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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어머니의 조언이 남긴 흔적

by 은파랑 Feb 07. 2025




간디, 어머니의 조언이 남긴 흔적


새벽안개가 엷어지며 떠오르는 해처럼,

한 사람의 내면에도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어떤 빛이 있다.

작고 여린 마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지 못하던 소년은, 어머니의 조용한 음성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씨앗을 키워갔다.


씨앗은 ‘진실’과 ‘비폭력’이라는 이름으로,

훗날 인도의 영혼이라 불릴 간디(Mahatma Gandhi)의 정신을 꽃피우게 된다.


간디는 구도의 행보를 닮아 있었다.

굳은 얼굴로 무언의 투쟁을 감내했던 그의 모습에는

어머니의 기도 소리처럼 잔잔하면서도 단단한 기운이 흐른다.

그가 걸어간 길은 온몸으로 진실을 증명하고자 하는

한낱 인간의 소박한 염원이었을지언정,

누군가에게는 비폭력의 성자로,

또 다른 이에게는 불가능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도전자로 자리했다.

하지만 모든 여정의 시작점에는

어머니가 건넨 작고 조용한 가르침이 있었다.


간디가 아직 어린 시절, 푸틀리바이(Putlibai)라는 이름의 어머니는 늘 새벽마다 등잔불 아래에서 기도문을 읊조렸다.

촛불 하나가 어둠을 몰아내듯,

그녀의 낮은 목소리는 집 안 구석구석을 따스하게 물들였다.


어느 날 간디는 어머니에게 장난을 치다가 잘못을 저질렀다.

실수를 감추려 했지만, 어머니는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꾸짖기보다, 다정한 미소로 간디의 작은 손을 잡고 말했다.

“거짓말을 하면 네 마음속 양심의 등불이 꺼져버리고 만단다. 그러니 꼭 사실대로 말해주렴.”


간디는 순간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사실을 고백했다.

어머니는 고백을 듣고, 작은 손을 따뜻이 감싸 쥐었다.

“이제 불빛이 다시 밝아지지 않았니?”

그 말 한마디는 세상 모든 꾸지람보다 더 크게 간디의 가슴에 울렸다.

어머니가 밝힌 양심의 등불은

훗날 그의 삶을 지탱하는 진실과 비폭력의 토대가 되었다.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컷(Donald Winnicott)은

어린 시절 주 양육자의 안정된 돌봄과 사랑이

아이의 ‘진짜 자아(True Self)’ 형성에 결정적이라고 말한다.


간디가 어머니를 통해 배운 진실과 비폭력, 그리고 양심의 소중함은 가르침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내면화된 어머니의 목소리’가 되어,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윤리와 가치관의 근간을 이루었다.


간디가 훗날 식민통치에 맞선 비폭력 운동을 제창할 때조차,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는 어머니가 따뜻한 시선으로 건네던 “진실”이라는 두 글자, 그리고 “등불을 꺼뜨리지 말라”는 조언이 희미하지만 끊이지 않는 메아리로 울려 있었을 것이다.


간디는 『자서전 – 나의 진리 실험 이야기(The Story of My Experiments with Truth)』에서

“나의 어머니는 매우 종교심이 깊었고,

자신이 믿는 바를 실천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분이셨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어머니가 매일같이 금식과 기도를 반복하면서도

결코 다른 사람에게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자유로운 ‘모범의 본보기’는

간디에게 “나 또한 진리를 찾기 위해 기꺼이 노력해야 한다”는 내적 동기를 부여했다고 한다.


이처럼 책 속 문장은 간디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서 받은 영적·도덕적 교육의 흔적이

단순한 가르침에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가르침은 삶으로 배우고, 삶으로 증명해 내야 할 일종의 실험이자 변치 않는 약속이었던 것이다.


간디 어머니의 조언은 한 자루 작은 등불과 같았다.

금세 바람에 꺼질 법한 조그만 빛이었지만,

빛을 지켜나가는 간디의 의지와 실천이 더해져

결국 세상을 밝히는 거대한 횃불이 되었다.


‘진실’과 ‘비폭력’은 두 개의 날개처럼 간디를 들어 올렸다.

날개가 처음 자라난 곳은, 누구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을 어머니와 아들의 사적인 순간, 마음속 등불을 지켜내라는 작은 조언이었다.


 가장 단순한 말 한마디가

우리를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움직이게 만든다.

어머니가 들려준 조언이란,

어린 시절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아침 종처럼

평생토록 우리 내면 어딘가에서 울려 퍼진다.


간디가 작은 손을 맞잡던 순간,

아마 온 세상이 멈추고 오직 진실이라는 등불만이

따스하게 깜빡였으리라.

한 줄기 빛을 품은 아이는,

훗날 수많은 이들의 영혼에 불을 지피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 역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우리는 각자의 어머니로부터,

혹은 우리를 지켜봐 준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어떤 작은 빛을 물려받았을까.

빛이 잠시 희미해진 적이 있었다면,

지금 다시, 간디가 등불을 지켜냈듯

우리 안의 목소리를 들으며 슬며시 불을 살려 보자.

어쩌면 빛은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어머니의 조언처럼 큰 울림이 되어 돌아갈지 모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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