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고통들
너무나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다. 아이 낳는 출산의 고통을 능가하는 것도 같았다.
밤새 통증에 한숨을 잘 수도 없었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엄마는 한숨을 푹 쉬며 한탄을 했다.
의사 선생님께선 수술법이 두 가지라며 선택을 하라셨고, 수술동의서엔 수술 중 신경손상 시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에 사인하라 하셨다.
뼈를 외부에서 고정시키는 방법과 무릎을 열어서 안쪽으로 고정하는 법 , 고정기가 외부로 보이는 건 소름이 끼칠 거 같아, 안쪽 고정술로 해달라 했다.
무릎을 열고 무릎부터 발목까지 의료용 철심을 고정하고 무릎아래쪽 발목 쪽에 나사를 고정시키고 깨진 복숭아뼈 쪽으로 가는 고정핀을 삽입, 3시간 걸리다던 수술은 4시간이 넘어 끝났다.
대기실서 대기하던 엄마는 시간이 길어져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놀랐다고 하셨다.
진통제를 수시로 놔주고 가도 통증은 가시지 않았고 , 통증을 느끼면서 마음속도 통증을 느꼈다. 난 왜 이리 운이 없을까...
하루에 세 번 한 번에 3방의 주사를 맞았다
엉덩이에 두방 링거에 한방, 주사 3방이 들어가면 약냄새가 후욱하고 코로 올라오며
기운이 쭉 빠졌다
수술한 다리는 심장보다 높이 올리고 계속 누워만 있다 보니 식욕은 없었고 항생제를 계속 먹어야 하니 누워서 조금씩이라도 먹어야 했고. 일주일 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했고 변도 못 봤다.
2주가 지나니 적응되기 시작했다.
정형외과 6인실 병실엔 갖가지 이유로 다쳐서 장기입원 중인 환우들이 있었고 그분들과 하루를 같이 공유하게 되었다.
절개한 피부가 어느 정도 나아지니 사타구니부터 발가락만 살짝 내놓고 왼다리를 통으로
깁스를 하게 됐다.
목발을 쓰고 발 딛는 연습을 하라고. 아니면 멀쩡한 다리도 근육이 다 빠져버린다고 했다
통기브스를 하고 무게에 온몸에 몸살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꿰맸던 수술 부위에 열감이 있어 확인해 보니 봉합부위 안쪽 괴사가 생겨
아침 회진 시 무마취로 재봉합을 했다
세 바늘만 꿰매면 된다며 잠깐만 참으라며 병실 안 내가 쓰고 있던 침대에서 봉합을 했다.
생살을 꿰매 보는 건 출산 시 회음부 절개 후 봉합 후 두 번째였지만 잘 참았다는 의사의 말이 끝나기 전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흘러가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은 한 달이 흘러가고 깁스도 잘라내고 나니, 근육이라곤 하나 없고 뼈에 뻘건 흉터에 남은 각질이 올라온 검으튀튀한 거죽뿐인 다리 같지 않은 몰골의 다리가 보였고, 첫 물리치료에 다리를 올려보란 말에 덜덜 떨리는 다리는 쉽게 올려지지도 않았다.
다리전체 통기브스라 무릎관절이 굳어버렸고 한 번은 무릎을 꺾어줘야 움직이게 된다고 의사는 열심히 노력하라 했다.
조금씩 움직여도 원래 되로 되진 않았다.
역시나 회진 때 의사의 테스트에 통과 못돼서 막무가내로 무릎을 꺾어버리는 의사 앞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목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선수가 됐고 휠체어를 내 맘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 다 견뎌내게 되어 있고 시간이 약이라는 만고의 법칙대로,
장장 3개월의 시간이 지났고 집 근처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아도 된다 해서 퇴원을 하게 됐다.
엄마와 둘이 택시를 타고 퇴원하던 길은 너무나도 시원한 마음과 두려운 맘이 교차되었다.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찰나, 끼익, 쿵... 또다시 6중 추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아니 뭐 이런 일이, 생기기도 어려울 거 같은, 일이 일어난담...
다행히 안전거리를 유지했던 기사님 덕분에 큰 부상은 없이 염좌 2주의 진단이 나왔다.
이때 또 든 생각은 난 왜 이리 재수가 없을까
였다.
이제 막 지겨운 병원을 벗어났는데 다시 입원하는 건 너무 싫었고, 엄마 역시 가사도우미 일을 나가고 있어서 엑스레이만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짝짝이가 된 다리를 원래대로 만들고 싶어 엄청나게 재활을 했다.
아픔을 참고 걷기도 많이 했다.
다리의 수술흉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희미해졌고 다리두께도 비슷해지는 것 같았다.
1년 6개월이 지나고 핀제거 수술을 받았고, 수술이 끝나고 실려 나오는 복도에서 창피함도 모른 체 펑펑 소리 내어 울었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아픈 다리로 참아내며 알바까지 해냈던 날들이
서럽기도 대견하기도 했던 것 같았다.
비가 오거나 오래 서있으면 쑤시고 아픈 날도 있었고 아플 때마다 물리치료를 받았고 쉬는 날이면 사우나에서 통증을 다스렸다. 20년 넘게 미용일을 해냈고, 등산도 좋아했다.
다친 왼쪽 다리보다 오른쪽 다리로 지지를 더해서 골반도 틀어지고 오른쪽 다리는 근육이 더 많아졌다 꽉 끼는 바지를 입으면 지금도 차이가 느껴진다.
흉터를 부끄럽게 생각한 적도 없었고 오히려 치마나 반바지를 입고 흉터를 내놓고 다녔다.
이십 대 후반에 다쳤고 지금은 오십 대 중반을 향해간다.
무릎에 변형이 생겼고, 최근 다녀온 정형외과에선 무릎 빼도 자라 있다 했다.
쪼그려 않는 일은 아직도 불편하고 제한된 각도도 있지만, 7년째 줌바도 하고, 걷기도 좋아한다.
아직 무릎 아껴 써야 하는데~~라고 누가 얘길 하면 난 이렇게 얘기한다.
"정 아파지면 인공관절 수술 하면 되지"
평생을 살다 보면 다칠 수도 아플 수도 있는 변수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운 좋으면 나만 피해 갈 수도 있지만 가족력이나 유전자 생활 습관에 따라 질환이 생길 수도 있으니...
지금은 가족력 때문에 운동을 하고 음식조절을 해도 약을 먹고살고 있다
나도 운이 없어 놀이기구를 타다 다쳤지만
큰 병이 안 생긴 건 운이 좋은 거라 생각한다.
받아들이고 견디며 사는 게 인생인 거 같다.
병마나 힘든 일을 겪으며 사시는 분들 모두 잘 견뎌내고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고통은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