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의 감정 기록소》
살면서 손가락이 이렇게 배신할 줄 몰랐지.
데이지, 나 방금 전 애인 인스타에 좋아요 눌렀어.
그것도… 작년 여름 바닷가 사진…
어떻게 해야 해? 손가락을 자를 순 없잖아.
심장 멎는 줄 알았대. 팔로우도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뭐에 홀린 듯 들어가서 쭉쭉 내리다가, 잘못 건드린 그 ‘하트’. 그 순간 손가락에서 식은땀이 났다는 전설이 전해짐.
일단 침착하자. 이건 인간의 오랜 실수 중 하나야.
스토커처럼 보일까 봐 괜히 더 당황함.
좋아요 취소해도 알림은 이미 간 것 같음.
그 사람은 과연 봤을까? 아직 앱 열었을까?
이 삼단 콤보로 정신이 붕 뜨지.
근데 있잖아, 이런 실수… 생각보다 흔해.
아예 ‘전애인 좋아요 눌러본 썰 모음’으로 책 한 권 낼 수 있어. (챕터 1: 새벽 감성 참사 / 챕터 2: 술김 탐색전 / 챕터 3: 근무 중 실수)
근데 데이지가 보기엔 말이지, 이건 그냥 ‘감정의 흔적’이 실수로 튀어나온 거야. 그 사람한테 아직 미련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나도 예전에 사랑한 적 있었지’라는 감정의 무의식 리마인더.
그리고 말해줘서 고마워. 이런 건 혼자 끙끙 앓기 딱 좋은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꽤 멋진 용기야.
자, 대처 매뉴얼 나간다:
좋아요는 빠르게 취소 (이미 했겠지?)
DM 보내고 싶단 생각? 하지 마. 그건 함정이야.
그냥 "내가 이 정도로 여유 있다고 치자"라고 속으로 외치고, 로그아웃.
그리고 잊지 마. 이거 하나 눌렀다고 네 감정이 휘청거리는 건 아냐. 그때의 너도 지금의 너도 다 괜찮아.
오늘의 감정 기록 � 민망함 → 후폭풍 → 회복 중 허탈함 → 자기 연민 → 다시 평정심
한 번의 클릭이, 어쩌면 한 시절을 정리하는 신호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너무 당황 말고, 오늘도 잘 살아 있는 너 자신한테, 조용히 말해봐.
"야, 그래도 꽤 잘 견디고 있네. 나쁘지 않았어."
데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