까?


겉보기에 다이소 제품을 보면 노브랜드처럼 보인다.

다이소라는 이름 자체도 일본어 "다 있어(大創)"이고 우리말로도 "없는 게 없이 다 있다"의 중의적 표현이다. 앞서 말했지만 브랜드는 고객과의 신뢰다. 한 번의 경험이 신뢰로 이어질지, 불신으로 이어질지는 전적으로 고객의 몫이다. 무인양품의 사례처럼 다이소 역시, 브랜드보다는 품질에 집중했다. 자체 품질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입고에서 판매와 사용 후기나 클레임 등에도 철저하게 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판매의 기회를 얻었어도 자체 제품의 품질이 낮거나 고객의 클레임이 많은 제품은 빠르게 퇴출시키고 있다. 여기에 매장의 밝은 조명과 깔끔한 전시, 많은 방문객은 기본적인 브랜드의 신뢰 자산이기도 하다.


가성비 좋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다이소에 두 번 이상 가는 이유는 뭘까.

그건 구매결정에 대한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이소는 제조사보다는 유통회사로서의 이미지가 크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양치컵은 누군가 만들었겠지만, 우리는 "다이소 양치컵"으로 기억한다. 누가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이소에서 샀다는 것이 중요하다. 제조사는 자체 제품에 브랜드를 입힌다. 유통사는 다루는 수만 가지 제품에 자신의 브랜드를 씌운다. 종류도 많고, 숫자도 큰 많은 생활제품에 "다이소"라는 신뢰의 브랜드를 입힌 것이다.


KakaoTalk_20250707_183937326_09.jpg 다이소 부산 문현점


다이소는 강력한 브랜다.

다이소 제품이라는 인식은 이미 고객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하지만 실제로 다이소의 어떤 제품에서도 브랜드로서의 다이소를 강조하지 않는다. 묵묵히 가성비 좋은 제품을 판매한다. 고객이 선택한 1,000원짜리 제품에서 크게 하자를 잡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고객은 다시 매장을 방문한다.


결국 다이소는 가장 전략적인 브랜드가 됐다.

자칫 유치해 보이는 네이밍으로 브랜드 로고나 현란한 광고도 없다. 하지만 누구나 믿고 사는 생활용품의 표준이라는 자리를 선점했다. 다이소는 '브랜드의 외형'을 없애고, '경험과 '신뢰'를 브랜드화시켰다.


한 번 사본 사람은 안다.

때론 실패도 있지만, 1,000원의 가치와 역할을 충분히 해 낸다는 것을. 그리고 다음에도 큰 실망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의 힘을 키웠다. 그래서 다이소는 노브랜드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강력한 브랜드가 되었다.

keyword
이전 09화무인양품보다 내 삶에 가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