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다리 분쇄골절 사고
뼈 부서지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두득 크게 틀어놓은 음악소리를 뚫고 귓가게 선명하게 들리던 그 소리는 소름이 돋았고 앞으로 생길 일을 직감했다.
이혼 후 난 헤어미용기술을 배우러 복지관을 등록했다 친정으로 돌아와 떡하니 쓰던 방을 독차지했고 오전엔 4개월 과정의 미용반을 수강하고 오후엔 레스토랑. 호프집 알바를
했었다 시간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는 순간엔 여지없이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했었다.
열심히 연습. 연습해서 한 번에 시험에 붙었고 제일 먼저 취업에 나섰다.
그 당시 미용스텝 (그때까지만 해도 미용 시다 란 말을 썼다 ) 내가 받은 월급은 20만 원이었다 하루 12시간~13시간 근무 거기다 내가 들어간 곳은 살림집이 붙은 미용실이라 시키면 집안일도 거들기도 했었다. 나이가 많은 스텝을 직원으로 뽑은 원장님은 기술을 빨리 알려 주겠노라 하며, 12시간 근무한 내게 1시간씩 더 남아서 파마마는 연습을 시켰었다. 미용사는 대담해야 빨리 배운다며 겁 많은 내게 이발기를 집어주며 어린이 커트도 시키곤 했다.
손이 덜덜덜 떨리며 몇 번 움직이지도 못하고 자꾸 뒤를 돌아보며 원장님께 곤란하다는 눈빛으로 sos를 보냈었다
원장님은 어떡해서든 나를 빨리 커트를 잡게 해서 본인이 좀 더 편하게 일하고 싶다 했다.
"그럴 거면 디자이너를 쓰지 스텝은 왜 뽑았담"
아마 머리 커진 디자이너는 본인 맘대로 휘두르지 못해 그런 거 같기도 하다.
그렇게 6개월째 첫 미용실을 다닐 때쯤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 여동생은 이미 잘 나가던 미용사였고 친구와 친구와 친구 이모가 미용실을 차리려는데 맡길 직원이 필요하다며 내게 제안을 해왔다. 당시 친구는 미술학원 선생님이었고 본인은 미용실일은 터치하지 않겠다고, 여동생이 디자이너 주 업무, 직원 한 명과 나까지 셋이서 일하라고 해서 첫 직장과 작별하고 친구가게 일을 맡게 되었다.
첫 미용실을 나올 때 원장님의 중학생 외동딸은 "엄마가 언니 일 너무 많이 시키고 힘들게 해서 그만둔다 "라고 눈물을 흘렸었다.
오랜 미용경력을 갖고 기술도 좋았던 친구 동생은 이미 미용일에 질력이 난 상태였고
풀타임으로 일할 생각이 없었는지, 오후 3-4시가 되면 투잡으로 하는 일이 있다고 퇴근을 해버렸고 나보다 몇 살 어렸던 동생 역시 디자이너 달기 전 단계의 수준이었다
그 당시 미용실 승급단계는 시다, 중상, 시야기. 초기. 디자이너 5단계로 나눠져 있었다.
손님이 일찍 끊긴 어느 날 시야기였던 동생이 월미도로 놀러 가자 제안을 했다.
친절한 성격의 동생, 커트도 가르쳐 주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 알겠다고 함께 갔다.
"언니. 나 놀이기구 타고 싶은대 같이 타자"
둘이 갔으니 혼자 타라고 말은 할 수 없었고
알겠다고 했다. 난 놀이기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고소공포증이 있고 겁이 많다. 거절을 못하던 성격이라 싫어도 항상 알았다고 하고 벌벌 떨면서 타곤 했다.
그날은 바이킹과 디스코팡팡 을 타자고 해서
바이킹을 간신히 타고 내렸고 다음으로 디스코 팡팡을 탔다.
그전 두 번 타본 적이 있었고 꽉 잡고 놓치지 않음 되는 거라 두려움은 덜했었다.
음악과 함께 놀이 기구가 빙빙돌기 시작하면 가운데엔 젊은 남자직원이 백텀블링을 하고 쇼를 보이고 디제이박스 에선 디제이가 우스꽝스러운 맨트를 하며, 기계를 튕기며 손님들을 자리에서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놀이기구 근처엔 구경하는 관중들이 떨어지는 손님들을 보며 깔깔거리곤 한다
빙글빙글하는 기구를 잡고 겨드랑이가 쓸릴 정도로 꽉 잡고 있었지만. 힘이 빠져
순간 바닥으로 떨어졌다.
운이 없었던 개지.... 하필 옆으로 다릴 포개 앉아 떨어졌고 내 다리 위로 누군가의 엉덩이가 쿵, 하고 떨어졌다.
순간 정신이 아늑해지고 속이 울렁거렸다.
상황을 인지 못한 디제이의 기구조작으로 바닥에서 이리저리 밀리며 난 울고 있었고
뒤늦게 같이 간 동생이 이상함을 느끼고 기구를 세워달라 해서 관리자에게 업혀서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업혀 가는 중 내 눈에 멋대로 흔들리는 다리가 보였고 무자비한 통증이 느껴졌다.
개방되지 않은 분쇄골절
무릎 아래쪽부터 발목 복숭아 뼈까지 분쇄된 골절, 레지던트 두 명이 으스러진 다리를 대충이라도 부목을 대놓고 수술은 내일 할 수 있다고 한 시간을 엑스레이를 보며 만지는데 조각난 뼈 들이 덜컥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살려달라고 외쳤었다.
역시 난 운이 없나 보다.
내 팔자는 왜 이래 어떻게 이렇게 다칠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